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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김장

[2014-12-08, 13:56:52] 상하이저널

다사다난했던 한해의 달력이 한 장 한 장 넘겨지고, 드디어 2014년의 달력이 한 장 남았다. 12월!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12월이 되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것 같다.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몸은 움츠러들고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 집안 곳곳에 손보고 점검할 사항도 많아진다. 겨울이 왔으니 침구류도 바꾸고, 장롱 속에 모셔져 있던 겨울용 의류들을 꺼내어 준비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주부들에게는 김장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큰일인 것 같다.

요즘에야 가족들이 적으니 김장을 조금씩만 하거나, 마트에서 필요할 때마다 김치를 구입해서 먹기도 하지만, 옛날에는 집집마다 몇 백 포기씩 김장을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김장을 하는 날이 무슨 잔칫날처럼 여겨졌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배추가 수북이 앞마당에 쌓여 있고, 어머니는 배추 손질에 여념이 없었다. 퇴근하신 아버지도 김장하는 날 만큼은 두 손을 걷어붙이고 도와주셨다. 밤새 배추를 절이고 씻어 놓으면 동네사람들이 서로 모여 시끌벅적 김치를 담갔다. 김장이 마무리 되면 다함께 배추쌈과 속을 곁들여 수육을 먹었던 맛있고도 즐거운 기억이 생생하다.

서로 품앗이로 일을 도왔기 때문에 다른 집의 김장김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집집마다 김치의 재료나 담그는 방법이 달라서 김치를 먹어보고 “누구집 김치가 맛있네, 누구집 김치가 더 맛있네.”하며 평가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인터넷으로 김장을 조사해보니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2013년에 등재되었으며,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라고 소개되어 있다. 정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좋은 문화유산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니, 반성이 되었다. 결혼하고 너무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왔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핑계를 앞세워 노력하지 않고 그동안 너무 편하게만 지냈던 것 같다. 음식 솜씨가 부족하고 손도 느리다보니, 김장을 해서 이웃과 조금씩이라도 나눌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들은 김장을 여러 사람들과 같이 한다. 서로 웃고 이야기 나누며 김치를 담그고 맛이라도 보라며 김치를 나누어 주신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예전에는 감사함으로 끝났지만, 이제부터는 나도 이 감사함을 다른 분들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김장이라는 좋은 기억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녹치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어나가게 해줘야한다는 의무감이 느껴졌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김장을 해야겠다. 김장의 나누는 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이번 김장은 꼭 넉넉히 해서 이웃들과 나누어 먹어야겠다.

2014년의 남은 달력 한 장에는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가득 채워 놓아야겠다.

▷산호수(hsz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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