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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야기] 몇 가지만 기억해도 편리한 띄어쓰기 - 마지막

[2017-04-21, 15:03:42]

(3) 붙여 써야 하거나 붙여 써도 되는 말

 

그동안 띄어쓰기를 세 차례 다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붙여 써야 하거나 붙여 써도 되는 말’들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띄어쓰기가 이렇게 몇 번으로 끝낼 만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세히 파고들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짚어보면서 줄이려 합니다.

 

(1) 지난번에도 잠깐 다뤘지만, 의존명사는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그러나 의존명사 중에는 앞말과 붙어 한 단어가 된 것이 많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붙여 써야 합니다. 많이들 헷갈리는 것이 ‘그때’(‘때’는 의존명사가 아닙니다만)와 ‘그분’인데, ‘그 때’나 ‘그 분’처럼 띄어 쓰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처럼 한 낱말로 굳은 것으로 보아 앞말에 붙여 쓰는 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굳이 외우려 들지 마시고 한번 주욱 훑어만 보세요.

 

∙이것, 저것, 그것, 아무것, 날것, 들것, 별것, 생것, 탈것
∙동쪽, 서쪽, 남쪽, 북쪽, 위쪽, 아래쪽, 앞쪽, 뒤쪽, 양쪽, 한쪽(‘一方’의 뜻. 사과 ‘한 쪽’은 띄어 씁니다), 반대쪽, 오른쪽, 왼쪽, 맞은쪽, 바깥쪽, 안쪽, 옆쪽
∙이번, 저번, 요번
∙이편, 저편
∙이이, 저이, 그이, 이분, 저분, 그분

 

(2)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도 당연히 띄어 써야 하지만 붙여쓰기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순서를 나타내거나 아라비아 숫자와 어울릴 때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스무 살, 두 개, 여섯 마리, 세 자루, 벼 석 섬
∙세시 이십분 십오초, 제삼과, 이학년, 칠층
∙1446년 10월 9일, 1대대, 104동 1203호, 680원, 11개, 25미터

 

(3) 숫자 다음에 ‘개년, 개월, 년간, 시간, 분간, 주간, 초간, 일간’ 등이 올 경우에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합니다.

 

∙ 1 개월/1개월, 1 시간/1시간, 1 일간/1일간(대체로 붙여 쓰지만 두 가지 다 가능함)

 

(참고 1) 그러나 접미사 ‘여(餘)’가 붙으면 ‘10여 분 간’, ‘20여 일 간’, ‘30여 년 간’처럼 ‘여’의 뒤와 ‘간’의 앞에서 띄어 써야 합니다.

 

(4) 한 음절짜리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적에는 붙여 쓸 수 있습니다. 이는 너무 자주 띄어 쓸 경우 쓰거나 보기에 부담스러운 것을 피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좀 더 큰 이 새 집’, 이렇게 쓰면 띄어쓰기는 나무랄 데 없겠지만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 들지요. 이럴 때는 ‘좀더 큰 이 새집’처럼 붙여 쓰면 됩니다. 물론 의미 연결이 자연스러운 범위 안에서 붙여 써야 하기 때문에 ‘좀 더큰 이새 집’처럼 쓸 수는 없습니다. 보기를 더 들어 보겠습니다.

 

∙ 좀더 큰것, 이말 저말, 한잎 두잎, 내것 네것, 이집 저집

 

(5) 명사에 ‘없다’나 ‘있다’를 붙여 한 단어로 다루는 말들도 많습니다. 대개 순 우리말이지만 한자어도 몇 개 있습니다. 보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거침없다, 그지없다, 꾸밈없다, 끊임없다, 다름없다, 덧없다, 두말없다, 물샐틈없다, 버릇없다, 부질없다, 빠짐없다, 사정(事情)없다, 속절없다, 스스럼없다, 시름없다, 쓸데없다, 아낌없다, 아랑곳없다, 어김없다, 어림없다, 어이없다, 어처구니없다, 엉터리없다, 여지(餘地)없다, 영락(零落)없다, 온데간데없다, 일없다, 지각(知覺)없다, 터무니없다, 틀림없다, 하릴없다, 하염없다, 하잘것없다, 한(限)없다, 힘없다
∙가만있다, 값있다, 뜻있다, 맛있다, 멋있다, 재미있다

 

(참고 2) 그러나 앞에 꾸미는 말이 오면 ‘아무 쓸데 없는’ ‘별 꾸밈 없이’처럼 띄어 써야 합니다.

