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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화관의 '유령상영'…당국, 흥행 부풀리기 조사

[2016-03-10, 07:55:34] 상하이저널
'엽문 3' 10분 간격 매진 행렬…표값도 몇 배 비싸

 

중국이 내년쯤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최대의 영화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 관객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중국 본토에서 개봉했고, 한국에는 10일에 선보이는 무술 영화 '엽문 3'은 사흘간 4억7천만 위안(약 878억원)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엽문 3'의 3분의 1에 그쳤다.

 

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신문출판라디오영화TV총국 관계자들은 판매 수치가 조작됐는지 밝히기 위해 7일부터 영화 예매 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영화의 배급사가 "유령상영"을 위해 표를 사들여 흥행 수입을 끌어올렸는지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신문에 따르면 예매 사이트를 통해 이례적으로 많은 상영관에서 '엽문 3'이 매진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견됐다.

 

현지 언론에는 동일 상영관에서 10분 간격으로 표가 모두 팔린 예매 사이트 화면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는 상영시간이 105분인 것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입장권은 평균가(5달러)의 6배인 31달러나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흥행 수입을 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중국 최대의 국유 배급사인 차이나필름그룹(중국전영집단공사)의 영화관 부문은 성명에서 중부 도시 우한에 있는 한 극장에서 지난 6일 '엽문 3'의 부적절한 상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엽문 3'의 주연 배우 전쯔단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려고 티켓을 대량 구입하는 것은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마케팅 전략으로 많은 영화사는 대량의 표 구입이 광고보다 효과적이라고 믿는다고 WSJ는 영화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영화사는 티켓을 구입해 온라인 할인사이트에 되파는 경우가 흔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의 대형 영화사 Levp(러스잉예·樂視影業)는 영화관 업체들에 보낸 편지에서 '사라진 살인자'라는 영화의 티켓을 사는데 1천만 위안을 썼다고 말했다. 이는 이 영화의 최종 티켓 판매액의 13%에 달하는 액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해 여름 초히트작 '몬스터 헌트'의 제작자들은 미국 영화 '분노의 질주 7'과 경쟁해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기 위해 4천만장의 공짜표를 뿌린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영화산업에서는 매출 부풀리기만이 아니라 감추기도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 중국 영화 당국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박스오피스에서 10%에 해당하는 6천800만 달러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도시의 영화관들이 티켓 판매액을 축소 신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영화 프로듀서인 롭 케인은 "정확한 박스오피스 숫자를 알기는 불가능하다"고 WSJ에 말했다. 중국의 지난해 티켓 판매 수입은 68억달러(약 8조2천700억원)로 50%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2월에는 월간 박스오피스로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스타배우 주성치(周星馳)가 연출한 '미인어(美人魚)'는 최근 4주간 5억달러를 벌어 역대 최고 흥행 영화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컨설팅업체 아티전게이트웨이의 랜스 포 회장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질문은 68억달러라는 수치가 진짜일지"라면서 "중국어 영화 가운데 일부는 티켓 판매량이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고 타임스에 말했다.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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