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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채식주의자>

[2016-05-27, 18:45:08] 상하이저널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콩쿠르문학상과 함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예로운 상으로, 한강은 지난 17일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2016 맨부커상 시상식에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당당히 거머 쥐었다.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맨부커상을 손에 쥐게 한 작품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한 한강 특유의 날카롭되 섬세한 언어가 독특하다.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라는 평가다. ‘채식주의자’는 11년 전에 완성돼 9년 전 출고됐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2005년 제정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역사에서 ‘최연소 수상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채식주의자  
한강 | 창비 | 2007-10-30 | 원제 영문판 The Vegetarian

 


2016년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수상작. 10년 전 작가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한 여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함께 살던 남자는 그녀를 화분에 심는 이야기였다. <채식주의자>는 언젠가 그 변주를 쓰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했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이 결합해 섬뜩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연작 소설이다.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 2002년 겨울부터 2005년 여름 사이에 씌어진 세 편의 중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세 이야기의 한 사람의 주인공을 공유한다. 죽어가는 개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


그러나 작중 화자는 서로 다르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이, '몽고반점'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인 영혜의 형부가, '나무 불꽃'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혜가 각각 화자로 등장한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전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소설가 ‘한강’
1970년 늦은 11월에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2007년 출간한 <채식주의자>는 올해 영미판 출간에 대한 호평 기사가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고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분 수상 소식이 잇따르며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에 질문을 던지는 한강 작품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해문학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의 해외 번역 판권도 20개국에 팔리며 한국문학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번역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면서 그의 작품들을 번역한 영국인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29)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미스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영문명 The Vegetarian)를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게 한 주역이다. 비(非) 영연방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된다. 그 만큼 번역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스미스는 이미 한국 문단과 번역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사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사·박사과정을 밟았다. '채식주의자'에 매료된 스미스는 “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면을 완벽하게 절제된 문체로 표현된다”라며 “그건 아마 시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역시 스미스의 번역으로 영국에서 최근 출간됐다.

 

 맨부커상(Man Booker Prize)
맨 부커상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매년 10월 영어로 작품을 쓰는 영국연방 국가 작가들을 대상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프랑스의 공쿠르상(Prix Goncourt),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평가받는다.


1968년 다국적 기업인 영국의 부커매코널(Booker-McConnell)이 맨 부커상을 제정했다. 당시 명칭은 ‘부커 맥코널상(Booker-McConnell Prize)’으로 흔히 ‘부커상(Booker Prize)’이라 불렸다. 맨 부커상은 매년 영어권 출판업자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작을 뽑는다. 맨 부커상 수상작들은 모두 발표 직후 판매량이 급증하며 작가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맨 부커상을 받은 유명 작가로는 V.S. 나이폴을 비롯하여 나딘 고디머, 루스 프라워 자발라, 아이리스 머독, J.M. 쿳시, A.S. 바이어트, 킹슬리 에이미스, 퍼넬러피 라이블리, 벤 오크리, 마이클 온다체, 이언 매키완, 피터 케리, 키란 데사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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