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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논단] 옌타이 국제학교 한국학생 익사 사건

[2017-05-05, 14:43:58]

‘과실의 연속’이 만들어낸 대참사

 

지난 3월 24일, 가슴이 아리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산동(山东)성 옌타이(烟台) 지역 외국인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 두 명이 태국 수학여행 도중 안전사고로 숨진 것이다. 유족의 주장에 따르면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권유에 계획에 있지 않았던 강에 즉흥적으로 들어갔고,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학교 측의 부족한 준비와 미숙한 대응에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고, 한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겨져 있다. 중국 내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나에게 이 사건은 더욱 몸서리치게 가슴을 조여온다.


수많은 과실이 쌓여 거대한 참사에 이르렀다. 사전 답사 전무, 현지 조사 부족, 계획에 없던 즉흥적 활동, 안전 대책 전무, 그리고 사후 조치 미숙, 어느 것 하나 위험하지 않은 요소가 없었다. 해당 지역은 무려 매년 4~5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지만 구명조끼 착용은커녕 현지 가이드의 동행조차 없었다. 어른들의 명백한 잘못에 의해 일어난 이 끔찍한 사건은 무고한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남겨진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이것은 ‘설마’, ‘별일 있겠어’ 하는 무사안일한 태도의 결과물이다.


이번 사건에 있어 학교의 핵심 과오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고자 비슷한 수학여행을 운영하는 YCIS(예청국제학교)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본교에서는 매년 11학년(Year 12) 학생들이 이번 사고의 발생지와 같은 지역인 태국 치앙마이로 2주간 IB Trip을 떠난다. 관련 교사 세 분을 만나 이번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니 교사들은 일제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큰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다음의 중요한 점들을 지적했다. 수년간 이뤄지고 있는 본교의 IB Trip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험요소 점검’이다. 이 과정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요소와 상황을 가정하여 각각의 대응방식을 상세하게 설정하는 대단히 까다로우면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예상치 못한 위험상황에서는 학생은 물론 교사 역시 당황하여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계획과 준비를 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단순 관광이 아닌 신체적 활동이 있을 경우에는 활동분야 전문가 혹은 현지 가이드의 동행은 물론 차량 또한 가까운 곳에 항시 대기시켜 학생들을 무사히 안내하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다. 현지 상황의 변화도 고려하여 필요 시에는 대체활동을 설계해 최선의 안전을 도모한다. 또 같은 상황에 처한 일이 없어 정확한 언급은 꺼렸지만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최대한의 금액이 여행보험을 통해 보상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준비 과정’과 ‘사후 대책’은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작지만 없어서는 안 될 준비 과정에 신중히 대응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옌타이화성국제학교의 부실한 안전대책과 더불어 사고 이후의 무성의한 태도는 모두를 분노케 한다.


이런 부당한 상황에 맞서 유족들과 학부모들은 탄원서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탄원서 내용은 이러하다. 첫째, 학교의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할 것. 사과의 증거로 사고의 책임있는 교사를 처벌할 것. 둘째,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 방안을 만들 것. 셋째, 학교는 잘못한 점에 대해 국제학교의 지위에 맞는 배상을 유가족에게 할 것. 당연히 선행되었어야 할 학교측의 사죄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와 반대로 피해자들이 이를 직접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번 사건은 데자뷰와 같이 태안의 공주사대부고 해병대 캠프 사망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어른들의 책임의식 부재와 상실된 도덕성으로 인해 일어난 참사이다. 학생의 신체적 안전과 심리적 안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시점에 학교측은 제대로 된 대처도 하지 못했고, 후에도 진실된 사과 없이 그저 처벌을 피하고 법망 밖으로 벗어나려 하는 모습이 명백하다.


국민 모두에게 큰 아픔이 된 세월호는 인양비용이 무려 15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사망한 학생들과 승객들을 다시 살려올 수는 없지만, 이 거대한 액수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끝까지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는 결코 묻혀지지 말아야 할 진실 때문이다. 과오를 직면해야만 미래의 또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기에, 옌타이화성국제학교 역시 유가족들에게 진상규명을 하길 바란다.


끝까지 노력하고 행동하여, 물질적 보상뿐만이 아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희생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우리 역시 꽃다운 나이에 우리의 곁을 떠나버린 안타까운 두 친구와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할 남겨진 이들을 위해 슬퍼하지만 말고 함께 뜻을 모아야 한다. 이번 사건의 아픔을 완전히 치유할 순 없겠지만, 이 사건을 절대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고등부 학생기자 이소윤(YCIS Y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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