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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칼럼] “폼만 잡다 3년 보내는 대사, 더이상 보내지 마라!”

[2017-09-01, 14:15:45] 상하이저널
주중한국대사관
주중한국대사관

주중대사 얘기 해보자. 곧 주인이 바뀔 바로 그 자리다. 주중대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언젠가 한-중 교류 프로그램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했다. 행사 당일 주중 대사가 만찬을 낸다고 했다. 정치인(국회의원), 교수, 기업인, 기자 등 15명 정도가 준비된 소형 버스를 타고 산리툰(三里屯)대사관저로 갔다.   

 

형식적인 인사말과 참석자 소개가 끝나는가 싶더니 대화는 이내 국내 정치 얘기로 흘렀다. 곧 있을 원대 대표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고, 누가 어느 자리로 옮기고, 지금 당 대표는 이런 게 부족하고… 등등의 얘기가 끝없이 흘렀다. 백주(白酒)가 곁들여지면서 웃음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듯 싶었다. 만찬은 그렇게 2시간여가 진행됐다.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중 대사라는 사람이 오피니언 리더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불러놓고 할 얘기가 고작 국내 정치밖에 없었던가? 이런 기회에 중국 정치 동향, 경제 흐름 등을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거물급 정치인도 있었는데, 국내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니었던가? 아니, 최소한 배석하고 있는 정무공사, 경제공사에게 브리핑이라도 하도록 준비할 수는 없었을까?" 


답답했다. 그걸 그냥 듣고만 있었던 나에게 화도 났다. 물론 중국 얘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말이라고는 '만나기 어려운 어느 중국 고관과 만났다'는 것뿐이었다. '나 대단하지?'라는 정도 밖엔 안들렸다. 동행했던 국회의원들에게 자기 존재를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으로 비쳤다. 정치인 출신이었던 그 대사는 국내에서 하던 그 모습, 주중 대사 자리에도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훗날 베이징에서 근무했던 한 외교관은 필자의 '공관 기억'을 듣고는 이렇게 거들었다.


"그래도 그분은 나았어요. 더 심한 분도 있습니다."
일할 수 있는 대사, 중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대사를 보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다시 주중 대사가 바뀔 모양이다. 유력한 정치인 누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갓 부임한 상하이 총영사도 바뀐단다. 그 자리는 원래 선거 은혜에 보답하는 '정치 자리'라는 게 교체의 이유란다.

 

주중대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우리는 여기서 물어야 한다. 엄중한 시기, 주중 대사는 어떤 덕목을 지녀야 하는가? 이는 곧 어떤 사람을 주중 대사로 보내야 하는가와 같은 맥락의 질문이다. 필자는 주변 지인에게 카톡과 문자, 전화 통화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주중대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그들의 답을 여기서 공개한다. 응답자와의 약속이기에, 익명으로 처리한다. 가급적 원문 그대로 살렸다.

 

외교관
우선 주중대사로 일했던 원로 외교관의 답이다. 
1. 중국에 대한 폭넓은 이해
2. 우리의 주요 정책에 대한 이해와 (중국에) 효과적인 전달 능력
3. 필요시 참모들과 상의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제시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본부와의 소통 

 

중국의 한 총영사관에서 총영사로 일했던 다른 응답자의 의견은 이랬다.
1. 중국어를 포함한 중국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
2. 청와대와 직접 연결될 정도의 대통령과의 친분
3. 상황관리 능력-대사관 내부 관리 및 한중관계 관리


현직 외교관의 이야기는 좀더 현실적이다.
1. 중국에 대한 식견(단 어설픈 지식은 금물. 선무당이 사람 잡을 수 있음)
2. 외교적, 전략적 사과와 배포
3. 네트워크(개인 네트워크가 없으면 중국 중앙에서 비준된 공식 일정 외의 외교 활동
이 어려워 요즘같은 시각에선 식물인간이 되기 쉬움)

 

특파원
특파원 경력이 있는 기자 2명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기자답게 답은 직설적이었다. 
A기자
1. 중국이 납득할 만한 전문가를 보내야 한다. 전문성 없는 캠프 출신이나 측근 인사 보내봤자 중국은 상대도 안해준다.
2. 중국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 보내면 안된다.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은 그들과 유리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3. 공부할 수 있는 사람,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보내라.
B기자 
1. 중국에 대한 전문성과 중국과의 소통 능력. 
2. 미국 일변도의 외교 안보팀 지형 내에서 적어도 중국의 입장을 충분이 이해하고 사고하면서, 중국과 국내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 
3. 미중 대립 격화 속에서 시대의 변화와 한국의 국익을 정확히 판단하고 구현할 수 있는 인물.

 

학계 교수
다음은 학계 교수 의견이다. 
A교수
1. 한반도에 대한 전략적 비전, 이에 대한 판단 능력 
2. 중국 자체에 대한 이해 
3. 전략적 소통 능력
A교수는 대통령의 핵심 측근을 보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추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관계가 좋은 때는 그게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안좋을 때는 아무 의미없다."
B교수 
1. 대통령과 소통 능력 
2.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 
3. 전략적 시야
B교수는 "대통령과의 소통 능력이 그렇게 중요하냐"는 추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사의 권위를 실려주자는 뜻이다. 그러나 2, 3번째 요건이 결여됐다면 아무리 권위가 실린다고 해도 일을 그르치기 쉽다." 


모든 응답자에게 공통적으로 나온 게 바로 '중국에 대한 이해'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하고,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 '준비된 대사'를 보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기에 '개인 네트워크가 없으면 중국 중앙에서 비준된 공식 일정 외의 외교 활동이 어려워 요즘같은 시각에선 식물인간이 되기 쉽다'는 현직 외교관의 대답은 더 크게 들려온다.

 

교민들
현지 교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오랫동안 비즈니스 활동을 해왔던 두 기업인에도 질문을 던졌다.  
A사장
1. 교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존경 받는 사람 
2. 경제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 
3.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
그런데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는 한 기업인의 대답은 좀 비틀어져 있었다. 
B사장
"다 필요없구요, 와서 폼만 잡다 2, 3년 누리다 가는 그런 사람만 아니면 돼요."
이번 질문과 대답은 7, 8일 이틀 동안 카톡과 문자,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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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기자).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의 위험한 진실*의 저자. 머리가 별로여서 몸이 매우 바쁜 사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7년 동안 특파원을 지냈음. http://blog.joins.com/woodyhan
woodyhan88@hotmail.com    [한우덕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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