 

(6) 정확한 횟수를 나타내는 ‘한 번’, ‘한 잔’은 띄어 쓰고, 횟수와 관계없이 쓴 ‘한번’, ‘한잔’은 붙여 씁니다.

 

∙노래를 한 번밖에 못 불렀다. ↔ 노래 한번 불러 봐라.
∙딱 한 잔 마셨는데 음주단속에 걸렸다. ↔ 어디 가서 한잔 더 하세.

 

(7) 접두사는 뒷말에 붙여 씁니다. 그러나 붙여 써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관형사로 인정되는 것은 띄어 써야 합니다. 보기에서 앞엣것은 복합어로 보아 붙여 쓰는 경우, 뒤엣것은 띄어 쓰는 경우입니다. 설명하자니 오히려 더 복잡해질 것 같아 생략합니다만, 그 의미와 형태를 곰곰 따져 가면서 비교해 보면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내주일(來週日) ↔ 내 15일
∙대만원(大滿員) ↔ 대 체육 대회
∙매시간(每時間) ↔ 매 회계 연도
∙맨몸(‘空’의 뜻) ↔ 맨 처음(‘가장’의 뜻)
∙별걱정 ↔ 별 이상스러운 소리
∙새봄 ↔ 새 학교
∙신학문(新學問) ↔ 신 교육 과정
∙총공격(總攻擊) ↔ 총 작업 시간

 

(8) 접미사도 앞말에 붙여 씁니다. 이때 또한 붙여 쓰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의존명사로 인정되는 것은 띄어 써야 합니다.

 

∙가부간(可否間) ↔ 문명인 간(文明人間;문명인 사이), 어떻든지 간에
∙세기말(世紀末) ↔ 19세기 말

 

(9) 형용사의 어미 ‘~아/어(와/워/해)’ 뒤에 보조 동사 ‘하다’가 붙어 동사로 전성될 때, ‘하다’를 윗말에 붙여 씁니다. 아울러 명사 또는 부사 등에 접미사 ‘하다’가 붙어 한 단어가 된 말도 붙여 씁니다. 거의 모든 명사와 몇몇 부사가 이렇게 용언으로 전성할 수 있습니다.

 

∙기뻐하다, 힘들어하다, 고마워하다, 무서워하다, 미안해하다, 억울해하다
∙결정하다, 출렁출렁하다, 착하다, 반듯하다

 

(10) 명사 아래 붙어 피동사나 사동사를 만들어 주는 ‘되다’, ‘시키다’, ‘받다’, ‘당하다’도 접미사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결정되다, 방출되다, 오염시키다, 감동시키다, 거절당하다, 이용당하다, 오해받다, 사랑받다

 

(참고 3) 그러나 (9)~(10)의 경우에도 앞에 꾸미는 말이 오면 띄어 써야 합니다. 이때는 한 단어가 아니라 ‘조사가 생략된 목적어와 서술어’가 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세요, 힘든 운동 시키지 마라, 정말 큰 봉변 당할 뻔했구나.

 

(11) 성과 이름, 성과 호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붙여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음으로 이름이나 성 뒤에 붙는 ‘공(公)’ ‘군(君)’ ‘씨(氏)’ ‘양(孃)’ ‘옹(翁)’ 등 호칭어와 관직명 등은 띄어 써야 합니다.

