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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그대 잘 가라

[2018-07-25, 00:24:13] 상하이저널

저 청한 하늘 저 흰구름 왜 나를 울리나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마지막 살의 그리움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 썩은 피만 흐르네
함께 답새라 아 끝없는 새하얀 사슬 소리여…

 

상하이 여름이 제법 덥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불볕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내달려 봅니다. 우중루를 지나 이산루, 톈린루, 차오바오루를 지나갑니다. 정수리에서 이마를 타고 눈가를 지나 뜨겁게 흘러내리는 게 땀인지 눈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혼자 목놓아 노래를 마저 불러봅니다.
“왜 날 울리나, 눈부신 햇살 새하얀 저 구름, 죽어 너 되는 날의 아득함, 아~ 묶인 이 가슴…”

 

오보인 줄만 알았습니다. 포털 창에 당신의 이름 석자가 올라올 때만 해도 차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요? 당신이 꿈꾸어 오던 세상이 아직 아득히 먼데 예서 벌써 멈추고 이렇게 빨리 가시다니요? 만인에게 너그러우셨던 당신이 왜 자신에게만은 그리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셨는지 참으로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모든 언론과 매체에서 당신 얘기만 합니다. 당신 얼굴이 종일 TV에 등장합니다.

 

그러나, 전 벌써부터 당신이 그립습니다. 얼굴 한가득 넘치던 그 소탈하고 환한 미소가 그립습니다. 당신의 그 촌철살인 어록이 그립습니다. 거대자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당신의 그 용맹무쌍이 그립습니다. 이 땅의 노동자 농민 그리고 소외된 약자를 아끼고 사랑하던 당신의 그 따뜻한 마음씨가 그립습니다. 독재와 불의에 맞서 물러설 줄 모르던 그 찬란했던 정의감이 그립습니다. 투쟁의 최전선 그 뒤안길에서 첼로 연주를 꿈꾸던 당신의 그 낭만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또 그립습니다. 몇 해 전 상하이 교민 초청 강연회에서 뵈었던 그 열의에 찬 얼굴이, 그날 밤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나누었던 짧았던 대화가, 족히 10년은 넘게 입었을 법한 감색 양복과 낡고 닳은 구두의 애잔함이….

 

미안합니다. 어머니 찾아 뵙던 마지막 밤, 번민으로 잠 못 이뤘을 그 밤을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입으로만 지지하고 마음으로만 후원했던 게 미안합니다. 현실정치의 한복판에서 노심초사하실 때 홀로 고고한 척 원론과 원칙만을 떠들어대서 미안합니다. 척박한 땅 암울한 시대에 함께 태어났으나 오랜 세월 조국을 등지고 이방을 떠돌고 있음이 또 미안합니다. 당신이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때 아들녀석 성적과 사무실 이사를 걱정하던 제 삶의 소소함이….

 

이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그렇게 살아있는 자들은 어떻게든 살아지겠지요. 삶의 허망함을 탓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힘을 보태는 데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가는 길 때론 비 오고 바람도 불어 녹녹치 않을라치면, 오늘 이 가슴속 저며오는 먹먹함과 늘 넉넉하던 당신의 미소 떠올리며 그렇게 한 발 한 발 가겠습니다.

 

당신의 못다 이룬 꿈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고, 그곳에선 당신만을 위한 꿈을 꾸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회찬 의원님 부디 편히 쉬소서….

 

장홍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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