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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물에서 살아남기

[2015-11-26, 15:45:46] 상하이저널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음에도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 낮은 개울이나 냇가에서만 놀았을 뿐이다. 이웃 마을 누군가 저수지에서 수영하다 잘못되었다더라 하는 소리만 듣고 자라서인지, 농업 용수 공급을 위해 큰 수로를 마을 주위로 냈는데 그 위용이 대단해 그 근처를 지나면 미끄러져 수로에 떨어질까봐 겁을 내서인지, 냇가에서 다슬기 잡고 가재 잡고 찰흙 캐고 놀았음에도 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었다. 대학을 가게 되면, 직장을 갖게 되면 제일 먼저 수영을 배우리라 그래 결심했던 듯 하다. 물에 빠져도 살아남기 위해….

 

 

며칠 전 초등 과정에 생존수영을 가르치기 위해 실기교육이 확대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해외에 있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그러한 유익을 누리지 못하지만 내 어릴 적 두려움과 수영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일각에선 1년에 몇 번 하는 수영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래서 기억이 났다. 대학에 들어가 직장을 갖게 되자 한국에서 수영을 배우던 시절, 왜 부모들이 그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염려하는지 알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일찌감치 수영을 했다. 큰 아이가 초등 1학년 홍췐루 근처에 씨에허(协和)가 생기면서 지하에 수영장이 생겼다. 염소 소독을 과다하게 해 물이 미끈거릴 정도였지만 집 가까운 곳에서 여름 방학을 이용 수영할 기회가 생겨 1주일 과정이라기에 뭔가 싶어 아이를 데리고 갔다.

 

한국에서 수영을 배운 경험이 있는지라 1주일 수영 강습으로 뭘 하겠나 싶어 따라 갔는데 물에 머리를 집어 넣는 연습을 하더니 바로 평영을 시작했다. 내가 처음 수영을 배울 때 자유형을 처음으로 접했기 때문에 20명씩 줄지어 키판을 잡고 발차기만 거의 두 세달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과 아이의 수영 강습이 교차로 스쳐 지나가며 진행된 초등 1학년 큰 아이의 수영 수업, 5일만에 큰 아이는 정말 평형을 배웠다. 키판 하나 없이 호흡 하나 힘들어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발차기 연습에 팔을 휘두르는 연습에 호흡하는 연습에, 마지막에 한꺼번에 이 모든 과정을 하며 힘들고 길었던 수영을 배우던 기억들이 억울해지기 시작했다. 저리 쉬운 것을….

 

한국 수영 강습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순서로 강습이 진행된다. 중국 수영 강습은 일반적으로 평영, 배영, 접영, 자유형 순서로 진행된다. 물론 그 다음 해 중국에서 수영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깨닫고 만난 또 다른 중국 강사는 자유형을 가장 먼저 가르쳤다. 자유형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자유형을 먼저 배우면 다른 수영법은 쉽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자유형을 4번 했을 때쯤 큰 아이는 자유형을 배웠다. 그 전 해에 평영을 배웠기 때문에 네 번 만에 배웠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우리 아이가 운동 신경이 좋나?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그 때 함께 배운 어른, 아이들 모두 그렇게 쉽게 자유형을 배웠다. 지켜 보는 내가 봐도 정말 쉽게 배웠다. 자유형을 습득할 때쯤 아이는 이미 배영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평영은 하룻만에 기본을 습득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초등 저학년 때 여름 방학 한 철 수영을 배웠고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2-3미터가 넘는 물 속에서도 열쇠를 던져 바닥 찍고 올라오는 놀이를 하며 놀았다.

 

4가지 영법으로 자유자재로 제대로 하려면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림을 부인하지 않는다. 자유형을 습득한 후에도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은 나는 생존 수영을 할 수 없었다. 자유형은 생존 수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영을 습득하고 난 후에야 혹여 물에 빠져도 헤어나올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상하이에서 수영 강습을 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는 일방적인 경험일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 상하이에 오래 살며 좋았던 것, 온 가족이 수영을 좋아하고 즐기게 된 것이다. 물을 무서워했던 이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유익한 수영을 쉽게 배우길 원해 초등학교에 포함된 수영 교육이 반가워 기억을 나눠 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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