최근 미국 듀크대학의 한 교수가 “캠퍼스에서 중국어를 사용하지 말고 100% 영어를 사용하라”는 내용의 전체 메일을 재학생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에 따르면, 듀크대학 의과 대학 생물통계학 석사 과정의 메간 닐리(Megan Neely) 주임 교수는 25일 학생들에게 “캠퍼스 내에서는 100% 영어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 같은 요청을 한 이유로 닐리 교수는 공공 장소에서 중국어로 크게 떠들었던 학생들의 예를 들었다. 최근 동료 교수 두 명이 자습 및 휴식 공간에서 중국어로 크게 떠드는 학생 두 명을 보고 이들의 이름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에게 학생 사진 명단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들 학생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 향후 인턴 또는 진학 면접에서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다.
닐리 교수는 또한 “동료 교수들은 학생들이 영어 실력을 높일 기회를 이용하지 않고 예의없이 모두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대화한 점에 대해 크게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해당 학과를 포함한 캠퍼스 내 모든 장소에서 100% 영어만 사용하는 것을 장려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6일 닐리 교수의 메일 내용이 중국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해당 메일의 내용이 인종 차별, 인권 침해 발언이라며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수업 시간, 토론 시간 등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게 맞지만 여가 시간까지 사용 언어에 제한을 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메일에 ‘공공 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고 하면 될 것을 딱 꼬집어 ‘중국어를 사용 하지 말라’고 한 점은 명확한 인종 차별이다”, “반대로 중국에 유학 중엔 미국인들에게 캠퍼스에서 영어를 쓰지 말라고 했다면 어떻게 나왔을까”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27일 듀크대학 의과 대학 로트만 학장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학장은 “학교측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실 밖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학생의 취직과 진로 추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며 학생들의 사생활은 보호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메일을 보낸 닐리 교수는 의학 대학 주임 교수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듀크 대학은 27일 의학 대학 교사와 중국 학생 대표 세 명을 불러 관련 사안에 대해 협의하도록 조치했다.
듀크대학은 1828년에 설립된 뒤 현재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명문 사립 종합대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민희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플러스광고
전체의견 수 0
Today 핫이슈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