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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신상남(新商男)

[2015-12-23, 17:14:25] 상하이저널

아는 지인이 남편을 보고 지어 준 별명이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했다. 명품을 그다지 밝히지도 않는 이인데 새로운 상품 좋아하는 남자라니….
지인 말인즉슨 한인 밀집 지역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남편을 가끔 보게 되는데 늘 새로운 과자, 껌, 주스를 만지작거리고 사더란다. 듣고 보니 지인 말이 맞다. 남편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40대 중반을 넘어선지라 살찔 걱정 안하고 야식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이다. 신상 과자, 몸에 좋은 음료, 새로운 문방구, 괜찮은 문방구, 딸도 둘을 키우다 보니 외근 다니다가 쇼핑몰에서 딸들이 좋아할 괜찮은 신상이 있으면 지나치질 못한다.

 


신상남 맞다.

 

큰 아이가 두 돌 무렵이 2000년 말이었다. 두 돌이 못되어 분유를 뗀 큰 아이를 위해 좋은 생우유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남편은 아이들 셋을 다 키울 때까지 아기 매는 띠 한 번 맨 적 없다. 자연스럽게 아기 매는 띠를 매고 있는 요즘 젊은 아빠들을 보면 구세대라 그런지 어색하다. 비록 아기 매는 띠 한 번 매지 않은 남편이지만 어떻게 내 고민을 알고 어느 날 마트에 있는 생우유를 정말 종류대로 다 사왔다. 성분 살펴보고, 제조 회사 살펴보고, 맛을 보고 한국 생우유와 가장 유사한 제품을 골라 먹였다. 뿐이랴 남편 덕분에 온갖 종류의 껌은 종류대로 먹어 보았다. 증명된 것만 먹고, 쓰고 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실험 정신이 강하다. 물론 새로운 물건을 살 때 꼼꼼히 들여다 보지만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엔 새로운 주전부리가 끊이지 않는다. 해외 출장 중에도 새로운 젤리가 있으면 꼭 사오는 남편, 중국 재래시장에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같이 가면 시장에서도 갓 볶아낸 해바라기씨와 땅콩, 호두를 사서 두 손 가득 들고 있다. 집에 온 손님 한 분이 타박 삼아 아빠가 먹는 거 주워만 먹어도 애들 먹거리 걱정 없겠다 해서 웃었다. 중국에 오기 전 우리 부부도 여느 한국 사람들처럼 차는 어쩌다 찻집에서나 마시는 음료였다. 중국 생활 20년 차에 차는 일상 생활이 되었고 이러한 차 문화에 남편이 개발하고 비축해 둔 각종 신상품들은 썩 잘 어울린다.

 

신상남인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신상 음식은 물론 철 따라 바뀌는 집표 간식이다. 집에서 갓 구워낸 당근 케잌을 좋아하고 절기 때마다 올라오는 송편, 쌀과자, 강정, 호두 박은 곶감, 약과, 송편, 신선한 제철 과일을 그 어떤 신상품보다 좋아한다. 남편에겐 이 모든 것이 신상품이다.


새로운 음료를 사 오면 그냥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방송에서 모히또 모히또 하길래 찾아 봤는데 평상시 남편이 소다수와 레몬을 사와 매실청이나 시럽을 넣어 나름 칵테일처럼 만들어 먹던 것이 딱 그 맛이다. 새로운 맛, 상품을 좋아하는 남편답게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낸다. 남편 사무실엔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술자리가 아닌데도 풍성한 먹거리와 마실 거리 때문인지 일 이야기를 하면서도 즐거움이 묻어난다.

 

이런 남편도 최근엔 신상품을 사는 빈도가 줄었다. 긴축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과 주머니 여유가 있는 날 양 손 가득 먹거리를 사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을 보면 행복이 묻어 있다.  반찬으로 먹고 싶은 재료를 사오기도 하고, 아이들을 생각하며 참 많이도 사왔다. 모두 10대에 접어든 아이들이다 보니 먹는 양도 장난이 아니지만, 다이어트 한다고 안 먹는 녀석에겐 고문이 아닐 수 없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처음 보는 수박 풍선껌, 테니스공 풍선껌에 아이들의 눈이 꽂혔다. 정교한 수박 모양, 테니스공 모양이 신기해서 한 알씩 먹어보는데 맛도 일품이다. 남편이 새로 개발해 온 오늘의 신상은 대성공이다. 불어대고 터지는 풍선껌 소리에 남편의 수고와 따뜻함이 베어 있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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