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대응 방법을 두고 입장 차이가 극명한 두 지식인이 지난 26일 웨이보에서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 국민들에게 롯데 불매 운동 및 반한 감정을 조장하던 환구시보(环球时报) 편집장 후시진(胡锡进)과 중국 ‘민간 차원의’ 감정적 대응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쑨리핑(孙立平) 칭화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쑨 교수는 앞서 14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에 사드 문제는 외교적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매체가 민중을 선동해선 안 된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민중이 선동되기 시작한 후 통제가 되지 않아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현 중국의 롯데, 한국을 향한 감정적 대응은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며 중국 내 외국계 기업, 이후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국 자본이 없어도 우리는 자력갱생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겐 “참으로 호기가 넘친다”며 “이 넘치는 호기를 현대 경제학 지식을 쌓는 데 쓴다면 국가, 사회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국가가 민중을 선도해 외국 자본을 억제하려고 했던 적이 언제인지 찾아보라”며 “부디 스스로를 ‘얼간이’ 대열에 합류시키지 말라”며 강한 어조로 호소했다.
후시진 편집장이 속해 있는 환구시보는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지난 몇 달간 사설, 평론 등을 통해 롯데 불매 운동, 한국 문화 제재 등 민중의 사드 대응 방법이 진정한 애국사상의 실현 방법인 양 사실상의 ‘선동’을 해 왔다.
사드를 둘러싸고 양단의 대립 관계에 있던 두 지식인은 지난 26일 중국 내 논쟁이 되었던 ‘위환(于欢) 사건’을 계기로 웨이보에서 설전을 벌이게 됐다.
‘위환 사건’은 지난 2월 중국 산둥성에서 자신의 모친이 빚을 갚지 못해 눈앞에서 채권자들에게 능욕을 당하는 모습을 본 후 아들인 위 씨가 채권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말한다. 이후 산둥 법원이 위 씨에게 정당 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해 중국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이에 후 편집장은 위환 사건 논란에 대해 “대중의 의혹은 근거가 있고 논란을 통한 국가 공권 기관에 대한 감독은 중시되어야 마땅하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그 중) 일부 목소리는 논란을 틈타 국가 전체를 어지럽힌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결코 대중의 주류가 아니며 공정하게 사법 처리된 위환 사건이 이들에 의해 간섭을 받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쑨 교수는 위환 사건에 중국 최고인민검찰 파견 인원이 재조사 한다는 소식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롯데를 억제하면서도 불매 운동을 벌이지 않았다고 증거를 가져오라는 대응을 빗대며 매번 잔재주로 이겨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부의 공신력과 사회 생활의 규칙 모두 없어졌다며 “잔재주로 큰 손해를 봤다”고 꼬집었다.
후 편집장은 쑨 교수에게 “위환의 사건과 사드와 롯데를 엮냐”며 “이런 혼탁한 생각이 모든 일을 다 국가 탓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칭화순리핑’ 아이디 중 앞의 두 글자 ‘칭화’를 떼는 게 어떻겠냐”고 공격했다.
이에 순 교수는 “당신이 올린 글의 댓글을 똑바로 보라”며 “그쪽이 껴서 설명할 수준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 방침이 나오면 누군가는 나와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미지가 좋은 사람이 나오면 정부에 플러스가 되고 이미지가 나쁜 사람이 나오면 감점이 되기 마련”이라며 “매번 후 편집장이 나올 때마다 모두 다 욕을 하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정부에 감점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후에도 이어진 쑨리핑의 공격성 발언에 후 편집장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는 것으로 설전은 마무리됐다.
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