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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방]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2015-04-15, 09:26:55] 상하이저널

[책 한 권, 공감 한 줄]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자화상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 창비 | 2008-10-24
신경숙 | 창비 | 2008-10-24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되자마자 화제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졌고 공감을 자아내는 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잊혀졌던 엄마, 잃어버린 엄마


소설은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 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가족들에게 늘 잊혀있던 엄마라는 존재는 엄마를 잃고 난 후에야 가족들에게 소중한 존재로 다가왔으며 엄마를 찾기 위한 가족들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복원해나간다. 소설은 엄마를 찾아 헤매는 과정을 딸-큰아들-아버지(남편)-어머니(아내)-딸로 이어지는 시점의 전환으로 묘사된다.

 

‘근면’ 세상 모든 엄마들의 특성


엄마라는,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면서도 소박한 인물은 신경숙 소설답게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가운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사소하고 세세하여 나는 마치도 나의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엄마, 엄마는 잠시도 쉬지 않고 늘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 엄마의 손이 가면 뭐든지 살아났다.

 

맏이의 모습에 투영된 나의 모습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엄마의 자화상을 통해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 그리고 엄마와 남편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 또한 세 딸 중에 맏이로 태어나 소설 중 큰오빠 형철이가 누렸던 그런 대우를 누렸다. 엄마가 형철이에 대한 기억은 내가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소설 속의 엄마는 말한다. “너는 내가 낳은 첫 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강?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나 또한 엄마에겐 그만큼 특별했던 존재였다. 글속에서 엄마가 기억하고 있는 큰딸의 모습에서도 나는 언뜻언뜻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엄마는 언젠가부터 딸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고 미안해하고 손님처럼 대한다. 맏이이면서도 딸인 나는 소설 속의 큰딸처럼 가끔은 매몰차게 엄마를 대한다. 엄마가 뭘 물어보면 늘 짧게 대답했고 더 물어보면 귀찮아져서 나중에 얘기해줄게, 했다. 그것은 엄마니까 괜찮다는 믿음이 무한정 깔려있기 때문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엄마는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

 

엄마를 부탁해


요즘 엄마는 많이 아프다. 영원히 내 곁에, 동생들 곁에, 아버지 곁에 엄마로, 아내로 있기만 할 줄 알았는데 수시로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다. 늘 주기만 하던 엄마가 이제는 우리에게서 모든 걸 받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익숙하지 않은 이 상황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한편으로는 급하다. 늘 나중에, 라고 얘기했던 그 나중이 지금이 된 것 같아서 급하고 애가 타고 조바심이 난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누구에게든 간절히 애원하고 싶다. 곁에 있지만 나는 엄마를 잃어버린 것 같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엄마를.

 

우리는 엄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는 처음부터 나에게, 동생들에게 그냥 엄마였다. 엄마에게도 여자의 삶이 필요했다는 걸 우리는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냥 모든 것을 다 견디고 짊어지고 헤쳐나가야 하는 엄마의 삶으로만 간주했다. 이 소설의 에필로그부분에서는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나의 엄마에겐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삶의 스토리가 있었을까. 나는 엄마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엄마라는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존재에 대해 이렇게 낱낱이 해부한 소설, 피붙이 식구들의 끈끈한 정을 절절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이 글을 나는 반성, 자책, 회한의 감정으로 읽어 내려갔다. 신경숙은 이 세상 모든 자녀들의 엄마에 대한 감정의 대변인같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더 이상 평범할 수 없고 더 이상 자질구레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떠올리는 순간 뭉클해지는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되새겨준다. 엄마의 존재란 무엇인지를.

 

아직 늦지는 않았다


작가는 말한다. “누구에게도 아직 늦은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내 식의 방법이 이 소설이다...... 오늘의 우리들 뒤에 빈껍데기가 되어 서 있는 우리 어머니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가슴 아픈 사랑과 열정과 희생을 복원해보려고 애썼을 뿐이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은 있다. 이렇게라도 엄마에게 한없이 미안한 나를 위로하고 싶다.

 

▷상하이작가의방
   곽미란(grace_kwak@16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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