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 등 각종 경기를 보며 응원할 때 우리는 자주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해 흔히 쓰이는 이 구호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끊임없이 싸우자”라는 의미의 ‘화이토’를 외치면서 응원 구호로 변질된 것이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일제의 흔적이 묻어있는 말들을 의미 없이 사용하고 있다.
광복한지 71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일제의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 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군 위안부 망언 등이 있을 때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으나 명쾌한 해결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식민통치시절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안에 있는 일제의 잔재들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 생활과 풍습의 왜곡
일제는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생활과 풍습을 왜곡했고 탄압했다. 그 공백을 대신 채워나간 것은 일본 및 서구 우월주의적 문화관념이었다. 일제는 대동놀이, 장치기, 돌싸움, 횃불싸움 등 공동체적인 집단놀이들을 법으로 강제했다. 새해에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화투도 사실상 일본인의 세계관을 담은 그림의 패가 많으며 화투에서 쓰이는 용어도 일본어가 많다. 또한 일제는 민족말살통치 당시 행정조직과 경찰을 총동원해 가정마다 일일이 창씨개명을 강제로 밀어붙였는데, 이 때 여자 이름 끝의 ‘자子’, 남자 이름 뒤의 ‘랑郞’자, ‘웅雄’자, ‘식植’자, ‘일一’자 등은 창씨개명을 한글로 바꿨을 때의 이름이다. 현재도 이러한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일제잔재가 깨끗하게 청산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듯 하다.
학교 안에 남아있는 일제 문화
일제의 잔재는 모두 청산되어야 마땅하지만 학교 안에 관행적으로 남아있는 일제의 학교 문화는 무엇보다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올 때, ‘차렷과 경례’를 통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지만 그것은 일제시대 권위적이고 중앙 중심적인 군사문화의 잔재 중 하나였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조례를 하곤 하였는데 그것 또한 일제가 학생들을 쉽게 세뇌시키고 통제시킬 수 있게 만들어놓은 하나의 규칙이었다. 실제 한국에서는 아직도 일제 때 방위(方位)에 따른 학교 이름이 많다고 한다. 일제 때의 ‘방위작명법’은 문화통치 시절 식민통치 편의를 위해 학교 이름에 동서남북의 방위명을 사용한 것이다.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뜻의 국민학교가 1996년 초등학교로 바뀐 것처럼 교육 면에서의 일제 잔재는 사라져야 한다.
‘왔다리 갔다리’도 일본의 잔재
우리 생활 속에서 일본의 잔재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언어’다. 몰라서 혹은 익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땡깡부리다’라는 말은 일본어 ‘뗀깡’에서 왔는데, 이는 ‘간질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일제에 따르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일본어의 접속조사인 ‘~다리(하고)’가 우리말 동사와 기형적으로 조합되어 ‘왔다리 갔다리’ 등의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그 외에도 ‘잔반’ 대신 ‘남은 음식’, ‘스께다시’가 아닌 ‘곁들이 찬’ 등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식민통치를 겪었지만 일제의 식민통치는 유달리 심했다. 그들은 식민통치의 정도가 아니라 민족을 말살하려 했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남긴 잔재는 반세기의 세월에도 청산되지 못했다. 그만큼 일제의 통치가 극악스럽기도 했지만, 이를 제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모자랐던 것도 큰 이유이다.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고 창씨개명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던 일제의 만행을 생각해서라도 익숙함을 이겨내고 일제의 잔재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고등부 학생기자 최연우(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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