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스팟은 본래 클럽, 라켓, 배트 등에 공이 맞았을 때 가장 잘 날아가는 최적지점을 뜻하는 스포츠 용어이다.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스윗스팟이라 할 영역은 다른 사람이 7~8시간 걸려 할 일, 또는 어떤 이는 하루 걸려 할 일을 2시간에 해 내는 일이 있다면 그 영역은 그 사람의 스윗스팟, 즉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그 사람이 가장 잘하고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의 최대 고민은 ‘내 아이의 적성이 무엇이며 무엇을 하면 이 아이가 가장 잘 하고 행복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잘 살아갈 것인가’일 것이다. 나의 청소년 시절 적성과 무관하게 학력고사 점수로 학교를 정하고 막연하게 학과를 정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 지금 시대가 그런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자녀들의 스윗스팟을 자주 의논하곤 한다.
위로 두 아이는 초등 입학 전까지 국영수 모두 선행 없이 초등학교를 들어갔다. 용감한 것인 것, 무모한 것인지 깨달을 사이 없이 공부는 학교에 가서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가치관 하에 그리 하였다. 큰 아이는 받아쓰기를 힘들어 했고 한글을 초등 1학년에 입학해서 배웠다. 특이하게 초등 1학년 교과서 본문을 외우도록 과제를 내 주셨던 담임선생님 덕에 우리는 큰 아이에게 남과는 다른 암기 능력과 기억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 학기 지난 후 선행을 해 온 아이들과의 차이가 없게 되어서야 안도했다.
둘째도 당연히 그러겠거니 했는데 왠걸 한글과 연산이 준비되지 않은 둘째를 힘들어 하시는 선생님을 만나서 여름 방학 때 부랴부랴 집에서 한글과 수학을 보충했다. 한글을 모르고 숫자도 잘 모르던 때 큰 아이는 쌓기 놀이를 할 때 눈에 띄는 공간 능력을 보였고 둘째는 남들이 한글과 수학 선행을 할 때 고무찰흙, 주위에 모든 물건을 이용해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해 끊임없이 만들기를 했다.
시간이 흘러 이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었다. 큰 아이가 왜 그렇게 힘들어 하고 방황하며 중학교를 흘려 보냈을까? 그 때 좀 더 영어, 중국어를 해 놓을걸 하며 지금 영어와 중국어 공부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다. 둘째는 세 아이 중 유독 책을 좋아하지 않더니 공부도 딱 주어진 만큼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 엄마로서 내가 뭘 어느 시점에 놓쳤나 싶어 큰 아이 말처럼 후회스러운 시간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본인이 방황했다 주장하는 중학 시절 큰아이는 영문학 시간 숙제로 고전 중 하나인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주인공들 중 하나를 초상화로 형상화 하는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다. 모두가 두렵다는 중2시절 1시간 남짓 큰 아이가 몰두해 그려낸 초상화를 보며 큰 아이의 스윗스팟을 보았다. 공부 습관이 잘 형성되지 않은 둘째 스스로 자기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을 본다. 한 해는 판화를 붙들고 있더니 이제는 제법 누가 보아도 멋지다 싶은 그림을 그려낸다. 공부할 때는 딴 생각이더니 그림 그리거나 무얼 만들거나 할 때만큼은 딴사람이 된다.
부모만큼 자녀의 스윗스팟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 보며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세 자녀를 기르며 유난히 눈이 반짝이고 특별히 집중하며 예상치 않게 결과물을 이룬 순간들이 있다. 자녀의 스윗스팟을 발견하는 순간이리라. 큰 아이는 초중고를 거치며 본인의 스윗스팟을 발견해 주는 좋은 은사들을 만났다. 복이 많은 아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들이 가진 재능을 발휘한다. 유별나게 빨리 걷고 몸이 날쌔어 친한 중국인 친구가 둘째를 향해 “기계체조를 시키면 어떻겠냐”고 진지하게 물었던 적이 있다. 진취적이지 못한 엄마 탓에 둘째의 스윗스팟을 놓쳤을 수도 있겠다 싶다.
다행히 그러한 아쉬움에도 아이들이 가진 스윗스팟은 계속 발전했음을 보게 된다. 그래서 지나간 순간의 아쉬움을 버린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걸어왔음을 발견한다.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것들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다. 아빠와 엄마가 본 스윗스팟의 순간들을 아이에게 들려주려 한다. 본인들 안에 있는 보석들을 발견하길 바라며….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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