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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탐색: 외교관② “외교관, 부드러움과 단호함 동시에 갖춰야”

[2017-04-14, 13:48:34]


주 상하이 싱가포르 총영사관 ‘베아트리스 여’ 영사


 

주 상하이 싱가포르 총영사관 근무

2012년 싱가포르국립대학 졸업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 등지에서 근무 

 

‘외교’라는 것은 혼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외교를 할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의 외교관들은 자국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화려한 모습 뒤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나 싱가포르와 같은 다언어 국가에게 외교는 중요하다.
한국의 외교관과는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주 상하이 싱가포르 총영사관의 베아트리스 여 영사(Yeo Ai Hwee Beatrice)를 인터뷰해 보았다.

 

Q. 외교관이 된 계기는?


처음부터 외교관이 되겠다고 굳게 결심을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대학생 때 우연히, 자연스럽게 외교관 일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싱가포르의 대학교는 졸업 시즌에 공무원이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외국어 실력에 자신이 있었고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외교부에 인턴십을 지원했다. 이후 자카르타에서 1개월 정도 일을 하면서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계속 이 길을 걷게 됐다.

 

Q. 여러 나라를 경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 대신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국제적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국가이다. 작은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또는 어떻게 자리를 잡고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Q. 외교관으로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각각 꼽자면?


가장 좋은 점은 해외에 나와 정부를 대신해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성취감’에 있다. 대체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령 싱가포르 총리의 중국 방문을 기획한 일, 성공적으로 협상을 해낸 일 등이다. 또 세계 뉴스를 빠르게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등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생각한다.
반면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과의 관계 유지라고 생각한다. 2~3년 주기로 국내와 해외를 오가야 하는데 부모님과 지속적인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고,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적응을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을 지우게 된다.

 

Q. 가정 내 남성의 역할을 중요시 하는 아시아 사회에서 여성 외교관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개인적으로 부모님과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의 오픈 마인드 덕에 외교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며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결혼 이후 임신을 하고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피한 문제다. 주변의 선배나 동료들 중 성공적인 여성 외교관을 본 사례가 많지 않다. 남성들에게도 물론 비슷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아직은 여성 외교관에게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Q. 외교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개방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계속해서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고정관념을 가진 채 세상을 보게 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생각을 발전시키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Q.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있을 텐데 어떻게 대처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용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도 있으므로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러워져야 할 때에는 상대가 나를 쉽게 보지 않을 정도로, 또 단호해야 할 때에는 상대가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제나 ‘관계’가 중요하므로 수평관계를 수직관계로 만들거나 관계를 깨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대방과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Q. 외교관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의외로 외교관에게 언어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외교관이 되어서도 국가의 지원을 통해 외국어를 공부할 기회는 충분히 주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국가에 대한 파악을 하는 것이다. 또한 외교관과 세계의 뉴스는 떼어놓을 수 없다. 어떤 사건이든 자국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중요한 사건을 간파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사회학을 전공한 것이 어느 국가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선배 외교관들이 항상 중요하게 여기는 학문으로는 역사와 철학이 있다. 역사와 철학을 통해 다른 국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나중에 협상을 할 때에도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고 반응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국제관계학도 외교와 밀접한 전공이다.
한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외교관이란 직업에 대해 잘 이해하라는 것이다. 외교관으로서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 직접 일을 하다 보면 감정과 머리를 쓸 일이 많기 때문에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많다.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해보거나 주변에 그런 사람을 찾아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등부 학생기자 정형주(콩코디아 11), 조은빈(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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