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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현대를 밝힌 여성들④ 삶 자체가 대표작이 된 '딩링(丁玲)'

[2017-04-21, 14:46:58]


 

20세기 중반의 프랑스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앙드레 말로는 “그녀의 일생이 곧 그녀의 대표작이다”라고 그녀의 삶을 평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운 중국의 정치가인 마오쩌둥은 그녀를 “어제의 문학소녀, 오늘날의 대장부(昨天文小姐,今日武将军)”라고 칭했다.


딩링이 살아있었을 당시 중국은 급변하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다. 1911년대에는 청을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성립시킨 민주주의 혁명인 신해혁명이 일어났고 1949년에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한 후 마오쩌둥을 주석으로 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 뒤를 이어, 1966년부터 전국의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부르주아계급의 자본주의와 봉건주의 요소를 타도하기 위한 문화대혁명이 중국을 휩쓸었다. 이토록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대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념을 지키며 자유로운 영혼과 뛰어난 필력으로 불평등한 여성 지위에 불만을 갖고 담대하게 글을 써내었던 그녀는 바로 중국 현대 여류작가인 딩링(丁玲)이다.

 

굴곡의 역사 속 피어난 한 떨기의 꽃


딩링의 본명은 장웨이(蒋伟), 자는 빙즈(氷之)로 1904년 10월 12일 후난성 창더에 있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부친의 고향인 린리현에서 자랐다. 마약과 노름, 술에 빠져 재산을 모두 탕진한 부친이 요절 한 뒤, 딩링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친구인 샹징위(向警豫)를 통해 신사상을 접하였다. 샹징위는 프랑스 유학 1세대로 딩링에게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었고 많은 번역소설과 문학잡지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보여주며 딩링의 벗이 되어주었다. 이러한 신사상을 바탕으로 딩링은 자신의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경험한 뒤 부계 종법제의 잔혹함을 깨닫고 이에 대한 반발에 자신의 성을 버리고 딩링으로 개명하였다.


1922년 딩링은 배움을 찾아 상하이로 떠났다. 상하이에서 딩링은 그녀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봐 주고 일깨워 준 취추바이(瞿秋白)와 사제지간으로 만나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딩링의 많은 작품에서 드러난 섬세한 심리묘사 기법은 높이 평가되어 많은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환영 받았다. 딩링은 그녀의 작품에서 농촌 사회의 가부장적 사회를 비판하며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였으며 또한 고통 받는 하층민의 삶을 그렸다. 하지만 이러한 당찬 문학작품은 그녀를 반혁명자로 내몰아 하루아침에 그녀를 문화부의 정점에서 끌어내렸으며 약 20년간 모든 권리를 박탈하였다. 1979년 딩링은 복권되었으며 1986년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중국 여성주의의 탄생


많은 작가들은 보통 작품 안에서 자신들의 이념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현실에서도 육성으로 울리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딩링이야말로 격변의 소용돌이에서 자신만의 잣대를 꿋꿋이 세우고 지킨 여류작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딩링은 중국 여성주의의 탄생을 이끌고 몸소 실천한 작가이다. 과부의 재가를 금하던 사회적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세 번 결혼한 것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녀의 선구적인 사상은 그녀의 작품인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我在霞村的时候)’, ‘소피의 일기(莎菲女士的日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딩링의 ‘내가 안개마을에 있을 때’는 위안부에 끌려갔던 여성이 마을로 돌아온 뒤 그녀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묘사한 단편소설이다. 몸도 마음도 뭉그러진 그녀를 바라보는 주의의 차가운 시선들과 소녀의 섬세한 내면묘사는 딩링의 비판적인 시각이 묻어져 나온다. ‘소피의 일기’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며 “죽은 듯이 고요한 문단을 공격한 하나의 폭탄이었다”라는 서평을 받을 만큼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딩링은 일기 형식의 ‘독백’과 ‘관찰’을 통해 낭만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동시에 성적 욕구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신여성 소피를 그린다. 소피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표출해내고자 하지만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테두리에 갇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해 내지 못한다. 딩링은 여성이 여성성에 제한되어 받는 고통과 이들이 성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당당하고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피의 일기는 비록 1927년에 쓰였지만 2017년에도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에도 여성에 대한 봉건적 가치관이 깨지지 않은 채 사회 속 곳곳에 만연해있다. 사회는 많은 여성들에게 아름다움과 날씬한 몸매를 요구하고, 그들의 순결을 강조하며 여성으로서의 미덕을 갖추기를 원한다. 아직까지도 여성해방은 완벽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성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섬세하고도 담대했던 여류 혁명가 

 

 
딩링은 현실과 호흡하며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정치를 바라본 여성이다. 그녀는 실제로 중국 혁명사라는 무대 위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임하였다. 딩링은 사랑하는 남편이 국민당 정부에 의해 살해당한 뒤, 1932년 공산당에 가입하였다. 그 후, 1936년 본격적인 홍군 활동에 가담하여 연안에 위치한 공산당 본부에 들어갔다. 그녀는 농촌을 순회하며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1930년대에는 농민들의 수난을 다룬 소설이 주를 이룬다. 그중 그녀의 대표작 ‘태양은 쌍간강 위에서 빛난다(太阳照在桑干河上)’는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토지개혁 열기를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형상화하였다. 이 소설은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1952년에 스탈린 문학상 2등 상을 수상하였다.

 

딩링의 삶과 문학은 날카롭고 냉철한 시각으로 중국 근현대를 관통한다. 그녀의 궤적에는 여성주의의 탄생과 전개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으며 그녀가 느꼈던 슬픔, 좌절, 딜레마 모든 감정 또한 숨 쉬고 있는듯하다. 그 당시에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사상과 방향을 제시했던 딩링의 작품을 읽으며 중국 근현대를 바라본 딩링을 마주하는 것은 어떨까?

 

고등부 학생기자 조은빈(상해한국학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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