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추천 도서]
소설 인생(活着)으로 보는 중국 근대사
이념과 계층 간의 충돌, 내전,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난하고 힘겨웠던 민중들의 삶. 우리 민족의 근대사와도 많이 닮아있어 친숙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소설에서 중국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다루지만, 이를 주인공과 그의 가족의 입장에서 투시해, 한 치의 위화감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 푸구이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살아보고 그에 동화되며, 우리는 그 당시 아프지만 행복했고, 또 아름다웠던 중국 농민들의 애환을 함께 겪어본다. 책 속에 등장해 그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했던 중국 역사 속 주요 사건들에 대해 알아보며, 푸구이의 이야기를 좀 더 깊게 이해해보자.
국공내전(国共内战)
중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일본과의 항일전쟁이 끝난 뒤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서 발생한 내란이다. 그 혼란 속에서 푸구이 역시 국민당군에게 끌려가 엉겁결에 전쟁에 휘말리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게 된다. 매일 수천 명의 부상자와 해방을 기다리며 굶주리는 병사들의 고통을 뒤로하고 장제스(蒋介石)의 국민당과 마오쩌둥(毛泽东)의 공산당은 20년 가량의 대립 관계를 유지한다.
1924년과 37년 각각 두 차례의 국공합작이 결성되지만 결렬되고 국민당은 미국과, 그리고 공산당은 소련과 함께 협력을 맺는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초기에 수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달렸던 국민당군의 기세등등함은 공산당군(해방군)이 영웅적인 투쟁으로 농민들의 지지를 얻게 되면서 점차 수그러진다. 이후 해방군은 승세를 굳히기 시작해 마침내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장제스는 타이완으로 내몰리게 된다.
토지개혁(土地改革)
중화인민공화국의 선언 이후, 정부는 1950년 토지개혁 법을 제정하고 지주의 토지와 재산을 몰수해 이를 농민들에게 동등하게 재분배한다. 이러한 새로운 정치 이념 아래 자본가들은 숙청되었고 중국은 농민들을 중심으로 나라를 구축해간다. 그 결과, 3억여 명의 농민들이 소설 속 푸구이처럼 토지를 차지하게 되었고, 책에서 나오진 않지만 농촌 계급이 사라지고 권리를 되찾아 그동안 자신들을 억압했던 옛 지주에 복수를 하는 농민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중국 전통사회만의 촌락공동체는 급격히 그 유대감을 잃어 몰락하지만, 농촌에서는 생산 과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중국 농업의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
대약진운동(大跃进运动)
1958년 마오쩌둥은 중국을 산업화하여 선진국을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 인민공사를 설립하고, 철강사업 등 중국의 노동력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친다. 소설 속에서도 이를 이유로 토지개혁 당시에 받은 푸구이의 땅 다섯 묘가 인민공사로 들어가며, 마을에 있는 솥이란 솥은 모조리 강철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농민들의 노동력은 공동 생산을 통해 군처럼 조직되었으며, 집단생활이 보편화되어 공동 식당과 같은 복지시설이 생겨났고 밭에서의 수확은 임금으로 환산되어 배급되었다.
하지만 마오쩌둥의 거창한 꿈은 초기의 업적이 무색할 정도로 금세 무너졌다. 생산수단의 공유와 성급한 경제 촉진은 농업 생산력의 급격한 감소 및 파탄을 유발했고, 그로 인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으며 대약진운동은 처참한 실패작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대약진운동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국가 주석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마오쩌둥은 자신의 입지와 명예를 되찾기 위해 1966년 문화대혁명을 주도해 계급투쟁을 확산한다. 그는 자본주의 정책을 비판하며 학생들로 이루어진 홍위병을 조직해 전국을 유세하고 자신의 사회주의 사상을 퍼트리기 위해 시위를 벌인다. 책에서 홍위병들이 푸구이의 옛 전우인 춘성과 마을의 대장을 공격하던 것처럼 그들은 여기저기 쏘다니며 자본주의를 따르는 실권파인 것 같으면 모두 끌고 갔고, 문화재와 예술품 등 전통적인 가치를 모두 무너뜨렸다.
홍위병은 마오쩌둥의 이름을 외치면서 많은 관리와 지식인, 학자, 예술인 등을 학대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지위에서 물러났으며 목숨을 잃었고, 춘성(春生)처럼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재앙을 불러와 온 나라를 피바다로 물들게 한 문화대혁명은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으로 종결되었고, 나라의 경제를 침체시켰으며, 중국 역사에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푸구이는 이처럼 역동적이고 잔인했던 시대를 살아가며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와 가장 비참한 시기를 모두 경험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비난하다 그 삶을 통해 인생을 사는 방법을 깨우치고 그저 운명에 자신의 삶을 맡긴다. 푸구이는 지난 세월을 읊조리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알아가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현실에 순응하며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인생은 단지 ‘살아가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고등부 학생기자 김수완 (SSI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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