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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중소기업의 중국 인증 및 기술장벽 대비방안

[2017-10-16, 09:51:52]

<전문가 기고>


통제 가능한 리스크

 

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험인증기관 소속으로 2014년 8월 중국으로 파견 나와 상하이에서 만 3년을 넘겨 일하고 있다. 파견 후 줄곧 맡아온 일은 한국산 제품을 중국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인허가 획득을 돕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인허가 획득 대행 또는 컨설팅이라고 한다.

 

지난 3년간 우리 기관은 많은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시장 도전기를 옆에서 지켜보며, 기업이 중국 기술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왔다.

 

성공


지난 6월,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고 바이어와 선적일을 조율하며 중국 식약국의 인허가증 발급을 애타게 기다리던 의료기기 생산기업 사장님은 인허가증 발급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 사장님의 들뜬 목소리는 우리에게 큰 보람을 주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은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심사관이 배정돼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심사 접수를 한 지 5개월이 넘도록 심사를 시작도 않고 줄곧 미루다, 지난 7월 말에 갑자기 열흘 내로 보완 시험 데이터를 요구받은 경우였다.  

 

중국 내 지정시험소는 밀려있는 대기 접수가 많아 가장 빠른 대응 일정은 2개월 후였고, 기한 내 보완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 불합 판정돼 2년을 공들인 결과가 눈앞에서 사라질 상황이었다. 기업도 우리도 모두 속이 타들어 갔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 본원에서 직접 시험을 진행하고 마감일에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다. 해외 시험성적서가 인정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최종 심사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9월 중순, 해당 제품 허가증 발급 소식을 접했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실패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의뢰 계약 체결 후 기업이 제품의 기본 자료를 준비하는 데만 4~6개월 시간을 흘려보내거나, 기업 담당자가 R&D부서 같은 핵심부서의 지원을 받지 못해 홀로 제품 관련 연구 논문자료를 찾아 헤매는 사이 전체 일정이 6개월 이상이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사업기한 내 인허가를 획득하지 못하면 어렵게 선정된 정부지원 자금을 받지 못할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대표이사가 제대로 된 상황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잘 아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이란 성어는 '삼국지(三國志)'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말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리스크를 스스로 콘트롤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우선 통제 가능한 것을 해결하는 데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정도가 아닐까 한다.

 

많은 기업의 중국 시장 도전기에서 우리를 가장 안타깝게 만든 사례들은 대부분은 당초 '통제 가능한 리스크'였으나, 대응 시기를 놓쳐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변해버린 '인재(人災)'였다.

 

□ 한중 관계와 선택의 기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일어난 최근 일련의 한중 관계는 많은 기업들의 중국 시장 도전을 많이 위축시키는 듯하다. 북한과 미국의 날 선 대립은 한-중 FTA로 부풀었던 장밋빛 미래를 테이블 뒤편으로 밀어버렸고, 한중관계 경색의 영향으로 경제적 타격을 겪던 대중 수출기업, 중국 진출기업 일부는 이미 출구전략 검토에 들어갔거나 귀국 짐을 쌌다.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도 즐겨가던 한식당, 한국 물건을 판매하던 가게가 문을 닫아 불편해졌다는 지인들의 얘기와 현지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의 귀국 행렬로 한인 타운에 빈집에 늘었다는 부동산 중개업소 소식이 이미 각종 모임의 주된 화제가 됐다. 우리를 더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높은 기술력과 잠재력을 가진 많은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대응 방향 수립과 액션 플랜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그저 이 사태를 관망하고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인접국의 이해가 얽혀있는 대외 정세는 주목은 하되 기업 스스로 통제 불가능한 것은 우선 제쳐두고, 서둘러 통제 가능한 것부터 집중해야 '인재(人災)' 줄이고 남보다 먼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산불이 마을을 덮쳐 모두가 절망하고 관망하며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재빨리 다시 임시 울타리를 짓고 흩어진 가축을 모은다면 분명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준비와 액션없는 관망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라는 것을 한 번 더 되새겨야 한다.

 

결국 중국 시장에 도전하던 기업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종 선택지는 다음 중 하나다. ① 중국 시장을 지속 개척하거나, ② 당분간 사태 변화를 관망하며 추후 방향을 정하기로 하거나, ③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대체 시장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웃에 위치한 잠재력을 가진 거대 시장을 포기할 수 없어 ①, ②을 선택한 기업들은 이 시간을 양국 관계가 개선될 때를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는 데 할애해야 한다. 2012년 센카쿠열도를 두고 중일 양국이 대립해 국교 단절 위기까지 갔다가, 단 몇 년 만에 다시 교역이 회복됐던 일화를 기억하자.

 

기술장벽 대응 액션플랜

 

중국에서 기술 장벽 관련 액션 플랜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필자가 여러 설명회에서 강조했던 내용을 소개하겠다.

 

첫째, 한중 동시 판매가 가능한 공통 표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더 많은 국가에 통용될 수 있는 다국가 표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향후 기회가 왔을 때 남보다 빠르게 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다. 또한 중국 수출용 재고(완제품, 부품)를 별도 운영할 필요가 없어 원가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표준을 구해 번역하고, 한국 표준과의 차이를 숙지하고 기존 제품 개선 또는 신제품 개발에 반영해야 한다. 중국 표준의 국제 표준 부합화율을 약 80%로 추정하기에 충분히 직접 또는 저렴한 비용의 컨설팅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다.

 

둘째 한국, 유럽, 미국 등 인허가 받을 때 준비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PC 파일정리를 하며 최종본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을 포함한 제3국 인허가를 신청할 때도 필요한 소중한 자료들이다. 우리의 경험을 미뤄볼 때 대다수 회사의 경우 담당자의 퇴사, 부서이동, 정리 미비로 소중한 자료들이 누군가의 PC, 사무실 캐비닛에 떠돌고 있다. 자료는 찾았으나 최종 자료인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금 준비하면 향후 호황기를 맞아 중국 인허가 획득을 취득하고자 할 때 남보다 최소 3~6개월을 앞서 나갈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자료를 분실한 경우라면 남보다 6~12개월 이상 뒤처지게 된다. 지금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셋째, 보다 적극적인 기업이라면 통상 1~3년 이상 걸리는 각종 중국 인허가를 취득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양한 중국 인허가 관련 한국 정부의 자금지원제도(총 인허가 획득 비용의 70~90%까지 지원)가 이미 준비돼 있고, 마침 접수 경쟁률도 과거 대비 낮아져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별도로 정부차원에서 우수 중소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국적 공통 표준 제품을 개발하거나, 제품의 중국표준 부합 여부를 사전 점검하는데 대한 지원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국가별로 상이한 (개별 표준) 수출 모델을 생산, 관리, 인허가 준비 하느라 중소기업이 매년 허비하는 매몰비용이 적지 않고 그만큼 원가 경쟁력,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한국에서 중국 현지에서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들이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사용하는데 도움되는 내용이길 바란다.

 

 

**김지영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중국 상하이지원 법인장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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