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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삶 속에 현자(贤者)

[2019-02-02, 08:11:40] 상하이저널

“난 이중인격인 것 같아. 아니 다중?”


어느 날 무심히 내뱉은 내 말에 남편은 곁에서 아무 대꾸도 없었다. 여성으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생리현상이 없어진 지 오래지만 감정의 기복은 그것과 상관없이 때맞춰 찾아오는 것 같다. 어느 땐 한없이 긍정적 인듯한데 또 어느 땐 한없이 무너지는 절망을 안고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젊어서야 젊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이 들어 가면서 나의 감정은 여전한데 이해 받기 보다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속앓이를 하게 되고 그것이 가끔 만만한 옆지기를 향해 어긋장을 놓을 때가 늘어 나는 듯 하다.


눈이 피로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책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절제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제한을 두는 것들이 오히려 아집만 느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할 때 우연히 연초 신년 인터뷰와 방송'인간극장'에서 ‘이 시대의 현자’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을 대하게 됐다.


100세를 사시면서 여전히 본인관리에 철저하시고 단정하신 모습을 뵈니 머리가 숙여지고 그분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게 됐다. 혹자는 이분께서 사회현실에 너무 소극적이지 않나 라고 하기도 하지만 태생이 약하시고 타고난 성품이 조용하시니 꼭 그렇게 단정지을 수 만은 없는듯하다.


목소리 크고 말 잘하는 똑똑한 지도자는 넘쳐나지만 정신적인 어른을 만나기 힘든 요즘 유창한 말로 백 번 천 번을 가르치는 것 보다 내 삶으로 보여주는 그런 스승이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현실인가.


내가 어릴 땐 표현에 서툴러도 신념이 강한 아버지들이 많았다고 생각이 든다. 나의 아버지도 그러하셨고 요즘처럼 가정적인 그런 자상함이 부족한 듯 하지만 아버지로 가장으로 강인함이 주춧돌처럼 균형을 잡고 묵묵히 버팀목이 돼주셨다.


돌아보면 변함없이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셨던 그 모습이 그야말로 어떤 말보다 깊은 울림이 있는 사랑이고 교훈이었다는 것을 이제사 고개가 숙여진다. 그렇다면 현자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러했듯이 서로 다양한 환경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들의 지혜와 또 그것들을 겸허히 받들어 성장하는 사람들이 또 지혜자가 되고. 내속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선생님께서는 100년을 살아보니 60에서 75세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한다. 신체적인 성장은 20대 까지 이지만 정신적 성숙과 성장은 한계가 없다고 한다. 청년기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30대에서 60대 혹은 70대까지 장년기엔 신념이 있어야 하고 그 이후 노년기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난 기대와 존경받는 지혜로운 노인이 될지 쓸모 없는 노인이 될지는 지금 내 삶에 태도에 있지 않을까?


김형석 교수는 “행복은 제가 노력한 대가인 것 같다. 올바로 선택하고 최선을 다했기에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성숙되어 가는 것이다. 아직은 장년기에 있는 인생길 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인지 질문해본다.


또한 노년의 지혜란 책을 읽거나 지식을 넓혀 나가는 일이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선한 모범을 보여주는 인품을 갖춰야 한다.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가지만 불현듯 찾아온 현자의 모습은 나의 심연에 깊은 울림으로 나를 깨웠다. 순간 책을 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이 지식을 겸비한 감정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자로 성숙해 가길 소망한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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