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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하이 대학병원 유일 한국인 양의 ‘홍성진’

[2015-01-30, 16:47:03] 상하이저널

[내가만난사람]
중국을 대하는 한국인 청년의사의 자세
중국 의학도, 상하이 대학병원 유일 한국인 양의 ‘홍성진’

 

교통대부속제1인민병원 한국인 청년의사 홍성진
교통대부속제1인민병원 한국인 청년의사 홍성진

 

중국 소화기내과 프리젠테이션 대회 우승


“외국인이라 대회분위기를 위한 들러리인줄 알았어요. 정말 우승까지 할 줄 몰랐죠.”
중국생활 16년, 대학병원 근무 8년째인 청년의사 홍성진(34). 중국건강촉진기금회(中国健康促进基金会)가 중국 전국 소화기내과 청년의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간질환분야 프리젠테이션 대회(感染肝病领域医师菁英演讲赛总决赛)’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중국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라며 “외국인에게 상을 준 것에 놀랐다”고 겸손하게 우승 소감을 전한다.


장장 6개월간 각 구(区)대회-상하이시 대회-화동지역 대회-전국 준결승, 그리고 마지막 최종 결선에 16명이 경쟁하는 자리에서 당당히 최고 점수를 얻었다. 전국 소화기내과 청년의사 1000여명이 200여 차례 겨룬 대회에서 최후의 1인으로 남은 한국인 청년의사의 특별한 우승이다.

 

복단대 의대 5년, 교통대부속병원 8년


‘똑똑한 의사 친구의 자랑 찬 수상소감 한번 들어볼까?’로 시작한 인터뷰는 금방 꼰 다리를 풀게 했다. 이내 의자를 바짝 끌어당겼다. 청년의사 홍성진은 중국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중국유학 스토리에서 전해오는 그 흔한 노력과 열정의 결실이 아닌, 그냥 중국 속에 녹아 있었다.


“한국에서 응용생물화학을 1년 공부하다 중국 연수를 왔죠. 1년 배운 중국어로 복단대 의대를 진학했어요.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었고, 어학과 자격증이면 밥은 먹고 살겠지 싶었어요.”


우여곡절 필사적으로 공부한 끝에 40명 외국유학생 중 졸업생 7명 명단에 올랐다. 1년 간 실습도 마쳤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부터다. 중국인 의대생도 오라는 병원 없는 현실에서 외국인이 갈 곳이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중국 병원에 남은 선례도 없어 막막했다.

 

외국인 의대생 7전8기 대학병원 진출기


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중국 1선도시 대학병원 순방길에 올랐다. 베이징에서 광저우, 청두에서 쑤저우까지 70여 병원을 다녔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다시 상하이로 돌아와 지금의 근무지인 교통대부속제1인민병원바오산(宝山)분원 인사과 문을 두드렸고, 수차례의 방문과 두 번의 면접 탈락에도 불구하고 7전8기를 증명했다.


그가 선택한 분야는 응급의학과, 응급실에서 1년 6개월 일한 후 수습딱지를 뗐다. 월급은 8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2.5배 인상됐다. 이렇게 상하이 한국인 양의사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학병원에 근무하게 됐다. 현재 상하이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3명의 외국인 의사 중 한 명이다.

 

첫 마음가짐과 간절함을 되새기며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 건, 졸업을 2년 남긴 후부터였어요. 임상 때 환자들을 직접 대하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구나 싶었죠.”


5년의 레지턴트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소화기 내과 ‘전문의’ 명찰을 달았다. 숨돌릴 겨를이 생겨 한국상회SOS솔루션 활동도 시작하며 교민들에게 의료자문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는 의사라는 직업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힘들고 고단하다. 한국처럼 선망의 직업도, 부로 가는 길목도 아닌 더구나 중국 로컬지역에서 한국인 의사로 지내는 것은 외로운 길이 아닐 수 없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고행 자체다. 그는 청년의사의 길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줬던 지금의 대학병원과의 만남을 되새긴다.


“중국대학에서 공부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겠지만 나의 마음가짐을 봐달라, 평생 같이 할 사람을 뽑는다는 신뢰를 결코 월급 몇 푼에 저버리지 않겠다며 매달렸던 간절함을 떠올리곤 해요.”

 

중국은 정복 대상 아닌, 녹아 드는 곳


그리고 그는 여전히 중국을 잘 모른다고 몸을 낮춘다. 중국 깊은 곳에서, 나약하고 병든 환자들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아직도 중국을 모른다고 얘기한다. 의사로서 꿈과 이상을 중국에서 펼치겠다고 밝힌다. 자신의 인생 승부를 중국에 걸겠노라고 다짐한다.


또 이번 우승으로 ‘중국인을 이겨서 통쾌하다’는 축하인사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중국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성공의 기반도 아니다. 중국 속에서 청년의사로 녹아 드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곳이 그냥 중국인 것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이렇게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힘을 얻는, 그가 중국을 대하는 자세는 이처럼 자연스럽고 대륙적이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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