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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들친구엄마들 ‘레몬에이드’

[2015-01-28, 09:20:21] 상하이저널

상하이생활 12년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자의든 타의든 만남과 이별은 이제 상하이생활에서 일상이 된 느낌이다. 상하이에 오래 살았다면 인간관계가 아주 넓을 것 같지만, 나같이 소심한 트리플 A형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알고 지내던 분들이 점차 한국으로 떠나가고, 새로운 분들은 사귀지를 못하니 인간관계가 자연히 좁아진다.


나의 좁은 인간관계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충전기 같은 역할을 하는 모임이 바로 ‘레몬에이드’ 모임이다. 이 모임은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면서 만들어졌다.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아이들의 엄마들이 모여 자연스레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우연히 함께 레몬에이드를 마시다가 모임의 이름을 레몬에이드로 짓기로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한국으로 떠나거나 학교를 옮긴 친구들이 빠지니, 자연스럽게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이 남게 되었다. 아이들이 서로 친하기도 했고, 다들 순둥이들이라 모여서도 큰 문제없이 노는 모습이 대견했다. 엄마들도 모두 착해서 아이들을 모두 아들친구가 아닌 아들처럼 아껴줬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친구도 만들어주고 엄마들과 정보교환도 할 요량으로 만나던 모임이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이 모임은 친 자매들 모임처럼 편안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그 동안 우리는 ‘레몬에이드’모임을 통해 아이들을 함께! 키워냈다.


어른들은 또래 엄마들과는 되도록 만나지 말라고 권한다. 나이가 같거나 아이들과 같은 학년의 엄마들을 만나면 시기와 질투 때문에 그 관계가 오래 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도 이 말에 동감하는 편이다. 그래서 되도록 선배 엄마들이나 후배 엄마들을 만나는 것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레몬에이드’ 모임은 나에게 더욱 특별하다.


‘레몬에이드’ 모임을 통해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 것은 나에게는 큰 행운이다. 물론 이 행운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서로가 이해해주고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면 이 모임이 이렇게 오래도록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위로해 주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노력!
자연스러운 모임이 되기까지 서로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그 노력덕분에 우리는 아들이 하나가 아닌 다섯이 생겼다. 앞으로 아이들은 대학을 가든, 군대를 가든, 직장을 다녀도 각자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하지만, 먼 미래에도 우리들의 모임은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엄마들이 모여 자주 이런 농담을 한다. 우리 애들은 군대도 같이 보내고, 결혼도 같이 시키자고! 우리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앞으로 실현될 일이라 믿고 있다. 내 아들의 친구를 넘어 내 아들들이니까 군대도 보내고 결혼식도 참석하고 서로 왕래하며 지낼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들이 하늘로 돌아갈 때에도 서로가 형제처럼 우리들을 배웅하리라 믿는다.


엄.친.아.(엄마친구아들)도 아.친.엄(아들친구엄마)도 아닌 진짜 가족이 되어 버린 레몬에이드!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 할 것이다.


▷산호수(hsz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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