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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사

[2017-08-15, 09:56:09] 상하이저널

한국을 떠나 살면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은 아마 이사가 아닐까 싶다. 처음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온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넘게 흘렀고, 그사이 나는 몇 번의 이사를 했다. 처음 정착지였던 홍췐루를 떠나 살짝 외진 곳으로 이사 나온 지 1년 반 만에 나는 또 한차례 이사를 했어야 했다. 홍췐루에서 1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면서 이사는 딱 세번, 그나마 적게 한 편이였다. 그 동안 운이 좋아서인지 좋은 집주인들을 만났고, 집주인이 집을 팔기 전까진 처음 계약한 금액으로 몇 년을 살았었다.


홍췐루를 떠나 한국인이 적은 곳으로 이주를 하다 보니 집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홍췐루에서 집을 구할 땐 몇 집 볼 필요도 없이 이사날짜와 금액만 맞으면 바로 바로 이사를 결정했었다. 집 구조며, 가구며 가전이며 그렇게 맘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기에 별 문제없이 이사를 결정했었다.


하지만 홍췐루를 떠나 보니 방구조도 하나같이 다 이상하고, 왠 말도 안되는 가구들이 떡 하니 집을 차지하고 있고, 냉장고는 마치 사무실에서나 쓸법한 귀여운 사이즈의 냉장고가 부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홍췐루라고 이런 집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에 보는 광경에 점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이동네 집도 많은데 천천히 보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던 마음은 집을 보러 다니면 보러 다닐수록 이러다 계약날까지 집을 못 구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동안 살면서 웬만한 살림 다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풀옵션 보다는 최대한 가구나 가전이 없는 쪽이 편했다. 40도가 넘는 날씨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려니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다. 집세는 또 왜 이렇게 올랐는지…. 갑자기 집 없는 설움이 훅~밀려왔다.


여러 집을 보았지만 도무지 맞는 가격의 집은 구할 수 없었고, 결국 집세만 맞으면 무조건 계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며칠을 기다렸다. 집을 보러 다닌 지 3주만에 지금의 집을 구했다. 방이 3개라고 해서 왔는데 막상 와보니 집주인이 방을 하나 없애 거실로 리모델링을 한 상태였다. 처음엔 방이 2개여서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맞는 가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다시 와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춰보니 방이 2개여도 우리 네식구 사는 덴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집주인이 방이 있던 자리에 벽을 세워 다시 방을 만들어도 된다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계약을 하고 나서 집을 둘러보니 얼마나 산다고 방을 만드나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방 2개에 운동장같은 거실을 누리며 사는 걸로 결정했다.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은 지금까지 살았던 집들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하다. 그 동안 아이들 때문에 소파없이 살아왔는데, 이 집엔 별장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아주 화려하고 큰 천쇼파가 거실에 떡 하니 놓여있다. 대리석 바닥 또한 최강의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정말 아줌마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청소가 쉽지 않다. 그 동안 비주얼은 별로였지만 실속 있는 집에서 살았던 것에 감사하라는 신의 뜻으로 알고 이 번 집에서도 무탈하게 잘 살다 나갈 수 있길 바래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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