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사진 속의 추억

[2016-06-03, 17:20:00] 상하이저널

[아줌마이야기]
사진 속의 추억


어느 날 저녁 아들이 책꽂이 한 구석 에서 앨범 한 권을 뽑아 들고 나에게 왔다. 아이들 어렸을 적 찍은 사진들 이었는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재미있게 그때를 이야기하며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아들은 앨범을 덮으며 "내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네요" 한다. 그 순간 아들의 얼굴에서 기억엔 없지만 남겨진 사진으로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따뜻한 미소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며칠 후 ‘딩동’하는 폰 울림에 열어보니 아들이 보내온 몇 장의 사진이 나를 웃게 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신혼여행에서, 그리고 아이들 어릴 때 가족사진 기억도 까마득한데 그 이후에도 아들은 앨범을 계속 본 모양이다. 이렇게 아들이 보내온 몇 장의 사진덕분에 며칠 우리는 추억에 젖어 즐거웠고 세월로 변해버린 모습 또한 야릇한 기쁨을 주었다. 

 

유난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앨범 속에 많은 추억들을 담았고 그것이 가끔 짐이라 생각되곤 했는데 남편의 수고가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곤 곧 디지털 시대가 오고 그 후로는 CD에 저장하게 되니 더 이상 앨범이 필요치 않게 됐다. 중국에서 십여 년 우리의 모든 추억은 남편의 CD에 담겨있다.


아들의 앨범투어(?)를 계기로 우리는 2004년도로 거슬러가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가졌고 많은 곳을 여행하고 경험하고 배우고 모든 부분에서 지금보다 훨씬 저렴했던 시절 많은 것을 누렸구나 생각하니 지난 시간 참 열심히 살았다고 서로를 격려 하기도 했다.


그 중에 인상 깊은 사진 한 장은 주일 아침마다 선생님을 모셔서 태극권을 하는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진지한 모습의 중학생 아들은 이제 전역한 청년이 되었고 옆에서 흉내내며 쫄쫄 따라다니던 꼬맹이 연우는 곧 중학생이 되니 세월 속에 아이들 커가는 것이 제일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인듯하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나의 40대는 아이들과도 배우자와도 많이 힘들었다고, 그리고 늘 지쳐있었다고, 일기장 속에 나는 슬픔에 가득하고 그래서 돌아가고프긴 커녕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하지만 지금 난 지난날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때 그 시절이 그다지 암울하지만은 않았음을 깨달았다. 가족이 웃고 있고 따뜻한 이웃이 있고 어린아이의 맑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추억의 사진들을 보며 나의 욕심과 움켜잡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해 스스로 힘들었고 행복도 불행도 이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음을 알았다.


오늘도 남편은 셔터를 누른다.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도 아닌 휴대폰 카메라로 우리의 추억은 차곡 차곡 쌓여간다. 더 훗날 이 사진들을 보며 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추억에 잠기겠지? 그리고 난 그 순간 더 깊은 감사기도를 할 것이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8월 1일이후 재외국민 소급 등록 전면 금지 hot 2016.07.22
    미등록자 특례․부동산․세금 불이익 위험 7월 31일까지 한시적 소급 등록 가능  8월 1일부터 재외국민 소급등록이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따라서..
  • '토지왕' , 상하이 외곽지역 집값 상승 부추길듯 hot 2016.06.05
    올 들어 상하이 외곽지역 토지가 높은 가격으로 낙찰되면서 외곽지역 집값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3일 노동보(劳动报) 보도에 의하면, 얼마전부터..
  • 中 스모그 없는 청정 도시는 6곳뿐 hot 2016.06.03
    중국에서 스모그 폐해가 없는 청정 도시는 6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보도에 의하면 작년 미세먼지가 검출된 날이 하루도 없었던 도시..
  • 상하이 27만개 기업 블랙리스트에 hot 2016.06.03
    2015년도 기업(개인사업자, 농민합작사 포함) 연도보고서 제출이 오는 6월 30일 마감되는 가운데, 상하이의 44만8천여개의 기업들이 연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 대자연 속으로 떠나는 힐링 여행 hot 2016.06.03
    상해한국학교 11학년 158명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수학여행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청두(成都)와 구채구 일대. 학생들이 거쳐..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2.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3.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4.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5.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6.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7.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8.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9.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10.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경제

  1.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2.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3.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4.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5.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6.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7.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8.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9. 中 세계 최초 폴더블폰 개발사 로우위..
  10. 푸동공항, T3터미널 핵심 공사 시작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6. 上海 아파트 상가에 ‘펫 장례식장’..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4.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5.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8.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6] 차가운..
  9. [상하이의 사랑법 19] 사랑은 맞춤..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