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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양꼬치의 추억

[2017-02-09, 14:43:02] 상하이저널


어린 시절 민족 대명절 설날은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세뱃돈을 받는 날이어서 더 없이 기다려지던 명절이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어린 시절 일 때 이고, 내가 중고생이 되었을 땐 세뱃돈은 커녕 장보는 것부터 음식만들기까지 엄마를 도와 하루 종일 일만해야 했다. 밥만 쏙 먹고 사라지는 친척들은 정말 밉상도 이런 밉상이 없었다. 상하이에 발령을 받아 나온 후, 이런 저런 핑계로 명절이라고 한국으로 들어가던 횟수는 점점 줄고 이젠 설날이란 말보다 춘절이란 단어가 익숙해졌다.


올 설도 우리가족끼리 조촐하게 지내나 보다 했는데, 한국에서 아주버님 가족이 상하이에 놀러 오신다 하여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설날을 기다렸다. 설에 한국에 들어가냐는 이웃들의 질문에  ‘이번 설엔 아주버님이 오시기로 했어요~’라고 대답하면, 불쌍하고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베이징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지금의 신랑을 만났고, 그 당시엔 우리 신랑뿐만 아니라 지금의 아주버님도 같이 유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겸비했던 아주버님은 당시 학교에서 ‘킹카’로 불리며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만발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에겐 잊지 못할 지난날의 청춘이요,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추억거리다. 한국 갈 때마다 잠깐 잠깐 뵈었지만 상하이에 오신다니 또 다른 설렘이 일었다.


도착하는 첫날, 사천 요리집을 시작으로 체류하는 5박6일동안 맛집이란 맛집은 다 돌아다니며 먹방투어가 시작되었다. 훠궈가 그리워 한국에서도 가끔씩 식구들과 훠궈를 해서 먹었다고 할 만큼 중국음식을 좋아하신다. 여기서 땅콩소스를 좀 사가지고 가라고 했더니, 요즘은 한국에서도 중국식재료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굳이 무겁게 안가져 된다고 하시더니, 막상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땅콩소스를 보고는 폭풍쇼핑을 하셨다. 그 마음 내가 모르면 누가 알리요. 남편도 옆에서 보고는 웃는다.


마지막 날은 학창시절 우리의 추억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양꼬치집에 갔다. 90년대 베이징에서 팔던 양꼬치는 한꼬치에 0.5위안이었고, 얇은 대나무에 끼워 팔았었다. 우린 밤마다 길거리에 판을 벌린 양꼬치집에서 1인 100꼬치씩 먹어 치웠고, 노점상 단속으로 길거리 꼬치를 못 먹는 날엔 한 꼬치에 두 배 가격하는 근처 식당으로 가서 또 몇 백개의 꼬치를 먹어 치웠다. 


몇 년만에 우리 셋이 모여 먹는 양꼬치인가?  대나무였던 꼬챙이는 튼튼한 스텐 소재로 바뀌었고, 구울 때 마다 부채질을 할 필요도, 앞 뒤를 돌려가며 구울 필요도 없는 최신식 자동 숯불구이 앞에서 아주버님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리 부부는 상하이에서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며 누가 볼까 겁나는 허세를 떨었다.


잘 구워진 꼬치를 한입 베어 무니 우리가족도 오랜만에 와서 먹는 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리며 먹으니 정말 천상의 맛이 따로 없었다. 계획은 아주버님을 위한거였으나 그 혜택을 톡톡히 본건 우리 부부였다. 얼마나 흥분을 하며 먹었던지 그 많던 꼬치가 눈깜짝 할 새 없어졌고,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시간은 겨우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뿐이었다. 순간 살짝 창피한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처럼 폭풍 흡입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고 우리 셋만 꼬치에 홀려 있었다.


5박 6일동안 원님 덕에 나팔 제대로 분 우리 부부는 아주버님을 떠나 보낸 서운함을 또 다시 꼬치집을 찾아 달래주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신 아주버님은 매일 밤 양꼬치가 눈앞에 아른거리지 않을까 싶다. 양꼬치가 뭐라고… 지금 내가 상하이에 있다는 게 더없이 고맙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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