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전후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는 자신이 꿈꾸었던 세상과 창조적인 개혁, 그것을 이루어 나갈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을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동화같이 소박하고도 짧은 한 편의 소설로 대변하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1910년경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다 황무한 고원지대에서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한 목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은 교회당과 우물들, 벌집처럼 붙어있는 집들. 그러나 살아있는 것들은 찾아보기 힘든 그 곳에서 이 초로의 양치기는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그가 3년 전부터 이 황폐한 땅에 도토리를 심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꾸준히 매일 매일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며 도토리를 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혼란한 와중에도 그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의 일을 성실히 할 뿐이어서 전쟁이 끝난 6년 후 주인공이 다시 그곳을 찾아 갔을 땐 황무지 한 켠에 자리잡은 무성한 떡갈나무 숲과 곳곳에 자라고 있는 어리고 여린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어쩌다 작은 야생동물을 잡으러 이 지방을 찾는 사냥꾼들은 그저 이런 변화들을 자연적인 현상으로만 느낄 뿐이었고. 심지어는 어느덧 넓은 지역에 숲이 형성되자 놀란 산림 감시원이 부피에를 찾아와 숲이 위험하니 불 피우는 걸 조심하라고 하며 숲이 어떻게 이렇게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 신기하다고 말할 지경이었다.
주인공이 처음 부피에를 만났던 때로부터 30년이 지났을 때 그곳은 이미 예전의 황폐한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고작 세 사람이 살면서도 아옹다옹 다투던 마을엔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고 누구라도 와서 살고픈 마음이 들 만큼 아름다운 정원과 채소밭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마을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8년이 더 지났을 땐 무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숲들과 샘물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기 시작했는지 영문도 모른 채 행복하게 그 땅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오직 한 사람의 헌신과 꺾일 줄 모르는 의지가 황무지를 생명의 땅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 기적을 일궈낸 부피에는 1947년 바농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말이다.
부피에는 실존했던 인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홀로 살면서 40여 년의 삶을 오로지 숲을 일구는데 전념하며 살았다. 그에게 누가 알아주고 말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오노는 이런 부피에를 이기주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고 고결한 신념에 이끌려 살아가는,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이라고 말했다. 극도로 이기적이고 소비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에도 당장은 볼 수 없는 변화를 꿈꾸고 확신하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희생하는 부피에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기적을 부르는 희생과 수고가 매일 매일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라면 나도 부피에가 걸어간 길을 따르는 또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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