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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지금은 실크로드 여행 중

[2016-07-26, 16:47:04] 상하이저널

‘상하이~兰州 란저우~乌鲁木齐 우루무치~伊宁 이닝~喀什 카스~库车 쿠처~吐鲁番 투푸판~敦煌 돈황~张掖 장예~西安 시안~상하이’. 한달 간의 지구의 반 바퀴 거리의 실크로드 대장정. 매번 여행은 설렘으로 시작한다. 어느 곳을 가느냐도 그렇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도 또 다른 설렘이 있다. 이번 여행은 상하이에서 만나 10년 지기 친구(중간에 미국으로 가 5년 공백이 있었지만)와 아들 딸이 함께 했다. 나에게도 그렇지만 중국에서 유학중인 학생들에게도 미국에서 유학중인 친구의 아이들에게도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란저우 兰州
7월 7일 드디어 성인 넷 학생 다섯 우리 9명의 식구들이 푸동공항에 모였다. 각자의 배낭에 한달간의 소지품들을 짊어지고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인사를 나누었다. 체력적으로 충만한 우리는 란저우에서 마치 절대 지치지 않을 것 같이 힘찬 발걸음 시작했다. 첫날 100년전 지은 중국 최초의 철교 중산교를 건너 백합사에 나르듯 오르고 중국 어머니의 젖줄 황하강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원조 란저우 라면을 먹었다. 다음날 란저우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1시간이상 버스를 타고 기이한 경치를 보며 물살을 가로 지르고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비명을 지르며 소형보트 1시간여를 타고 류가협곡을 지나 병령사석굴을 돌아보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에 옛 생각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들 가족들에게 엽서를 썼다. 나도 상하이 남아있는 큰아들과 군에 있는 작은 아들에게 사랑의 글을 보냈다.

 


우루무치 乌鲁木齐
란저우에서 4일을 머무르고 우리는 아침기차로 우루무치로 향했다. 초원을 지나고 고비사막을 지나고 멀리 소금호수와 천산산맥이 보이고 차창 밖으로 바뀌는 풍경에 감탄을 한다. 이곳의 일몰 시간은 10시가 훌쩍 넘는다. 공식적으론 베이징시간으로 하지만 이곳에서는 신장시간 2시간을 늦춰 생활하고 있다.
9시가 넘어 우루무치에 도착하니 무지개가 우리를 반기는 듯 걸려있고 이제 사 이곳은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닝 伊宁
다음날 늦으막히 일어나 비행기로 이닝으로 향했다. 날씨는 기가 막히게 맑고 한시간 여 비행하는 동안 내려 보이는 만년설산의 굽이굽이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라 모두들 탄성이 쏟아진다. 비행기 타는 것을 힘들어 하는 친구가 처음으로 좀더 날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놀라운 설산의 자태였다.


이닝에서 바인부르크 초원으로 가는 길 멀리 설산을 바라보며 초원과 양, 말, 야크, 낙타, 드문드문 유목민들의 바오(包)가 보이고 길쭉길쭉하게 뻗은 나무들 굽이굽이 초원을 가로지르는 구곡십팔만의 물줄기가 모든 평화로운 풍경과 맞물려 환상이다. 아직도 훤한 늦은 밤 바오에서 소금에 삶은 양고기를 먹고 우리모두 함께 잠자리를 펴고 아이들은 꿈나라로 갔지만 우린 친구와 같이 별을 보며 새벽까지 피곤을 잊고 이야기를 했다. 10시가 넘어도 어두워지지 않아 매일 늦은 저녁을 먹게 되니 살이 찌는 듯하다.  

 

이곳은 위르루족 과의 갈등 때문인 듯 거리에는 무장 경찰들이 곳곳에 서있고 야시장도 폐쇄되고 식당이나 시장 모든 건물 심지어 시내버스를 탈 때 조차 검문 을 하니 더욱 갈등 지역 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카스 喀什
다음날 우리는 카스로 가기 위해 다시 비행기로 우루무치로 날아갔다. 남편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허리가 약한 친구를 배려해 이제껏 최고 호화여행(?)이 될 것이라 이야기 했고 우린 덕분에 장거리 버스보다 비행기나 빠른 열차를 주로 이용했다. 아무튼 여기서 어른들은 대바자르 시장을 돌아보고 학생들은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사막지역에서 발견한 미이라를 보고와 신기하다고 난리법석이다.


여행을 떠난지 10일째, 카스로 날아갔다.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공항을 나오니 한국어와 영어를 하는 비쩍마른 위그루 가이드가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준다. 우리는 위그루족이 운영하는 숙소에 여장을 풀고 식사를 했다. 요즘 이 지역이 해외에서는 위험지역으로 알려져 여행객들이 거의 없고 한족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하지만  오랫동안 여행을 준비한 남편이 이제부터 우리는 모두 로컬로 체험하게 될거라고 하는말이 오히려 나를 더욱 설레게 했다.  

