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손석희 앵커는 2017년 포항 지진 때 이 책의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라는 한 문장을 인용했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이 로마인들의 인사말 속에, 나 살기에 급급한 우리에게 필요한, 상대의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안녕을 빌어주는 따뜻한 울림이 느껴졌다.
이 책은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인 저자가 한국에 왔을 때 서강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18강으로 구성된 각 강의에는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막연히 어렵다고만 알고 있던 라틴어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이라는 대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아베 마리아의 의미 등 우리 주변에 많이 쓰이고 있고, 실제 여러 나라의 언어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쓰이는지도 설명해준다. 아울러 인칭 동사격 변화가 복잡해 배우기에도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려준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로마의 나이, 놀이 등 문화와 역사 이야기도 들려주어 세계사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갖게 해주었다. 언어적인 측면의 라틴어 강의뿐만 아니라 라틴어 구절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며, 우리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이 세상을 살면서 생각해볼 만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을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표현한다. 공부를 엄청나게 한 사람인가보다 하면서 읽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남다름에 감탄하며 저자의 약력이 궁금해져 찾아봤더니 다름 아닌 신부님이셨다. 세상에 대한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왜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나의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준다.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Lectio IV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계속해서 내 길을 가야 한다.”
-Lectio XXIII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
-Lectio XII
이 강의에서는 우리의 호기심을 끄는 제목으로 우리가 무언가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내가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 지혜와 우리 아이들에게 해 주고픈 이야기가 담겨있어 깊이 공감했다. 책을 읽고 난 후 힘 있고 맑은 영혼을 가진 친구를 만나 대화한 느낌이 들었다.
‘책벼룩시장’ 방의 열기에 자극받아 책을 가까이하며 지내게 돼서 감사드린다.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Si vales bene, valeo.
정혜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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