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중력, 당연하지만은 않은 이야기
그래비티(GRAVITY)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물체는 아래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기니아 피그 한 마리를 키우는데 5개월쯤 되었을 때 2층 선반이 딸린 계단 집으로 바꾸어 주었다. 얼떨결에 2층에 올라간 이 녀석이 내려오는 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녀석 정도면 충분히 뛰어 내릴 수 있는 위치인데도 섣불리 뛰어내리지 못한다.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이 중력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중력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지만, 이 중력의 정체야말로 현대 물리학에서 최대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아도 왜 작용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중력의 정체를 아직까지 어떤 과학자도 명확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위대한 만유인력의 발견 현장으로 가보자. 1666년, 런던은 시가지의 5분의 4가 불타는 대화재를 당했다. 이른바 ‘런던 대화재’다. 게다가 흑사병까지 돌아 런던은 그야말로 죽음의 도시가 되었다.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하던 뉴턴은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울즈소프의 고향집으로 내려간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1년 여 기간 동안 그는 수학과 역학, 광학에 몰두했다. 그 결과물들로 미분, 적분을 발명했으며, 빛의 기본성질을 밝혀냈고, 만유인력 법칙의 기반을 마련했다.
사과는 떨어지는데 달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다가 '달도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하지만 달은 지구로 떨어지는 동시에 옆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 두 운동의 결합이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로 나타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만약 지구가 달을 끌어당기는 작용을 하지 않는다면 달은 일직선으로 지구를 지나쳐 버릴 것이다.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호기심이 과학을 발전시키는 힘임을 확인케 된다.
교과서에서 배운 중력을 실감나게 체험케 한 영화가 있다. 2013년의 화제작 그래비티(GRAVITY)다. 시공을 넘어서며 가족애, 인류의 문제를 해결코자 전진하는 인류 이야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수 년 동안 공부하여 써 낸 시나리오를 담고 있는 인터스텔라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때다. 지금 이 때 그래비티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수십 년 후에 과학이 더 발달 된 인류가 가상으로 그려 낼 이야기보다 그래비티 속 스톤 박사가 직면한 무중력, 무산소 상태는 우주 공간에 대해 가장 현실감 있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래비티는 우주를 소재로 했지만 어찌 보면 재난 영화에 가깝다. 여러 차례의 시행 착오 끝에 2013년 우리 나라도 세계에서 11번째로 자체 인공위성 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린 나라가 되었다.
중력이 없는 우주, 산소가 없는 우주에서 중력과 산소가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의 우주를 향한 가장 현실감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인류는 계속해서 우주를 향한 도전을 계속 할 것이다. 2014년의 현실은 그래비티 속 스톤박사와 매튜지만 언젠가는 인터스텔라 속의 일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남보다 더 멀리 보아왔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뉴턴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이 거인들이 갈릴레오, 케플러이다. 뉴턴은 이들이 생각하고 연구한 현상들을 수식화 했고, 인류가 우주선을 띄울 수 있는 이론들을 정립했다.
나는 2014년 그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시작한다. 더불어 인류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오늘 보이지 않는, 당연하게 여긴 중력에 감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산소에 감사한다. 끝없이 넓어져 가는 우주 속에서 먼지에 불과하다 여기던 때도 있었지만 이 우주를 지탱해주는 한 힘에 또 내가 있음에도 감사한다. 영화 그래비티는 여러 관점에서 이러한 생각을 갖게 해준다.
▷고등부 학생기자 한동영(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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