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의 저장대학(浙江大学)에서는 아주 특별하고 로맨틱한 문화가 있다. 바로 본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치뤄지는 단체 결혼식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으로 가득 찼던 캠퍼스 속으로 같이 들어가보자.
대학에서 단체로 결혼식을?
올해로 6년의 역사를 갖는 저장대학의 단체 결혼식 행사는 매년 4월에서 5월 사이 진행된다. 5월 6일에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저장대학 설립 121주년을 맞아 121쌍의 부부가 참석했다. 이 행사는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저장대학 졸업생이어야 참가가 가능하며, 동시에 혼인신고를 마친지 1년이내어야 한다. 참가를 희망하는 부부들은 커플 사진, 결혼 서약서 그리고 자신들이 모교에서 다시 뵙고 싶은 교수님의 성함 등을 써서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뵙고 싶은 교수님은 단체 결혼식 당일 이들 앞에 깜짝 등장해 결혼을 축하하는 시간을 갖는다. 학생들은 존경했던 교수님의 축하를 받아 한없이 감동받으며, 교수는 아끼던 제자의 행복한 결혼식 모습을 지켜보며 자랑스러워한다.
합동 결혼식만의 특별혜택은?
단체 결혼식의 참가 신청은 본 행사가 있기 약 3개월 전에 마감된다. 이 3개월 동안 학교에서는 부부들이 보내온 신청서와 결혼사진을 토대로 행사 준비를 이어간다. 올해 학교 측이 이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는 신랑신부를 식장까지 태우고 온 꽃으로 장식된 자동차, 꽃으로 모양을 낸 학교 로고 및 각종 장식품 그리고 테마별로 꾸며진 포토존 등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121쌍의 부부 모습이 모두 담긴 판넬과 실제 대학에서 발급되는 학생증 모양을 본떠 만든 결혼 기념증이다. 신랑신부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포즈로 포토존을 한껏 즐겼다. 또한 학교 측에서 준비한 포토존 외에도 자신들의 모교 곳곳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
예식, 어떻게 진행됐나?
오후 2시경, 신랑신부들은 마련된 단체 결혼식장으로 입장을 준비한다. 이 순간을 직접 보기 위해 모인 저장대학 교장부터 초대된 교수들, 본교 학생들, 또 각종 신문사에서 온 기자들까지. 약 3000명에 다르는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121쌍의 부부가 서로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하트 모양의 대열로 신랑신부가 자리하면 그들을 위한 결혼 축하 영상이 상영된다. 이어서 주최자 측이 마련한 축사들이 이어진다. 여러 축사 중 학생들이 뽑은 ‘가장 보고 싶은 교수님’의 대표로 선 공공체육과 예술부의 저우총(周聪) 주임의 축사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망망하고도 광활한 세상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만나 함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입니다. 마치 두 개의 단음이 모여 조화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 서로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고 나아가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가 될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축사가 끝난 후 학생대표가 나서 감사의 의미로 생화를 전달했다. 또한 교수님들을 향해 본 식에 있던 모든 관중들은 한마음으로 ‘씨에씨에닌(谢谢您:감사합니다)’을 외쳤다.
모교에서 진행되는 결혼식답게 신랑, 신부 대표가 각각 무대에 서 교장과 부 교장 앞에서 자신들의 결혼 서약에 대한 다짐을 다시 한번 하는 시간 또한 가졌다.
“저희 부부에게 주어진 하루하루, 매시간을 아끼며 살겠습니다. 저장대학에서 만난 인연에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저장대학 졸업생으로서 모교의 정신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정열적인 마음을 가지고 우리 부부가 앞으로 맞닿을 새로운 나날을 포용하며 살 것이며 초심을 잃지 않고 함께 행복한 미래를 꾸려 나가겠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인생이라는 수업에서 나선 가장 로맨틱한 발표가 아닌가 싶다. 결혼 서약서 낭독까지 마친 뒤에는, 학교 측에서 마련한 공동 반지를 서로의 손에 끼워주는 행사가 진행됐다. 또한 준비한 결혼 기념증서를 신랑신부에게 전달하고 이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준비된 식이 모두 마무리됐다.
학생기자 김주호(저장대 경제학과)
사진_만토우(blog.naver.com/666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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