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빈티지, 앤티크. 모두 현재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라 하겠다. 2015년부터 이 유명 패션 하우스의 지휘봉을 잡게 된 미켈레는 CEO인 마르코 비자리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모든 것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의 새로운 구찌에서는 무언가의 부흥, 그리고 부활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의 컬렉션들은 중세 시대,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적 요소 등등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디자인들이 차용하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 모티프들이 소지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동서양 간의 문화적 교집합을 정교하게 풀어낸 미켈레의 구찌가 중국 시장에서 다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상당히 자명했던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오리엔탈리즘과 시누아즈리
역사는 반복한다. 이는 문화사적 측면에도 해당되는 문구이다. 동양 문화에 대한 유럽의 매혹은 중세 시대부터 시작되어, 18~19세기에 절정을 이루었다. 이런 예술 사조는 오리엔탈리즘이란 집합적 용어로 총칭된다. 그중 하나인 시누아즈리는 17세기 중반부터 유럽에 유입되어 유행한 중국풍 예술과 취미를 지칭한다.
18세기에 들어서 꽃을 활짝 피운 시누아즈리는 당대 유럽의 바로크, 그리고 로코코 양식과 섞여 독특한 혼합물을 만들어냈다. 이런 경향은 다양한 중국풍의 심볼과 모티프를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통해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미켈레의 구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크와 로코코 문화에 심취한 미켈레의 미적 성향이 투영된 그의 디자인들은 당대 미적 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문화의 교집합
물론, 이러한 중국풍이 현재 구찌의 모든 것은 아니다. 중세부터 빅토리아 시대까지 모두 아우르는 미켈레의 컬렉션은 다채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디자인에 만연한 테마인 호화로우면서도 정교한 모티프와 심볼들은 동양 문화로부터의 영향이 절실했음은 보여준다. 구찌의 이러한 디자인들은 문화적, 그리고 심미적 측면에서 조망한 역사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서양과 동양의 문화와 미학은 미켈레의 구찌 하우스에서 교차함과 동시에 조화한다.
패션은 개인을 표현함과 동시에 어느 한 시대를 대변한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미켈레의 구찌는 한낱 유행에 불과하다고.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관계없이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구찌는 현대 패션 업계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는 미켈레가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를 따를지 안 따를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대다수는 그를 따르고 있다.
학생기자 강지우 (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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