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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항저우가 접수한다

[2017-09-27, 17:45:55]


조용한 복도에 은은히 기계음이 퍼진다. 하얀 가운을 입고 안경을 코밑까지 내려쓴 연구원들이 대형 스크린을 마주보고 무언가를 받아 적는다. 알 수 없는 수식이 가득 담긴 데이터가 스크린에 떠오르자 연구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프랑켄슈타인이라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중국 항저우의 AI타운에 심상치 않은 실험실이 둥지를 틀었다. 실험실의 이름은 즈장(之江)실험실(ZHEJIANG LAB), 지난 9월 6일 설립된 인공지능(AI) 실험실이다. 이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상상하고,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을 되게 만들겠다며 분필을 내려두고 항저우로 몰린 사람으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4차 산업혁명’, 그 신호탄이 항저우에서 터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中 차세대 실리콘 밸리 ‘항저우’


정치 중심지 베이징, 경제 중심지 상하이에 이어 ‘기술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겠다고 항저우가 소매를 걷고 나섰다. 올해 7월 9일, 항저우에서 글로벌 인공지능포럼 개최와 동시에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 타운이 완공됐다. 인공지능 타운은 AI산업의 자원 교류센터를 구축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부터 벤처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 등이 이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모든 AI기술을 주고받게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산업의 대규모 산업단지(타운)가 만들어지자 기술과 자본, 인력이 속속 항저우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항저우는 중국의 새로운 ‘차세대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했다.

 

 


 

이 곳에서 돈 걱정은 하지마


AI타운의 취지에 걸맞게 AI실험실도 입주했다. 즈장 실험실은 중국 최대 상업체인 알리바바의 비즈니스적 전략과, 중국 내에서 연구형 대학 1위로 꼽히는 저장대학교(浙江大学)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 뭉친 집합소다. 저장성 정부에서는 이번 실험실을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가장 중요한 산업단지로 꼽았고, 알리바바, 저장대학교와 공동출자로 총 100억 위안(1조 7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즈장실험실은 알리바바와 저장대학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최첨단 클라우드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컴퓨팅, AI 정보보안, 스마트 제조, 로봇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오는 2022년까지 2만 명의 첨단 연구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200개의 최첨단 혁신 창업팀을 만들어 항저우를 글로벌 첨단 혁신 IT과학 기술 선도기지로 만들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실험실 문을 연 지 채 2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눈에 띄는 연구 성과는 없다. 게다가 아직 어떤 프로젝트에 착수했는지 밝혀진 바가 없어 중국 과학계의 기대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IT의 범주에 속하는 AI산업은 항저우에서 이제 막 움트기 시작했지만, 사실 항저우에서 IT분야의 발전은 그 성과가 눈부시다.

 

알리바바의 고향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인터넷 기업들이 밀집한 도시인 항저우에서는 도시 전체 GDP 성장에서 전자상거래,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IT관련 분야산업의 경제기여도가 무려 50%가 넘는다. 또한 중국 도시 337곳중 모바일 결제의 사용, 보급, 침투 비율이 1위로 중국에서 가장 인터넷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도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IT산업을 논할 때 알리바바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알리바바는 등장부터 범상치 않았다. 창립 6년만에 2년 연속 1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14년 만에는 17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우뚝 섰다. 또한 뉴욕 증시 상장 첫날 구글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면서 마윈은 두 팔 쭉 벌린 자세로 유유히 뉴욕 증권거래소 문을 열었다.  알리바바의 이런 성장동력은 남들이 지난날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인,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덕분이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은 바로 전자결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러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의 도입은 중국 특유의 소비 형태와 인구 통계학적 현황과 잘 맞물려 시장에 유동성이라는 활기를 불어넣었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인구라는 특성 덕분에 세계 어느 국가보다 더 훌륭한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AI산업기술 또한 발전하게 됐다.

 

공장에서 시장으로


중국은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다. 당시에는 낮은 인건비와 짝퉁 제품이 중국경제를 대표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변화한지 오래며 이제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중국의 기술혁신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생각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지런히 발전을 꿰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멀지만 가까운 이웃국가인 중국은 발 빠르게 미래의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두렵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현재에 안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학생기자 전이현(저장대 시장마케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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