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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칼럼] 중국 며느릿감•사윗감, 공원에 가면 답이 보인다

[2017-02-28, 17:21:07] 상하이저널



춘절(春节) 기간 집안 큰 행사의 하나는 미혼 자녀들에게 맞선을 보게 하는 일이 됐다. 연애 결혼이 주를 이뤘던 과거에 비하면 의외의 변화다. 도시의 바쁜 일상과 싱글족 남녀의 증가에 따라, 맞선 중매는 혼인대상을 찾는 지름길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SNS 상에서 우연히 연이 닿아, 혹은 본인이 주동적으로 맞선 중매 사이트를 통해 배우자를 찾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흔히 나이 든 미혼 여성을 성뉘(剩女), 즉 골드 미스라 부른다. 늘씬한 키, 고학력의 고소득자이지만 아직 알맞은 상대자를 찾지 못한 노처녀다. 중국 교육부가 발행한 2006년 171개 신조어에 처음 등장했다. 성뉘, 글자대로라면 ‘결혼하지 않고 남아 있는 여성’쯤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아무튼 30세 전후의 미혼 여성을 지칭하는 유행어가 됐다. 덩달아 성난(剩男, 노총각)이란 단어도 파생됐다. 한마디로 치링허우(70후), 빠링허우(80후), 지우링허우(90후) 미혼 남녀를 일컫는 얘기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 여성의 최적 가임기는 23~30세로, 신랑은 30~34세, 신부는 22~25세 때, 가장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이들 성뉘(노처녀), 성난(노총각) 혼사를 위해 집안 어르신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직접 나섰다.

 

 


<중국 성뉘(剩女)의 자화상>

 

 

中 중매장소의 효시 ‘상하이 인민공원’


수요가 공급을 낳는다. 베이징 중산공원은 맞선 중매 장소로 소문난 곳이다. 이곳에 가면 중년 어르신들이 뭔가 흥정하듯 북적대는 색다른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던 곳이 아름아름 소문을 타다가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맞선 중매 성지가 됐다. 이른바 ‘맞선 장소(相亲角)’다.


이러한 맞선 중매 장소는 베이징뿐만이 아니다. 그 효시는 상하이의 인민공원(人民公园)이라 한다. 2004년도 상하이 인민공원에 바람 쐬러 나온 어르신들끼리 자연스레 과년한 자녀들의 중매와 혼사에 관한 걱정거리를 나누던 것이 발단이 돼서 오늘날의 자생적 혼인시장으로 탈바꿈했다는 설명이다.

 

상하이 인민공원은 시내 중심가에 있다. 면적이 약 1000여m²로 혼인시장이 서는 날에는, 2000명 정도가 운집한다고 한다. 지금은 텐진 중신공원(中心公园), 충칭 홍야동(洪崖洞), 광저우 텐허공원(天河公园), 시안 거밍공원(革命公园) 등 대도시로 불길처럼 번져나갔고, 어지간한 중소도시에서도 맞선 중매 공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게 됐다.

 

댁이 자녀 나이는? 키는? 차는?


이곳 단골손님은 물론 중년 줌마들이 압도적이고 더러 중년 아재들도 눈에 띈다. “자녀 나이가 몇인가요? 키는? 학력은? 직업은? 차와 주택은요?”를 묻고 답하는 대화가 바삐 오간다.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이산가족 찾기 장면이 결코 아니다. 조건이 맞으면 대화가 한층 진지해지고 깊어진다.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이면 벌어지는 베이징 중산공원 혼인시장 풍경이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나 비지땀 땡볕도 아들 딸 혼기를 걱정하는 아재, 줌마들의 열정을 어쩌지 못한다. 자녀 이력서와 결혼조건을 내세운 대자보를 나뭇가지에 걸거나 땅바닥에 붙여 놓고 호객을 한다. 
 

 

<며느릿감, 사윗감을 구하는 공원 대자보>

 

명문대 석박사, 해외 유학파까지


접이식 휴대용 의자, 차를 담아온 보온병 그리고 자녀 정보로 가득 채운 대자보가 이곳 혼인시장의 필수 휴대품이다. “베이징 출신 규수, 89년생, 신장 164cm, 용모 단정, 베이징 명문대학 금융학 석사 졸업, 일류 금융기관 근무, 부모 모두 간부급, 경제조건 양호…”각양각색의 구혼 정보를 담은 대자보가 중산공원 천변에 장사진을 이루며 좌판시장을 연상케 한다.


대자보에 오른 약 70~80%가 여성이고, 남성 비율은 매우 낮다고 한다. 대부분 대학 이상의 고학력에다가 명문대 출신의 석•박사나 해외 유학파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베이징 호구에다가 주택과 차량도 소유하고 있다. 이력서에 쓸 정보가 많고, 조건이 좋은 대상일수록 혼인조건도 까다로운 것은 당연지사다.


이곳에 나온 한 줌마는“우리 집 애는 자기 사업에 바빠서, 나이 서른이 되도록 색싯감을 만나지 못했다. 여러 번 애원하다시피 독촉한 끝에 겨우 승낙을 얻어 이곳에 나와 봤다”며 멋쩍게 웃었다. 며느릿감 조건은 ‘성실하고 술• 담배 안 하면 된다. 우리는 베이징 토박이고 차량과 주택도 있다. 며느릿감의 경제조건은 그리 좋지 않아도 괜찮다’고 밝혔다.

 

 

 

중매공원의 혼인 성사율은?


이러한 혼인시장은 이제 중국 국내를 넘어 차이나 타운이 형성된 미국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도 흥행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맞선 중매 공원의 한 켠에는 의례히 해외 유학파를 위한 ‘해외 코너(海外角)’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어떤 공원에서는 결혼정보회사가 주동이 돼서 정기적으로 대규모 ‘맞선 중매 공개행사’를 주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혼인 성사율은 얼마쯤 될까? 중국청년보(中国青年报)는 정확히 집계할 수는 없지만 1% 남짓일 것이라고 보도한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다 보면 잇속만을 노리는 직업적 장사꾼도 함께 꼬이는 법. 요즘은 사기성 중매쟁이들이 순수했던 맞선 중매 공원 물을 흐려 놓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주의가 요망된다고 한다.
혹시 며느릿감, 사윗감을 찾고 계신가요? 인근공원으로 가보세요.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상하이 인민공원의 혼인 좌판상> 

 

 <상하이 인민공원의 혼인 좌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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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에서 30여년간 중국경제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한국무역협회 홍콩/북경/상해 본부장 및 중국실/아주실/지역연구실장을 지냈다. 서강대(중국학 석사), 대만정치대(MBA)에서 공부했다. 또 한국무역협회 자회사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코엑스)의 부동산 복합시설관리 전문회사인 <(주)이노바스>에서 3년간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국무역협회 중국전문위원으로 무역아카데미, 대학, 기업체 등에서 우리 기업의 대중국교역 및 투자진출, 한중 FTA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중경살림>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중국진출 실무가이드>, <중국의 관세제도>, <한중 FTA와 정책시사점>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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