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나무를 심은 사람

[2015-03-11, 18:00:02] 상하이저널

 

1차 대전 전후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는 자신이 꿈꾸었던 세상과 창조적인 개혁, 그것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을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동화같이 소박하고도 짧은 한 편의 소설로 대변하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1910년경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다 황무한 고원지대에서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한 목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은 교회당과 우물들, 벌집처럼 붙어있는 집들. 그러나 살아있는 것들은 찾아보기 힘든 그 곳에서 이 초로의 양치기는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가 3년 전부터 이 황폐한 땅에 도토리를 심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꾸준히 매일 매일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며 도토리를 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혼란한 와중에도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의 일을 성실히 할 뿐이어서 전쟁이 끝난 6년 후 주인공이 다시 그곳을 찾아 갔을 땐 황무지 한 켠에 자리잡은 무성한 떡갈나무 숲과 곳곳에 자라고 있는 어리고 여린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어쩌다 작은 야생동물을 잡으러 이 지방을 찾는 사냥꾼들은 그저 이런 변화들을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느낄 뿐이었고. 심지어는 어느덧 넓은 지역에 숲이 형성되자 놀란 산림 감시원이 부피에를 찾아와 숲이 위험하니 불 피우는 걸 조심하라고 하며 숲이 어떻게 이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말할 지경이었다.


주인공이 처음 부피에를 만났던 때로부터 30년이 지났을 때 그곳은 이미 예전의 황폐한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고작 세 사람이 살면서도 아옹다옹 다투던 마을엔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고 누구라도 와서 살고픈 마음이 들 만큼 아름다운 정원과 채소밭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마을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8년이 더 지났을 땐 무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숲들과 샘물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기 시작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행복하게 그 땅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오직 한 사람의 헌신과 꺾일 줄 모르는 의지가 황무지를 생명의 땅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 기적을 일궈낸 부피에는 1947년 바농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말이다.


부피에는 실존했던 인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면서 40여 년의 삶을 오로지 숲을 일구는데 전념하며 살았다. 그에게 누가 알아주고 말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오노는 이런 부피에를 이기주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고 고결한 신념에 이끌려 살아가는,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이라고 말했다. 극도로 이기적이고 소비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도 당장은 볼 수 없는 변화를 꿈꾸고 확신하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희생하는 부피에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기적을 부르는 희생과 수고가 매일 매일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면 나도 부피에가 걸어간 길을 따르는 또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의 코스트코 샘스클럽 Sam’s Club hot 2015.05.10
    중국의 코스트코(Costco) 창고형 매장의 원조 샘스클럽 Sam’s Club 浦东의 회원제 창고형매장 山姆会员商店       샘스클..
  • 연세대 2015학년도 후기 재외국민 전형 모집요강.. hot 2015.03.14
    전형방법 : 중•고교 성적(고교 성적을 중심으로 중학교 성적을 참고함), 자기소개서, 해외수학기간, 기타 자료(해외고교 표준화학력평가 자료, 추천서, 수상경력,...
  • 옌안동루터널 푸동-푸시방향 14일부터 통행금지 hot 2015.03.13
    상하이의 푸동(浦东)과 푸시(浦西)를 이어주는 월강터널인 옌안동로터널(延安东路隧道)이 오는 14일부터 대규모 공사에 들어간다고 해방일보(解放日报)가 보도했다. 이..
  • 상하이 벚꽃축제, 8개 공원 공동개최 hot [1] 2015.03.13
    3월의 봄날, 벚꽃 감상 시기가 찾아왔다. 가까이는 상하이 꾸춘공원(顾村公园)의 당일 여행, 멀리는 일본으로의 벚꽃 여행, 봄이 오면 어김없이 벚꽃 관광객들의 발..
  • 지난해 韩 공기청정기 중국 수출량 최대 hot 2015.03.11
    한국관세청이 1월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공기정화기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3.3% 증가해 1억29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로써 처음으로 1억..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2.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3.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4.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5.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6.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7.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8.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9.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10.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경제

  1.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2.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3.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4.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5.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6.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7. 中 올해 명품 매출 18~20% 줄어..
  8. 중국 전기차 폭발적 성장세, 연 생산..
  9. 中 세계 최초 폴더블폰 개발사 로우위..
  10. 푸동공항, T3터미널 핵심 공사 시작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6. 上海 아파트 상가에 ‘펫 장례식장’..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4.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5.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8. [산행일지 9] 세월의 흔적과 운치가..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