 

∙최순실, 이퇴계, 선우 용녀, 김 찬, 황보 지봉
∙정 공, 박 씨, 태환 씨, 김연아 양, 함석헌 옹, 조 선생, 유 장관

 

(참고 4) 다만 우리말 성 뒤에 ‘가(哥)’나 ‘씨’를 써서 성씨 전체를 나타낼 때에는 붙여 씁니다.

∙우리 이씨 집안에 너 같은 놈은 일찍이 없었다.

 

(12) 기관명, 학교명, 단체명 등 고유명사들은 단어마다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습니다.

 

∙대한 고등학교(원칙) → 대한고등학교(허용)
∙제일 대학교 사범 대학 부속 중학교 → 제일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대통령 직속 국가 안전 보장 회의 → 대통령 직속 국가안전보장회의

 

(13) 전문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경우가 많지만, 신문, 잡지나 일반 서적에서는 거의 붙여 쓰지요. 이는(12)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음 조화(원칙) → 모음조화(허용)
∙만성 골수성 백혈병 → 만성골수성백혈병
∙대륙간 탄도 유도탄 → 대륙간탄도유도탄
∙여름 채소 가꾸기 → 여름채소가꾸기
∙두 팔 들어 가슴 벌리기 → 두팔들어가슴벌리기

 

(참고 5) 다만, 관형사형으로 된 관형어의 수식을 받거나, 두 개 이상의 체언이 접속조사로 연결되는 구조일 때는 붙여 쓰지 않습니다. 또, 두 개 이상의 전문용어가 접속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문용어 단위로 붙여 쓸 수 있습니다.

 

∙간단한 도면 그리기, 쓸모 있는 주머니 만들기,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 바닷말과 물고기 기르기
∙감자찌기와 달걀삶기, 기구만들기와 기구다루기, 도면그리기와 도면읽기

 

(14) 동식물의 분류 단위나 우리말 품종 이름, 그리고 한 음절짜리 말과 어울려 굳은 말은 붙여 씁니다. 이들은 하나의 단어로 보는 경우이므로 반드시 붙여 써야 합니다.

 

∙사과나무, 푸른누룩곰팡이, 이른봄애호랑나비, 가는뿔꼬마새우, 원생동물
∙서울무, 조선호박, 진주교배, 긴알락콩
∙열역학, 원운동, 핵무기, 성교육


  띄어쓰기는 이 정도로 마치려고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를 한다면서 띄어쓰기를 다루지 않을 수 없기에 애써 정리해 보긴 했으나, 복잡하기만 하고 재미가 적어 저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몇 년 전 써 놓은 원고를 다시 손보아 올리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가장 미묘하고 복잡한 부분이기에 좀 더 정확히 하려고 한 단어 한 단어 샅샅이 확인하다가 결국 처음부터 새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동안에 띄어 써야 할 말과 붙여 써야 할 말이 적잖게 바뀌었기에 묵은 원고를 고치는 것이 오히려 더 헷갈렸기 때문이지요. 명색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제가 이렇게 우왕좌왕했으니 보통 사람들이야 오죽할까요.

 

  그러다 보니 미처 다루지 못한 것도 많은데,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면 하나의 단어로 볼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끊임없이 국어사전을 뒤적이는 것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stdweb2.korean.go.kr)’을 컴퓨터나 휴대폰의 즐겨찾기에 올려놓고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세요. 사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 들어가 여러 가지 규정이나 용례들을 살펴보고,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국립국어원 누리집 ‘묻고 답하기’에서 검색해 보세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은 거의 다 올라와 있으니 참고할 만합니다. 저도 글 한번 쓰려면 수십 수백 번씩 사전과 규정, 문답 등을 뒤적이며 확인하고 또 확인한답니다.

 

다만 국립국어원에서조차 이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정리해 놓은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맞춤법과 표준어도 그러하지만 띄어쓰기는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로서는 그렇게 깊이까지 알아야 할 까닭은 없을 듯합니다.

 

김효곤(둔촌고등학교 교사, ccamya@hanmail.net)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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