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구동호회가 엮어가는 족구 이야기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족구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큰 놋쇠주전자에 떠온 물로 연병장 바닥에 선을 긋고, 네트 대신 적당한 장애물을 중간에 세워놓거나 그마저 없으면 중립지역을 만든다. 몇 명이 됐든 절반으로 갈라 양팀을 나누고 공은 축구공이나 배구공 중 가까이 있는 것을 사용한다. 규칙은 천차만별이다. 그 자리에서 정하는 게 규칙이다. 이런 이유로 족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이 됐다.
상해한국학교 교사들의 여가 선용과 학부모와의 친목을 위해 결성된 한인족구동호회는 지난 2004년 8월8일 정식 창단됐다. 창단 후 상해한국를 주축으로 활동하던 그들은 2005년부터 교민들도 함께 참여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 약 30여명의 회원 중 모임때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12명의 알짜배기 회원이 동호회를 이끄는 주축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동안 롱바이 테니스장에서 정기모임을 갖는 회원들은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족구동호회 안수업 회장은 상하이 내 유일무이한 족구동호회로 성장해오며, 타 지역 동호회들와의 깊은 우호관계를 자랑으로 삼았다. "지난해 이우 한인족구회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이우 한인족구대회에 상하이팀이 원정경기를 펼쳐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합니다. 그밖에도 상해야구동호회, 검도동호회와 함께 경기를 하며 서로 교류하고 우애를 쌓고 있죠." 한 스포츠가 주축이 되어 모였지만, 꼭 그 스포츠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서 다른 동호회와의 교류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안 회장은 오는 23일 열리는 제1회 상해 족구연맹협화장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상해한국상회와 대한체육회, 이우한인족구회를 비롯해 상하이 지역 각 동호회, 교민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인만큼 그들의 실력을 맘껏 펼치고, 처음 열리는 족구 대회인만큼 실력을 갖춘 회원들을 중심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족구'라는 국민스포츠로 뭉쳐 하나가 된 그들, 그들이 만들어가는 동호회는 처음 만나도 마치 오래 만나온 친한 친구, 형제처럼 따뜻할 것만 같다.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