 

뜨거운 태양아래 우루무치에서 산 커다란 스카프를 두르고 시장구경을 했다. 사막투어에 가서 통양구이를 먹자 했지만 우리는 그 새를 못 참고 양꼬치와 낭을 먹고 운 좋게 한해 딱 세번만 출하하는 첫번째 출하한 무화과를 싼값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카라쿠리 호수
7월 17일 오늘 우리는 카라쿠리호수로 간다. 차를 렌트해서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만년설산을 끼고 비포장길을 달렸다. 물론 중간중간 검문은 계속된다. 도중에 백사호수에서 물수제비도 해보고 송지효라고 쓰여진 모자를 쓴 까무잡잡한 위그루 소녀와 인사도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상상도 못하고 즐겁기만 했다. 드디어 카라쿠리호수 도착. 만년설을 뒤로하고 호수와 드문드문 위그루족의 바오가 보인다. 멀리서 풍경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네들의 집은 말문이 막혔다. 목축들의 배설물과 호수가의 축축함이 섞여 냄새와 한기에 서둘러 난로에 불을 지폈다.

 


바오 두 채를 빌려 남자들과 여자들이 각각 나눠 짐을 풀고 아이들은 말을 타고 한 시간 동안 호수주위를 달렸지만 친구와 나는 3600여m 에서 고산 증 증세로 머리가 아파오고 속이 울렁거려 왔다. 정말 그날 난 하루를 더 자라 하면 울어 버릴 것만 같았다. 친구와 밤새 뒤척이며 새벽에 꺼진 난로 앞에 앉아 추위에 떨며 차를 마시고 두통약을 먹고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린 기나긴 밤을 보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 대중교통이 없어 자유롭게 올 수 없고 여행 마니아들은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위해 꼭 로컬 바오 체험을 하고 싶어한다며 애써 준비한 남편의 수고에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난 아침 호수에 비친 설산의 아름다움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른 아침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카라쿠리호에서 다시 카스로 이동하며 난 진정한 여행가가 아니야 자책하며 서서히 밤새 얼었던 몸이 녹아가니 차창밖에 타클라마칸사막이 보인다. 한참을 달려 오후 4시쯤 우리는 샤쿠사막을 뒤로한 위그루족 마을에 도착했다. 먼저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한시간 여를 기다려 통양구이와 수박과 하미과 낭과 같이 그들과 함께 저녁만찬을 나누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낙타를 타고 짐을 싣고 우리는 사막으로 향했다. 보름달이 환하게 비치는 모래위로 딸랑거리는 낙타의 방울소리를 들으며 가는 그 길이 환상이다. 앞서가는 친구의 딸은 정말 꿈만 같다고 자연 앞에서 숙연해 지고 착해지는 것 같다 한다. 우리는 그날 밤 사막에 텐트를 치고 캠프파이어를 하고 어설프지만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어제의 아픔(?)을 모래사막에 묻어버렸다. 사막의 아침은 시원했다. 반짝이는 모래위로 도마뱀들이 재빠르게 지나가고 친구와 난 나이도 잊은 채 모래썰매를 타고 뒹굴고 함께 무거운 몸으로 아이들과 함께 공중부양도 해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위그루족 집을 방문해 함께 식사와 과일 그리고 차도 마시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곳에서 만난 따뜻한 그들을 보니 상하이에서 좋지않은 인상의 그들과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쿠처 库车
다시 카스로가서 밤 기차로 쿠처로 갔다. 대체 며칠 동안 못씻은 거지? 쿠처에 도착 숙소에서 그 동안 묵은 먼지를 씻고 종일 휴식하면서 피로를 풀었다. 친구와 웃으며 지옥과 천국을 경험했다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내일 또 다시 지옥(?)을 경험하게 될 줄은.


투루판 吐鲁番
다음날 오후 투루판행 기차표라고 알고 느긋하게 쉬었는데 어제 표의 날짜를 착각했다. 하루가 지난표를 버리게 되었고 서둘러 산표가 다음날 새벽 1시 45분 열차대합실 에서 기다려 탄 기차는 이제껏 중 제일 열악했다. 꼿꼿이 세워진 의자에 때로 찌든 카바 바리바리 짐을 싣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야말로 3등열차 였다. 이렇게 7시간여를 달려 피곤에 절은 몸으로 아침 9시 투루판에 도착했다.


평균기온 43° 이젠 익숙한 듯도 하다. 그래도 습도가 낮으니 그늘은 시원하다. 시간이 지나면 너무 뜨거워지니 서둘러 고창.교하고성, 손오공이 살았다는 기이한 화염산을 둘러보고 투루판의 유명한 포도가 주렁주렁 달린 포도넝쿨아래 에서 늦은 식사를했다. 

 

 

돈황 敦煌
여행 17일차, 투루판을 뒤로하고 우린 고속열차를 타고 유원남역에 내려 2시간여를 지평선을 바라보며 달려 돈황에 도착해 명사산이 바라보이는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지금까지 중간중간 살짝 아프기도 하고 했지만 서로 도우며 무탈하게 여행을 했다. 앞으로 남은 10여일 모두들 조금은 지쳐있지만 건강하게 완주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매년 남편을 따라 나선 여행이 벌써 10여년. 이제는 여행의 재미와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니 무덤덤한 나에게 지치지 않고 함께해준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급히 쓰느라 보고 경험한 것만 나열한 듯 하지만 그러나 나의 느낌들은 또 다른 한 페이지에 남겨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돌아갈 집이 있어 여행이 더 의미 있는 것이겠지?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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