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드로이드의 왕’이라 불리던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가 연이은 실적 부진에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제일재경망(第一财经网)은 HTC가 오는 9월 말까지 대만 지역의 직원 1500명을 해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4일 보도했다. HTC 전직원 6450명의 4분의 1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HTC는 성명을 통해 “이는 대만 지역 생산부의 조직 개선과 인력자원 배치의 전략적 조정을 위한 조치”라며 “이를 통해 생산부 자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TC는 당초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9.1%를 차지하면서 ‘안드로이드의 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애플, 삼성 등 쟁쟁한 스마트폰 제조사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에 밀리면서 지난해 9월 시장 점유율 0.68%까지 추락했다.
HTC의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HTC 영업이익이 동기 대비 3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3월 판매량은 동기 대비 46.7% 떨어졌으며 4월 영업이익 역시 55.4% 하락했다. 이어 올해 1분기 11억 위안(18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HTC는 지난해 픽셀(Pixel)폰을 구글에게 11억 달러(1조 2270억원)에 매각하면서 직원 2000명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HTC가 스마트폰 사업에 손을 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HTC는 스마트폰 시장을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HTC의 돌파구는 VR에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HTC는 바이브(Vive) 프로, 스팀(Steam) VR 2.0 등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VR 사업에 대량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과기(集邦科技) 분석가는 “HTC은 5G, AI 등 새로운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근 주력 사업인 VR은 단기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경제 규모에 한계가 있기에 HTC의 주요 수익원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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