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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소영 작가 "출근길 명화 한 점 어때요?”

[2017-03-04, 04:50:00] 상하이저널

책읽는 상하이 26강
“출근길 명화 한 점 어떠세요?”
그림을 이야기하는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


  

갤러리 벽면에 조명을 받으며 거룩하게 걸려 있던 명화가 휴대폰 속으로 들어왔다. 출근길에 한 점, 일상이 무료할 때 한 점, 힘들고 지칠 때, 즐겁고 기쁜 날에도, 그림 한 점으로 위로 받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일상, 음악을 듣듯 그림을 보는 사람들, 이소영 작가가 그리는 세상이다. <명화보기 좋은 날>, <출근길 명화 한 점> 등 그녀의 책 제목에서도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짐작이 간다.

 

“그림은 매일 먹는 밥”


“제게 그림은 매일 먹는 밥 같은 존재에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고, 심지어 어떤 힘든 상황이나 기쁜 상황에 화가들의 명화가 자주 떠오르기도 하죠.”


이소영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거나 그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도 미대로 진학했다. 금속공예과에서 학부 4년간 실제 작업을 위주로 공부했다. 석사는 이론이 궁금해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지금은 미술교육 박사과정 중이다. 그녀는 현재 ‘소통하는 그림연구소 빅피쉬미술’에서 아이들에게 미술교육을 하고 있다. 전시 해설과 명화 강의를 하며, 신문 지면과 온라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림을 전하고 있다. 또 그녀가 운영하는 네이버 포스트는 구독자가 무려 3만여 명에 달한다. 그녀는 그런 자신을 삶에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그림을 전달하는 ‘아트메신저’라 칭한다. 


그녀는 전시해설을 하고 그림 이야기를 전하는 이 일이 참 소중하고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한 번은 미술관에 시각장애인이 오셔서 그림이 보이지 않아도 설명만이라도 듣고 싶어했고 “설명만으로 상상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해 큰 감동을 받았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그림이 어렵나요?”


상하이에는 크고 작은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하지만 많은 교민들은 갤러리, 명화에 대한 거리감을 느낀다. 명화를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휴대폰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쉽게 듣는 것처럼 휴대폰으로 틈틈이 명화를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명화나 화가 정리가 잘 돼있어요. 그런 식으로 우리가 매일 들고 다니는 휴대폰을 활용해 조금씩 미술공부를 하거나 명화를 찾는다면 음악을 듣는 것처럼 미술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갤러리에 꼭 가야 명화를 볼 수 있다’거나 ‘미술관 가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건 잘못된 생각이거나 핑계에 불과하다며 에둘러 말한다. 그녀는 또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갈 때 강조하고 싶은 한가지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음악도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미술 역시 종류가 다양해요. 역사성이 있는 작품, 팝아트처럼 친근하고 쉬운 작품, 도무지 이해가 잘 안가는 작품 등. 그런데 이해가 안되면 괴로워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미술이 어려워지죠. 전시관에 가면 보통 작품들이 수십 점 수백 점 있는데 그 안에서 딱 한 작품만이라도 마음에 담아 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은 작품 중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작품이 있거든요. 그 작품이 ‘나만의 명화’에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이 좋아요”


그렇다면 이소영 작가만의 ‘명화’는 어떤 작품일까. 그녀는 흑인 노예출신 화가 ‘빌 트레일러’라고 말하며 그에 대해 소개한다. 빌 트레일러는 80대까지 노예로 살다가, 몸이 안 좋아 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거리의 노숙자가 되어 생활한다. 그때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쓰레기통에서 주운 몽당연필, 케첩이나 커피 등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년간 2000점 정도를 그렸으니 상당히 다작한 작가다. 지나가던 한 미대생이 빌 트레일러 할아버지를 보고 좋아해 작은 전시회도 열어주기도 했다.


“정식으로 미술교육 받지 않고 뒤늦게 미술을 시작하거나 장애우들 혹은 정신병자들의 그림을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고 불러요. 저는 정식 미술사내에서 유명한 화가들보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을 좋아하죠. 이런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보면 예술이라는 것이 꼭 풍요로운 주변환경 속에서 시작하는 것만이 아니라 척박한 상황에서도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아주 힘들고 아무것도 없는 순간에도 표현의 욕구가 시작되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빌 트레일러의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됐다고 밝힌다.
 

 이소영 작가의 ‘내 인생의 명화’ 흑인 노숙자 화가 ‘빌 트레이러’와 그의 작품.

 

그녀가 꼽은 중국 화가 ‘아이웨이웨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녀는 요즘 좋아하는 작가로 ‘아이웨이웨이(艾未未)’를 꼽는다.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두하는 화가들도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세계의 문제를 표현하는데 집중하는 화가들도 있는데, 아이웨이웨이는 후자에 속한다는 것.

 

특히 서양의 명소에 7개, 5개 나눠 설치 전시하는 ‘십이지신 조각상’ 작품을 추천한다. 이 십이지신 조각상은 중국 청나라 황실 정원인 원명원(圓明園)의 시간을 알리는 분수에 있던 조각작품이 그의 작품의 모델이다. 안타깝게도 원명원은 2차 아편전쟁 때 심하게 파괴되고 원형 동상들도 거의 약탈당했다. 아이웨이웨이는 현존하는 7개 동상을 모델로 작품을 만들고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나머지 5개의 동상은 상상으로 재현했다.

 

그래서 전시할 때 7개의 동상과 사라진 5개의 동상을 따로 놓는다. 보는 사람들은 모두 서양의 궁전에 이질감을 가진 채 서있는 십이지신 조각상을 보면서 ‘5개의 동상은 어디로 갔지?’ 혹은 ‘왜 따로 떨어뜨려 놓았지?’하며 의문을 가지고 찾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진 역사 속 동상들의 사연이 아이웨이웨이의 전시 덕분에 널리 알려져 조금 명확해질지도 모르겠어요. 많은 문화재가 타국에 의해 약탈당한 아시아에 이런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죠.”
 

 이소영 작가가 추천한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圓明園)’와 그의 작품 <십이지신 조각상>

 

이소영 작가가 들려준 미술세계에 빠져들었다. ‘아트메신저’ 역할의 중요성이 느껴지며 더 많은 작가와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는 11일 <책읽는 상하이 26강>에서 그녀가 전하는 미술 이야기를 들어보자.


•블로그 bbigsso.blog.me
•포스트 post.naver.com/bbigsso
•저서: <명화보기 좋은 날>, <출근길 명화 한 점>,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그림은 위로다>, <다시 태어나는 시간> 등.

 

책읽는 상하이 26강
이소영 작가 초청
•3월 11일(토) 오후 3시
•윤아르떼(合川大厦3楼F室 허촨루역 1번 출구)
www.yoonarte.com
www.shanghaibang.com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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