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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소설, 단지 공상(空想)일 뿐일까?

[2018-01-23, 11:47:33] 상하이저널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의어로, 유토피아가 가공의 이상향이라면 디스토피아는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 즉 반(反) 이상향을 일컫는다. 현대인들이 소망하고 바라는 것을 극대화해 현실과의 차이를 보여주는 유토피안 문학들과는 다르게, 디스토피아 소설은 대부분 현대 사회에서 실존하는 위험한 경향을 미래사회로 확대 투영함으로써 현대인이 무의식 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디스토피아는 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흔한 소재로 쓰인다. 대개 핵 위협, 무분별한 군비 경쟁, 공해문제, 제3세계의 위기와 오랜 제국주의 등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학들이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이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공감할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두 편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소개 한다.

조지 오웰의 <1984년>(1949)

첫 번째로는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필독서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 소설은 유명한 작가 조지 오웰의 유작이다. 이 소설 또한 미래지향적이지만 대우 극단적으로 암울한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소설 속 시민들은 허구의 존재인 ‘빅 브러더’가 조종하는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들의 감시를 받으며 그들의 사상과 행동이 다 보여지는 삶을 산다. 

작품 속 세상에는 어느 곳을 가든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th”(전쟁은 평화, 자유는 구속, 무지는 힘)라는 것이다. 지금의 사상으로는 두 단어가 반의어로 보이나, 소설 속 사람들은 이를 세뇌당한 듯, 무력하게 이 문구를 실행하고 일상을 받아들인다.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기본적인 인권과 역사를 앗아가지만 불합리함을 모르는 시민들과 도시의 모습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이 출판된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세계대전 이후로 사라지지 않은 전제주의(책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듯)를 비판하는 줄 알았으나, 전쟁이 끝난 후 기술력이 발전하며 첨단 기술로 여론을 조작하는 등, 현대 사회에도 적용 가능한 내용으로 냉철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     


L. 로우리의 <The Giver(기억전달자)>(1993)
  
R. 브래드버리의 <Fahrenheit 451(화씨 451)>(1953)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소설로는 L. 로우리의 <The Giver(기억전달자)>(1993), R. 브래드버리의 <Fahrenheit 451(화씨 451)>(1953) 등이 있다. 이 소설들은 비슷한 시대에 쓰이고 출간됐다.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세기 중후반이다.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는 문학들이 쓰인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영국에서 1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학자와 저자들이 우려한 바, 빠른 기술 발전 속도와 공업화로 인한 많은 문제점을 주목 시키기 위해 이러한 소설들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당시 사회는 발전한 기술력과 산업으로 무기를 제조하며 무기 공장이 늘어갔다. 공장에서 무기를 제조하거나 직접 전쟁에 참전해야 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역사를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작가들은 인간이 인간을 말살하고 있지만 마치 기계와 같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대화해 소설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84년>은 머지않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시간적 배경으로 더욱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K. 리우의 <The Perfect Match(완벽한 조합)>(2012)
 

두 번째 소설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K. 리우의 단편소설 <The Perfect Match (완벽한 조합)>(2012)이다. 이 소설은 아주 명확하게 시간대를 명시하지 않으나 책 속 내용으로 독자들은 머지않은 미래라고 예측할 수 있다. 소설 속 틸리 ‘Tilly’는 저명한 회사 센틸리온 ‘Centilion’이 만들어낸 개인 AI 비서이다. 모든 기계에 접속할 수 있으나 보통은 휴대폰과 이어폰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소설의 첫 장면부터 틸리가 선정해주는 음악과 음식, 그리고 스케줄을 강요받는 주인공은 오히려 개인 비서에게 “고맙다”는 말과 “너는 항상 옳아”라며 말을 건넨다. 

이 소설은 잃으며 조금 강압적으로 느껴지는 선택권을 이 소설 속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심지어 틸리가 소개해주는 여자와 추천해준 음식점을 가고, 추천하는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추천해주는 이야기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매우 기계적인 일을 벌인다. 그리고 틸리는 시민들에게 “나는 당신이 제공해주는 데이터로 당신에게 완벽한 조합을 추천해줍니다”라며 데이터를 항상 갱신할 것을 요구한다. “절 믿으세요, 전 항상 당신을 위한 선택을 추천해 드립니다”라는 말 또한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시민들은 사실상 틸리와 Centilion회사로부터 조종당한다.

이 소설은 최근인 2012년에 쓰여졌는데, 2018년인 현재 벌써 어느 정도 현실화될 수 있는 사회관을 보여준다. 이미 현존하는 기술로도 개인 AI 비서가 가전제품을 접속하고, SNS를 통해 한 사람의 세세한 정보와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위치 정보, 인공지능으로 된 자판기까지 이미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만약 지금 이러한 기술이 보편적이고 혹여 악용된다면 기술력과 인간의 자아와 자유의지 상실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렇듯, 많은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매우 암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으나, 작가는 이러한 미래가 무조건 실현된다는 점보다는 무지와 방치는 이러한 미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인공은 그 불합리하고 폐쇄적인 사회체제에 반발하고 탈출하는 데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비슷한 사상을 가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반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며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자아를 통해 불합리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담겨있다.

학생기자 김현홍(SCI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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