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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줄리아드 음대 잇달아 입학한 성리사․세라 자매

[2016-07-01, 19:38:57]
“중요한 것은 테크닉보다 자신만의 개성” 

지난 26일 푸동한인연합교회에 비올라 이중주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2년 간격을 두고 잇달아 줄리아드 음대에 합격한 성리사(20), 성세라(18) 자매가 그 주인공. 2년 전 언니 성리사가 비올라를 전공으로 전액 장학생으로 선발된 데 이어 올해 동생 세라 또한 같은 학과에 합격해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언니는 6만5000 달러(한화 7500만원), 동생은 4만2000달러(한화 4800만원)의 학비를 줄리아드로부터 4년간 지원 받는다. 

자매는 6살, 4살 때 영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아버지 성영창 씨의 발령으로 호주로 이민했다. 이후 2008년 성 씨는 상하이지사로 오게 되면서 기러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푸동한인연합교회에서의 연주는 자매가 방학을 맞아, 또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를 만나러 오면서 성사됐다. 이들 가족은 해외에서 음악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그간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왼쪽부터 동생 성세라, 언니 성리사

생후 36개월 바이올린 잡다
언니 리사는 생후 36개월 때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당시 엄마의 도움 없이는 바이올린을 들기도 버거워하던 모습이 홈 비디오에 그대로 남아있다. 피아노는 이보다 더 빠른 두 살 때 시작했다. 이렇듯 어린 나이에 악기를 접한 데에는 어머니 김미형 씨의 영향이 있었다. 이화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한 김 씨는 “두 살 때 피아노 의자에 앉아 꼬박 한 시간 동안 옆사람의 연주를 집중해서 듣는 것을 보고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바이올린의 경우 개인적으로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딸에게 꼭 가르쳐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들이 원하고 따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생 세라 또한 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시작했다. 자매는 두 악기를 꾸준히 배우던 중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비올라를 전공으로 택했다. 

연습은 ‘즐겁게’,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자매는 모두 호주 사립학교 MLC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MLC는 음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학교로 자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렇듯 일찍이 두각을 드러낸 이들이지만 연습 시간은 하루 2시간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연습시간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하루 일과의 마무리 같은 것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면 김 씨는 먼저 피아노 앞에 앉아 “오늘은 누가 먼저 엄마랑 연주를 맞춰볼까?”라고 자연스레 딸들을 이끌었다. 김 씨는 “엄마, 아빠는 저녁에 TV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들어가서 연습해’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벌을 받는 것처럼 느낀다. 굳이 함께 연주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즐겁게 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자매 또한 “하루 8시간씩 연습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동기부여는 확실하게 했다. 리사가 줄리아드 음대에 가겠다고 결심한 그 해 여름, 미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것. 그 후 리사는 힘든 기색 없이 스스로가 정한 목표를 향해 매진했다. 

GPA보다 도움된 건 ‘봉사활동’ 
세계적인 명문대에 입학한 자녀의 내신 성적은 최상위권일까? “내신은 딱 중간”이었다고 고백한 리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컬러, 개성을 갖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녀는 이러한 개성은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자매는 어릴 때부터 독실한 크리스천인 부모님을 따라 학교, 병원, 양로원, 교도소 등으로 봉사 연주를 다녔다. 10년 간의 봉사 경험은 연주의 깊이를 더할 뿐 아니라 진솔한 에세이 작성에도 도움이 됐다. 리사는 줄리아드로부터 합격통보와 함께 “에세이가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생 세라 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한 경험들이 대입 오디션에서 긴장하지 않고 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합격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김 씨는 “특히 외로운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나눈 사랑의 감정이 아이들의 연주에 그대로 드러났다”며 양로원 봉사를 적극 추천했다. 

자매가 꿈꾸는 ‘인생의 하모니’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낸 자매이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다. 언니 리사의 목표는 챔버(실내음악) 뮤지션이 되는 것이다. 혼자보다 여럿이 협연하는 과정에서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방학에 참여하는 Music@Menlo 페스티벌 역시 인간관계가 중요한 페스티벌이라고 해 선택했다. 쟁쟁한 실력자들과 입시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후의 11인에 뽑힌 만큼 손에 굳은 살이 터지도록 연습하고 있다. 
동생 세라의 목표는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는 한 마디로 정리됐다. “줄리아드에 합격하면 뭘 해줄까”라는 아버지의 물음에 “후원하고 있는 남미의 어린이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다”고 말한 그녀다운 대답이다. 덕분에 아버지는 둘째 딸의 입학과 동시에 다른 한 아이를 후원하기로 약속했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에는 소외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다는 그녀는 올 여름 열흘간 선교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줄 말을 묻자 리사는 “즐겨라”, 세라는 “겸손하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앞둔 그녀들이 수놓을 미래가 기대된다. 

김혜련 기자

푸동한인연합교회에서 연주 중인 성세라(左), 성리사(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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