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은 최근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햄프셔의 보헌트 중학교에서 특별한 실험을 했다. 3학년 학생 50명에게 한 달간 '전통 중국식'으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친 것이다.
하루 12시간 교사가 칠판에 필기하면 학생이 받아적는 '주입식' 교육을 반복하자 학생들은 "배운 게 없다"고 아우성쳤고,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들이 통제가 안 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4주 후 치러진 시험에서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10% 가량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강인한가?"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중국의 엄격한 교육 방식이 영국 학생들에게도 유효할 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다큐 전반부만 보면 실험은 완전히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주입식 강의를 빨리 필기하는 것밖에 배운 것이 없다고 혹평했고, 중국인 교사는 "영국은 복지제도 덕택에 일을 안 해도 돈이 나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의욕이 없다"고 비판했다. 통제 안 되는 아이들로 수업 분위기도 산만해지기 일쑤였다.
닐 스트로거 보헌트 중학교 교장은 "중국 학생들이 학업성취도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중국의 부모의 태도나 중국문화 또는 가치 때문이지 교육방식 때문은 아니라는 게 명백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4주간의 실험을 마치고 나온 시험 결과는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다.
시험을 주관한 교육연구소(IOE)는 "실험 시작 전에는 중국인 교사들에게 배운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에 성적 차이가 없었는데, 실험 이후 중국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이 결과가 세밀하게 분석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스트로거 교장은 성적이 나온 이후 중국 교사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영국 학생들이 중국 학생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 학생들이 교사들을 존중하는 방식은 영국에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은 그러나 중국식 교육법을 100% 받아들이는 데에는 주저했다.
그는 "수업시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을 수는 있지만 학생들이 하루 15∼16시간 공부해야 한다면 그건 '어린시절'이 아니라 '수감생활'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 고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