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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벽화봉사 프로젝트를 마치며

[2015-12-18, 15:19:09] 상하이저널

지난 5일, 10개월 간의 긴 프로젝트가 막을 내렸다. 희망의 벽화 봉사 프로젝트는 원래 선배들이 하던 것이었으나 바쁜 귀국 일정 때문에 우리의 몫으로 넘어왔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재능팀의 새로운 팀장을 뽑아야했다. 나는 생전에 반장이나 팀장같은 역할을 맡아본 경험이 없었다. 단순히 한 번 팀의 리더가 되어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팀장을 자원했다.

 

희망의 벽화봉사에서 재능팀이 해야 할 역할은 벽화의 도안을 그리는 것이었다. 벽화 봉사를 위해 그림에 소질있는 친구들 13명이 재능팀 팀원으로 참가했다. 더욱이 완벽한 도안을 위해 윤형건 디자인 교수님이 지도하시고 상하이 드림 봉사단이 후원하였으니 든든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새로운 갈등을 낳기 마련이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재능팀 팀원들은 이런 큰 프로젝트며 벽화며 다 처음이었다. 창문과 문이 붙어있어 쉽지 않은 복도의 벽면을 칠해야 했다. 도안을 그리기 위해선 창문과 문 등의 위치가 그림에 정확히 표시되어야 한다. 창문과 문의 길이를 재기 위해 현장에 직접 찾아갔다. 교수님은 우리가 무지할 것을 아셨는 지 가져오신 줄 자로 직접 벽이나 문 등의 길이를 재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그것을 기록 하는 법도 알려주셨다. 같은 주 저녁, 나는 팀장으로서의 첫 임무를 수행했다. 팀원들과 함께 기록한 수치를 바탕으로 컴퓨터 작업을 하여 문과 창문이 포함 되어 있는 밑그림을 완성했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 다소 엉성했지만 스케치를 시작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효율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13명을 몇 개의 팀으로 나누었다. 같은 주제 아래에 팀 당 맡은 벽면에 그릴 그림을 스케치했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거의 매 주 마다 교수님께 검사를 맡았다. 역시 초짜들의 그림은 교수님의 기대에 못 미쳤는 지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 아무도 그림을 대충 그리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그렸는 데 조그만 실수에도 다시 그려야 했으니 마음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그림을 지적하는 교수님도 마음이 아프셨을 것이다. 그렇게 상처받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며 어느정도 익숙해 질 쯤 도안이 완성되었다. 도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인 벽화봉사작업을 시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리원은 몇 개월 동안 만든 도안을 거절했다. 때는 10월 끝 주, 중간고사가 끝나고 복리원 원장님과 만남을 가졌다. 도안이 거절당한 소식을 전달 받았을 때 교수님조차 안색이 좋지 않으셨다. 이 소식을 듣는 아이들 심정은 어땠을까. 결국 복리원 원장님이 예시로 든 그림책을 기반으로 도안을 새로 만들기로했다. 벽화봉사 날짜도 당일날 잡았다. 행사 전에 후원 받을 물품을 정해야 하고 봉사자 인원도 구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진행 되기 전 도안은 필수로 완성되어야 했다. 적은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스토리는 당일날 모인 팀원들과 짜고 집으로 돌아와 약 8개월 동안 그리던 모든 벽면의 도안을 이틀 만에 끝냈다. 나의 급한 성격이 아이들에게서 기회를 앗아간 것 같아 미안했다. 그림은 좋았으나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그림이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13명이라는 팀원은 큰 인원 수가 아니다. 하지만 한참 여러 생각에 혼란스러운 청소년 13명은 그 숫자에 몇 곱이 된다. 나이도 각기 다르고 성별, 관심사, 경험의 양 등 동질감이라곤 미술 하는 사람이라는 것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팀원 간의 갈등이 일어나기 십상이었다. 작든 크든 서로간의 직, 간접적인 갈등 내지는 의견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물론 모르는 새에 일어난 갈등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아는 한 갈등을 해소 시켜줘야 했다. 하지만 이 역할은 리더로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 가장 큰 부분이었다. 나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역량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도 팀원들 모두 각자의 책임감에 끝까지 함께 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

 

이번 작업은 내게 성장통과 같았다. 비록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주변을 바라보는 성장의 순간이었다. 나의 선택에 따르는 결과 또한 나의 몫이라는 것을 가장 절박하게 느꼈다. 나는 리더로서의 책임을 져야했다. 복리원 답사 일정이 잡히면 매 번 학원을 빼서 참석했다. 벽화 그리는 팀의 팀장으로서 현장을 꿰뚫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리더로서 팀원들과 교수님 또는 상드봉(상하이 드림 봉사) 관계자 분들의 중립을 지켜야 했다. 물론 나는 재능팀 소속이었지만 일을 진행시켜야 했기 때문에 마냥 아이들 편만 들어 줄 순 없었다. 교수님과의 미팅 땐 대표로 팀원들의 의견을 간추려 말을 해야 했다.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서 오해가 없게 의견을 전달해야 했기에 언어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했다. 팀원들이 물어보는 질문에는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대답을 해야했고 그러기에 계속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러가지 힘든 일이 있었지만 결국 봉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책임감, 협동,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법 등 많이 배웠다.

 

“ The best ship sails in zigzag”라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금언이다. 만화 원피스의 루피 일행만 보아도 시련과 극복을 통해 성장하지 않는가. 단순히  재밌어 보여서 참가한 봉사활동이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동료 팀원들의 협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이번 프로젝트는 나에게 만큼이나  팀  동료들에게도 삶의 소중한 경험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없을 고등학교 2학년의 1년을 프로젝트와 팀동료들과 함께 보내면서 많은일을 경험했고 느꼈고 배웠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자니 작업하는 과정에서 지지고 볶았던 모든 동료들이 더욱 생각나고 그들의 소중함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벽화봉사를 특히나 팀장으로서 참여하길 너무 잘 했다.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 함께 고생했던 우리 재능팀 친구들과 교수님께 감사를 표한다. 진행을 도와준 상하이 드림 봉사단도 너무 고맙고 당일 참여 해 주신 모든 일반 봉사자님들께도 감사인사를 빠트릴 수가 없다. 모두 가슴 따듯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

 

상해한국학교 11학년 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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