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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방] 알랭드보통이 전하는 여행이야기

[2015-03-07, 16:09:50]

[책 한 권, 공감 한 줄]

‘여행의 기술’부터 배워보자

 

 알랭 드 보통 | 청미래 | 2011.12 | 원제 The Art of Travel(2002년)

 

여행을 떠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할까? 알랭드보통은 ‘여행이란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각도로 묻는다. 저자 스스로도 여행을 하면서 ‘여행’이라는 화두를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조만간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아마 다음 번 여행이 지금까지의 여행보다 더욱 즐거운 일이 되고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다녀왔던 여행들로부터 각자 나름의 어떤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은 완전한 것일까?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는 같은 시공간에 함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아예 본 기억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여행을 갔던 두 사람은 과연 똑같은 것들을 보았고, 똑같은 느낌을 가졌을까?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은 같은 추억과 같은 정서를 불러올 수 있는가?

 

어느 비 내리는 오후, 같은 길을 걸어가는 내 앞 사람과 내가 바라보는 비는 같은 비가 아닐 것이다. 앞 사람은 아직도 겨울비가 내린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는 봄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우리 둘 사이에 공유되는 생각이 있을 가능성도 많지 않다. 두 사람의 느낌 역시 정확하게 같은 색채일 수 없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꿈에도 그려보던 어떤 곳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어디로라도 현재 있는 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 떠나는 것 자체가 여행의 이유인 사람들도 있다. 일단 여행의 목적지가 정해지면 우리는 그곳이 우리에게 안겨줄 환상을 떠올리면서 즐거워한다. 헌데 막상 그곳에 도착하면, 상상은 가끔씩 비참한 현실을 내밀기도 하고, 처음 만나 감동을 주었던 그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곧 진부한 풍경으로 바뀌기도 한다.

 

여행지로부터 일상을 살아가는 원점으로 돌아온 후, 우리에게 남은 것은 몇 편의 슬라이드 같은 흐릿한 기억, 스스로는 서사를 만들지 못하는 박제된 사진들만이 남아 있을 뿐, 디테일은 서서히 잊혀지기 일쑤다. 혹은 그 여행지에서 보았던 낯선 풍경이나 그곳 사람들의 다른 문화가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을 때 내가 가졌던 미래에 대한 불안한 감정들이나 자신을 여행지로부터 이탈시켰던 불필요했던 생각들이 어렴풋하게 기억날 수도 있다.

 

여행은 우리의 삶을 고양시켜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잠시 현실을 탈출하였다가 다시 일상의 감옥으로 돌아오게 되는 허탈한 것인지, 알랭드보통과 대화를 나누어 보자. 저자는 모두 열 편의 에세이를 통하여 여행에서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삶이 관찰되고 사유되고, 묘사되어질 수 있는 경지가 될 때, 결국 인생이 고양되는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여행의 행위란 “어딘가로 간다는 것이다.” 아주 먼 나라가 되었든, 가까운 곳이 되었든, 자신에게 낯선 어딘가로 가보는 것이다. 우리 삶을 아름답고 충일된 기쁨의 지경으로 끌어올리거나, 여행을 통하여 슬픔을 치유하고 허무함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여행의 기술부터 배워보자. 그것은 관찰하고 생각하고 묘사해보는 것이다. 철학적인 생각, 혹은 심리적인 관찰을 동반하는 여행을 함으로써 우리는 여행지로부터 돌아온 후에도 아름다웠던 그때 그곳의 깨달음을 우리 자신에게 오랫동안 붙들어 둘 수 있다. 우리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필요가 있다. 그곳이 먼 곳이든 혹은 바로 상하이의 내 집 앞 동네이든, 혹은 내 마음 속 어느 미지의 구석이든.

 

▷상하이작가의방
상하이박(shanghai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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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는 ‘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어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있다. 20대의 나이부터 50대의 나이까지, 다양한 감성과 삶의 배경을 가진 한국인들이 모였다. 매주 일요일 오전 두어 시간의 모임에서 똑같은 제목으로 두 꼭지의 글을 써서 공유하고 있다. 상하이저널이 진행하는 ‘책쓰는 상하이’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한국인 작가들의 글쓰기, 책쓰기, 시작법 등 공개 강의 과정에 함께 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의 방’ 플랫폼은 상하이에서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예비 작가들을 격려했고 신인 작가를 발굴해내고 있다. ‘작가의 방’이 상하이 교민사회에서 인문적 삶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며 문화 수준을 올리는데 기여해 나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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