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강의 할 기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의뢰 받은 주제와 함께 동양인의 특성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곤 한다. 본인의 화두이기도 하고, 그것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술 참관을 위한 문의가 들어오는데, 최근 중국 선생님들의 방문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도 외국의 대가들을 찾아 다니며 가르침을 받았던 경험이 있고, 그것이 서로의 발전에 좋은 자극이 되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오라고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다. 예전 근무하던 병원에서도 외국 의사들과 이런 개인적인 교류가 상당히 활발했었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의 학회 차원의 큰 협력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경제 성장으로 미용 산업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비슷한 인종적 특징으로 미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공급자 입장에서 의사들의 협력과 유대가 아쉬운 실정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철저한 검증 없이 이뤄지던 무분별한 원정 진료와 불법 브로커 등의 왜곡된 현상들로 불편한 감정이 많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성형외과도 미국을 비롯해 서양인들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학문의 기초를 탄탄히 하고 역사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뿌리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인종에 따라 얼굴 생김새와 해부학적 특성이 다르고, 그것에 대한 접근 방법과 개념 정립이 앞으로 풀어야 할 큰 과제라고 본다. 보편적으로 동양인들은 얼굴이 넓고 밋밋하다.
또한 눈은 작으며, 코는 낮고 평평한 특성이 있다. 그래서 두드러진 광대나 사각턱을 줄여서 얼굴을 갸름하게 하는 안면윤곽수술, 눈을 상하좌우로 늘리고 코를 오똑하게 세우는 술기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다. 반대로 서양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밋밋한 광대나 턱에 볼륨을 충전하고, 매부리 같은 큰 코를 줄이는 수술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가슴이나 체형 성형이 가장 활발하게 시행되는 수술이고, 얼굴 성형은 주름성형의 빈도가 높은 편이다. 이렇듯 인종에 따라 성형수술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고, 그것에 대한 발전 양상이 차이가 난다.
의사들의 노력과 국민성, 소득 향상에 따른 시대적 여건 등의 선순환으로 한국 성형외과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시간적, 지리적 접근성이 높다는 것도 한국의 큰 장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동양인이란 화두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다. 학문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이웃 나라와 개별적인 접촉뿐만 아니라 협회 차원의 보다 큰 교류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성형외과의 학문적 기반은 미국과 유럽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서양인들 위주로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동양인들은 그들과 얼굴 생김새와 해부학적 특성에서 차이가 나고, 그들과는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아시아의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동양인들만의 특성에 따른 개념과 수술의 재정의가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큰 숙제이다. 그런 학문적인 화두뿐만 아니라 건전한 상호 발전을 위해서라도 보다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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