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통행에 불편…물가 상승 주도"
홍콩 사회가 밀려드는 중국인 쇼핑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홍콩 정부 통계에 따르면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은 2003년 약 800만 명이었지만, 홍콩과 맞닿은 선전(深천<土+川>)시 시민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이 완화된 2009년 이후 급증해 2013년에는 5배 수준인 4천70만 명에 달했다.
작년에는 4천720만 명으로 1년 새 16% 급증했다. 약 700만 명인 홍콩 인구의 6배를 넘는 규모다.
홍콩 시민은 중국인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대중교통 이용과 통행에 불편이 초래됐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2008년 희대의 '멜라민 분유' 파동을 겪은 후 홍콩에서 분유를 대거 구매하면서 분유 가격 급등을 가져왔으며 이후로도 다양한 유아용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 대형 가방을 든 중국인들이 버스 정류장 앞이나 인도를 차지해 홍콩 시민은 차도로 걸어 다녀야 하는 상황이며, 중국인의 가방에 부딪혀 부상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설을 앞두고 중국인 쇼핑객이 급증하면서 불편이 커지자 홍콩 시민 800여 명은 지난 8일 북서부 지역인 튠문(屯門)구에서 중국인 쇼핑객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홍콩과 중국 선전시 출입경사무소를 오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중국인들에게 "중국 본토로 돌아가라. 튠문을 돌려달라"라는 구호를 외친 뒤 부근 쇼핑몰 안으로 몰려갔다가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13명이 체포됐다.
홍콩 정부는 최근 중국인 보따리상과 산업용 건물에 편법으로 들어선 중국인 쇼핑객 대상 상점에 대한 단속에 나섰지만, 시민들은 규제가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8일 시위를 주도한 페이스북 그룹 '튠문 사랑' 회원인 웡이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인 쇼핑객들 때문에 주민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지만, 이를 통제할 규제가 부족하다"며 "버스 회사들이 수화물을 무게 5㎏, 부피 0.1 세제곱미터(㎥)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니어스 호 (何君堯) 튠먼구의원은 "홍콩이 대규모 방문객을 수용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 정책의 변경을 고려할 시점"이라며 "홍콩에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중국인을 위해 튠문 외 다른 지역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저작권 ⓒ 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