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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논단] 친구도 적도 아닌 프레너미(frienemy) 일본

[2017-03-01, 07:51:05]
약 100년 전, 한국 곳곳에선 ‘조선 독립 만세!’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조선인들은 일본군에게 무참히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잡혀가 고문을 당했지만, 독립의 의지는 굽혀지지 않았다. 조선의 독립의지를 일본, 아니, 세계에 알린 3.1운동이 일어난 날이었다.

그 이후 1945년 8월 15일까지 조선과 조선인들은 일본에게 짓눌리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경험해야 했다. 그 치욕의 감정과 역사는 사람들의 입과 펜을 따라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온다.

광복 후 약 6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 문화를 동경하는 감정과,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에서 나오는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좋아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나라, 또 싫어하지만 싫어할 수 없는 나라, 일본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일본을 향한 분노의 감정에 휘둘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팬들이나,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매국노,’ ‘쪽바리’라고 비난을 퍼붓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언론을 통해 일본의 혐한운동을 보고 한국도 똑같이 혐일, 반일을 행하자는 주장도 흔히 들을 수 있다. 1900년대 중반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일본에 대한 반감과 현재의 그것은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많이 없다. 친일파를 척결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일본 문화를 검열하는 모습은 1990년대 전까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일이었다.

그러나, 그 화를 표현하고 대하는 태도에선 크나큰 차이가 느껴진다. 일본과 어느정도 비슷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현재, 일본을 ‘나쁜놈’으로 보는 한국인이 많다. 대조적으로, 일본보다 훨씬 힘이 약했던 1900년대 한국은 일본을 극복해야 할 ‘그림자’로 봤다. 현재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을 ‘극일감정’이다.

극일감정이란,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대결이든, 심지어 자그마한 바둑경기일지라도, 일본에 승리를 해 ‘한국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감정이다. 감정적으로 휘둘려 무분별한 비난을 퍼붓는 현재와 대조되는, 건강한 면이 있는 감정표현이다. 일본에 대한 반감을 열정과 스포츠맨십으로 승화시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마음이 20세기 한국에 만연했다. 그 결과, 소니와 파나소닉을 뛰어넘은 삼성과 엘지가, 제이팝을 뛰어넘은 케이팝이, 일본 드라마를 뛰어넘은 한국 드라마가 등장했던 것이다.

다만, 일본에 대한 반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모습에서 그쳐선 극일을 할 수는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나.

‘극일’과 함께 자주 쓰이는 단어, ‘지일(知日)’이다. 일본의 역사, 철학, 문학 등을 파악한 후, 일본과 경쟁을 해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많은 한국인들은 언어, 애니메이션, 음식, 음악을 좋아하는 감정과, 한국인으로서의 애국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러나 일본을 좋아하는 마음과, 일본을 견제하는 마음 둘 중 어느 하나도 머릿속을 완전히 지배해선 안된다. 문화는 문화대로, 역사와 정치는 그것대로 감정을 구분하는 확고하고 중립적인 마음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일본과 일본어를 공부한다고,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고 사람에게 비난을 퍼붓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되려 일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하고 극복해 나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것이 극일에 이바지할 수 있다. 역사, 철학, 문화 등을 공부해 일본이 외교적으로 왜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지 알고, 또 어떤 대응을 할지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상대방에 대한 많은 지식을 보유하는, 지피지기의 자세가 백전백승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과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과연 그 무시하는 감정이 일본이 정말 무시할 만 한 나라여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반세기 먼저 선진국 타이틀을 얻어낸 국가가 무시할 만 한 나라인 것일까? 대조적으로, 일본은 한국, 중국,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에 대한 연구가 깊게 발전해 있다. 한국도 똑같이 학문적 발전을 일구어 내야 비로소 일본에 승리하기 위해 정면으로 일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분노와 일제강점기에 대한 상처는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품고 있어야 할 마음이다. 그러나 분노를 욕설과 폭력으로 표출하는 이와, 운동이나 공부를 통해 자기발전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이가 다르듯이, 일본에 대한 한을 비난으로 표현하는 것은 결국 상대방도 우리에게 똑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 뿐이다. 일본의 잘못을 인정하며 일본에 대한 호감을 인정하되, 그 감정을 뚜렷이 구분하고, 일본에 대한 원망과 지식을 국가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방향을 앞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고등부 학생기자 정형주(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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