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우를 달리하는 방법으로 '일본 길들이기'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고 23일 귀국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과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정조회장을 대표로 하는 여당 대표단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에서 이런 의도가 읽힌다.
중국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당 서열3위)가 친중파로 분류되는 니카이 경제산업상과 만나 대일(對日)관계개선 의지를 전달하는 등 극진히 대접했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의 핵심측근으로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총리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포스트 고이즈미' 선정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나카가와 자민당 정조회장은 국내 정계에서의 비중에도 불구, 당 서열이 한참 아래인 리창춘(李長春) 당 정치국 상무위원(당 서열 8위)을 만나는데 그쳤다.
강력히 희망했던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당 서열 2위) 및 쩡찡훙(曾慶紅) 국가부주석(당 서열5위)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물론 애초 예정했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의 오찬 약속도 막판에 취소되는 등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의 이런 차별대우가 '포스트 고이즈미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을 인물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중국은 면담자의 격은 물론 대화내용에서도 확실한 차별대우를 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니카이 경제산업상에게 "니카이 선생처럼 역사를 정확히 이해시는 분이 계셔서 양국관계가 여러가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시종 미소 띤 얼굴로 환대했다.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있는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의 바다로서 서로 협조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일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
이에 비해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어렵게 만난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중단된 양국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일껏 강조했다 핀잔만 받았다. 탕자쉬안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참배를 들어 "지도자가 입장을 전환하면 가능하다. 행동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런 교착상태는 타개할 수 없다"는 훈계조 이야기만 들었다.
자민당 일각에서는 나카가와 정조회장이 상하이(上海) 연설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안심하고 물러날 수 있는 것은 '개혁노선과 사람'을 남겨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중국측의 냉대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연설은 포스트 고이즈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기 때문에 차기정권에서도 대중(對中) 강경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어서 중국을 자극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3월30-4월1일로 예정돼 있는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전 외상,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 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일중우호의원연맹 등 7개 우호단체 대표와 만나면 이번에 드러난 중국의 차별대우를 통한 ' 길들이기'전략이 더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