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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유럽 최고의 화가들

[2017-08-28, 06:13:19]
[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28 이탈리아 피렌체
유럽 최고의 화가들

피렌체에 온 여행자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이 두오모 성당이다. 두오모 성당은 피렌체 시내 한가운데에 있으며 이곳을 통과해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사통팔달과 같은 지역이다.

14세기 이후 300년에 걸쳐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던 대표적인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입장하기 위해서 많은 관광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한쪽에서는 화가들이 이젤을 펴 놓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로 만난 화가는 목탄을 이용하여 유럽 젊은 청년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는데, 처음 구도를 잡아서 종이 화면에 배치하는 모습과 얼굴 형태를 잡은 상태에서 눈, 코, 입을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하였다. 정식으로 회화 작업을 하는 분의 솜씨로 보였으며, 모델의 장점을 살짝 부각해서 표현한 작품의 수준 역시 매우 뛰어났다. 런던, 프랑스, 인터라켄, 루체른,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베네치아 등에서 만난 작가들보다 수준이 훨씬 높아 보였다.


두 번째로 만난 작가는 작은 연필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였는데, 연세가 제법 드신 분으로 환한 얼굴로 작품에 임했다. 한참 초상화를 그리다가도 옆에서 말을 거는 관광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며시 웃는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화가들이 초상화의 구도를 잡을 때는 전체 형태를 먼저 그리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초상화를 많이 그려 본 화가들은 눈, 코, 입을 직접 그리면서 형태를 잡아가는 초상화 기법을 사용한다. 초상화는 일반적으로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후에 수채화나 유화로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두 번째 화가는 연필심을 이용하여 디테일하게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과거에 그린 초상화인지 색상이 바래 버린 종이 위의 피비 케이츠Phoebe Cate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이외의 유명한 인물들을 그린 작품을 통해서 화가의 작품 수준 정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만난 화가는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재미있는 인상의 화가였다. 뒤에 보이는, 본인이 직접 그린 캐릭터 형태의 자화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거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은 신화와 종교적인 이념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면, 현대에 와서는 다양한 이념을 담은 장르로 변화되어 발전하였다. 특히 기원전과 기원후에는 신화적 요소와 종교적인 색상이 강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유럽의 중세시대에는 왕권의 강화에 따라 왕과 왕비들의 초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근대에 와서는 초상화의 개념이 지배 계층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장르로 변화되었다. 특히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사실적인 자화상에서 추상적인 자화상으로 변화되었으며, 개개인의 다른 얼굴 형태를 좀 더 과장하여 특징을 부각하는 캐릭터형 자화상으로 변화되었다. 

최근에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도 캐릭터 유형의 작품들과 무관하지 않다.


네 번째로 만난 화가는 두오모 성당에서 시뇨리아 광장 쪽으로 연결되는 거리, 일명 칼차이우올리 거리에서 만났다. 피렌체의 대표적인 쇼핑가이며, 유명 브랜드 숍, 가죽, 직물 등의 판매점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모나리자를 그리는 화가를 만날 수 있었다. 작품의 머리 왼쪽과 오른쪽 위에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터키의 국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 국기가 있었다. 대한민국 국기가 없는 것이 조금은 섭섭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태극기를 외국 사람이 그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4괘를 유럽의 화가가 이해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 칼차이우올리 거리에서 만난 각국의 국기는 심플하고 화가가 표현하기에 쉬운 것을 볼 때, 대한민국 국기의 형태가 평범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심플하고 임팩트 있게 국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스쳐 갔다.

모나리자를 바닥에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였다. 모나리자를 바닥에 정교하게 그리는 일은 일반 작품의 서너 배는 힘들어 보였다. 땡볕 아래 바닥에 엎드려서 파스텔로 모나리자의 얼굴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내셔널 미술관 앞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가 생각났다. 그 또한 본인의 창작 작품을 종이가 아닌 길거리 바닥에 그리고 있어 흡사 고행의 길을 걷는 수도승의 모습이었다. 가끔 길거리 바닥의 작품에 감탄하여 관광객들이 조금씩 감사의 표현을 하지만, 생활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오로지 작품을 위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베키오 다리에서 우피치 미술관으로 들어오는데, 1층에도 많은 화가와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화가를 만난 곳도 이곳이었다. 피렌체의 수공예 제품과 유명 화가의 작품을 파는 상인들 사이사이에 화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장사하던 사람들이 짐을 정리하면서 베키오 다리 쪽으로 뛰어갔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우피치 미술관 입구 1층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판이 되어 버렸다. 화가한테 저들이 왜 저렇게 뛰어서 도망가느냐고 하니까 이곳은 장사하면 안 되는 지역이어서 경찰들이 가끔 나타나서 단속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우피치 미술관의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신정부에서 취하는 정책인 것 같았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후의 이곳은 더없이 평온했다. 여러 화가의 작품을 구경하는 가운데 한 명의 화가를 만났다. 연세가 제법 있으신 화가였는데 적어도 60은 넘어 보였으며 인도 사람으로 보이는 두 명과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한 흥정을 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밝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딸에게 초상화를 그리라고 권했고, 딸은 모델로 서는 게 창피에서 그랬는지 반대 의사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은 화가가 보이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인도의 젊은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자리에 앉자마자 화가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워낙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생긴 학생인지라 몇 분 지나지 않아 얼굴의 형태적 특징이 화면에 나타났다. 처음의 구상이 뚜렷해질 때까지 10분여를 본 것 같았는데, 30분이란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지 몰랐다. 처음에 얼굴의 눈, 코, 입을 그리더니 왼쪽의 머리카락과 오른쪽의 머리카락을 그리면서 중간에는 얼굴의 음각과 양각을 살리기 위해 엄지손가락으로 명암을 주었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다.

워낙 화가의 손놀림이 유려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품의 선과 색상이 변해 버릴까 봐 픽서티브Fixative를 사용하면서 마무리하는 모습에 프로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일부 수정해 달라고 하는 부분까지 수용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다.

작품을 마치고 정리해서 통에 넣으려고 할 때 보니까 이미 이 작품을 그리기 전에 완성한 그 여학생의 어머니 초상화가 이젤 뒤편에서 같이 나왔다. 화가와는 이미 구면인 상태에서 학생 작품을 그렸던 것이었다. 아마도 학생의 어머니께서 먼저 그리고 그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학생의 자화상을 그리게 했던 듯하다.

우리 가족이 몽마르트르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아주머니도 자녀를 위해서 초상화를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를 향해서 브이자를 그리는 모녀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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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공업디자인(학사), 브랜드디자인(석사)을 전공, 2013년 본대학원에서 세계 최초'자연주의 화장품 글로컬브랜딩전략' 연구 논문으로 미술학 박사(Phd. D.)를 수여 받았다. 1987년 LG생활건강(구/LUCKY) 디자인연구소에서 15년 동안 근무하였다. 2002년 말 중국 주재원으로 3개 법인의 디자인연구소를 총괄하였다. 또한 2005년 6월 LG생활건강에서 분사하여 디자인전문가 그룹인 디자인윙크(DESIGN WINC)을 설립. 현재 청지봉 봉사, 사색의 향기(상해), 뷰티누리(중국)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진,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아 해외 여행을 통한 사진촬영 작품 공유활동을 하고 있다. (네이버블로그:파바로티정) http://blog.naver.com/woonsung11
woonsung11@naver.com    [정운성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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