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우리말 이야기⑮] 자장면과 짜장면

[2016-04-09, 23:03:23] 상하이저널

[우리말 이야기⑮]
자장면과 짜장면


문법(표기법)을 꼭 지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참 오랜 숙제입니다. 더욱이 요즘 국립국어원에서는 과거에는 인정하지 않던 말을 새로 표준어로 삼겠다고 주기적으로 발표하는데, 학자나 교사들이야 어렵지 않게(?) 그 원리를 이해하고 익힌다손 치더라도 일반인들까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과 아울러, 기껏 익혀 이제 겨우 쓸 만한데 왜 또 바꾸느냐는 반발도 만만찮습니다. 

 

저는 ‘학자’가 아니고 ‘교사’입니다. 따라서 나라에서 어떤 말을 새로 표준어로 정한다면 그 옳고 그름은 뒤로 하고 일단 현실로 받아들인 후 왜 그렇게 쓰기로 했는지, 과정과 근거를 밝혀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 까닭에 1989년 맞춤법이 개정됐을 때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쓰기로 한 것을 무척 못마땅해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왜 ‘자장면’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고, 3~4년 전 마침내 ‘짜장면’을 인정하기로 한 뒤로는 어떤 이유로 그것을 다시 표준어에 끼워 넣게 되었는지를 짜증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설명했지요.

 

다만 제가 교사 아닌 ‘말을 좀 다루는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언어란 생명체와 같아서 뜻과 발음과 표현이 끊임없이 바뀌는 유동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표기만큼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표기법의 큰 원칙이야 당연히 정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모든 부분이 다 그 원칙에 들어맞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외가 너무 많지 않겠느냐, 너무 복잡해지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텐데, 영어를 보면 표기로는 발음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표기를 소리에 끼워맞추려 했다면 아마 지금 영어 표기는 90%를 뜯어고쳐도 모자랄 겁니다.

 

굳이 영어의 예를 따르자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에서 표기는 될 수 있는 대로 건드리지 않아야 언어 대중이 헷갈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이것이 국립국어원에서 몇 년 전부터 종이 사전을 발행하지 않고 온라인 사전만 증편하기로 한 것이 걱정스러운 까닭입니다.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언어란 원칙 못지않게 언어 대중의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표기란 오랜 습관의 결과입니다. 그러나 발음은 자꾸만 변합니다. 그렇다면 표기는 그대로 두고 바뀌는 발음만 인정하면 어떨까요. 우리말의 가장 큰 장점을 표기대로 읽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발음과 표기가 다른 경우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주’라 쓰고 ‘쐬주’로 읽는다든지 ‘우리 과’, ‘과에서는’ 할 것을 ‘우리 꽈’, ‘꽈에서는’이라고 한다든지…….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ccamya@hanmail.net    [김효곤칼럼 더보기]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2017학년도 한국대학 입시1 2016.04.12
    2017학년도 한국대학 입시, 특례 아니면 여기에 집중①
  • 희망도서관 4월 새 책 2016.04.11
    ‘상하이희망도서관’에서는 매달 희망구입도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신청 받아 정기적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중복도서바자회를 통한 수익금과 매달 기부해주시는 성금으..
  • 온 국민이 함께 만든 영화 ‘귀향’ 2016.04.09
    지난 2월에 개봉해 지금까지도 흥행을 하고 있는 영화 ‘귀향’은 관객수 350만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귀향’은 단순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는 영화..
  • aT, 중국 최초 한국쌀 판매 기념식 개최 hot 2016.04.09
    이제 中서도 한국쌀밥 먹는다CITY SUPER와 MOU, 한국 농식품 판매 협력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 상하이 로컬학교 입학하기(초등편) hot 2016.04.09
    이번주 핫이슈는 ‘상하이 로컬학교 입학하기’다. 갈수록 외국인에게 진입문턱이 높아진 상하이 로컬학교, 입학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만원클럽, 2년간 장학금 132만元..
  2. [김쌤 교육칼럼] 다시 진로교육을 생..
  3. 中 여성에 수면제 먹인 뒤 성폭행한..
  4. 上海 한국 미술인들 '상해한국미술협회..
  5. 쑤저우 셔틀버스 칼부림 막은 中 여성..
  6. OpenAI 중국 지역에 서비스 중단..
  7. 中 입국하면 즉시 휴대폰 불심검문?..
  8. 글로벌 1분기 명품 매출 1~3% 감..
  9. 中 청소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기..
  10.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경제

  1. OpenAI 중국 지역에 서비스 중단..
  2. 글로벌 1분기 명품 매출 1~3% 감..
  3. 시가총액 9조 하이난항공, 하루 만에..
  4. 베이징, 첫 주택 선수금 30→20%..
  5. 동남아로 눈 돌리는 中 반도체 기업…..
  6. 자싱 경제개발구 혁신투자그룹, 저장성..
  7. 中 2분기 신규 주택 공급 전월 대비..
  8. 10대 증권사가 바라보는 하반기 A주
  9. 中 여름방학 관광 열기 고조…항공권·..
  10. 中 상반기 택배량 800억 건 돌파…..

사회

  1. 만원클럽, 2년간 장학금 132만元..
  2. 中 여성에 수면제 먹인 뒤 성폭행한..
  3. 上海 한국 미술인들 '상해한국미술협회..
  4. 쑤저우 셔틀버스 칼부림 막은 中 여성..
  5. 中 입국하면 즉시 휴대폰 불심검문?..
  6. 中 청소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기..
  7. 다종뎬핑, 올해 '필수 맛집'은 어디..
  8. 전국적으로 수포성 전염병 비상
  9. 판다 기지에 애완동물 몰래 동반한 관..
  10. 중학교 한 반에서 2명이 뇌 수막염으..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43] 줄리언 반스..

오피니언

  1. [김쌤 교육칼럼] 다시 진로교육을 생..
  2. [상하이의 사랑법 14]사랑이 식었을..
  3. [금융칼럼] 중국银联 ‘유니온페이’..
  4. [무역협회] 신흥 산업 발전, 중국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