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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자원봉사자-블로거 향한 눈살, ‘이래도 됩니까’

[2014-09-25, 10:52:30] 상하이저널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개막한지 6일이 지났다. 45개국에서 1만3000여명이 참가해 금메달을 목표로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수들은 정정당당한 경기를 펼치며 스포츠 정신으로 아시아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앞에서는 선수들이 감동의 무대를 펼쳤다. 뒤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수고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공개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은 대학생이다. 통역은 물론 경기 운영과 안내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켠에서 이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몇몇 자원봉사자들 때문이다. 초심과 달리 다른 방향에서 책임감을 망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전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ID카드를 악용하는 셈이다.

이들을 순수하게 자원봉사자라고만 볼 수 있을까.
24일 남녀 펜싱 경기가 열리는 고양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단의 입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경기를 마치고 나가는 선수를 붙잡고 사진촬영을 요구하며 그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24일 남녀 펜싱 경기가 열리는 고양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단의 입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경기를 마치고 나가는 선수를 붙잡고 사진촬영을 요구하며 그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 당황스런 말 한 마디, “몰라요”

각 경기장에는 메인프레스센터(MPC)와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마련됐다. 하지만 대다수의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인지 아는 이를 찾기란 어려웠다.

이들이 이번 대회장을 출입하기 위해 개인 ID 카드를 받았다. 그곳이 바로 송도 컨벤시아에 위치한 MPC였다.

셔틀버스 운행시간에 대한 정보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한 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기자들이었다.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파견된 기자들은 늦은 밤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 인기종목 선수들은 피곤해

류중일 야구 대표팀 감독이 “자원봉사자들이 선수들에게 사인 받기에 바쁘더라”며 쓴 소리를 할 정도다. 지난 20일 목동구장 더그아웃에 몰린 자원봉사자들이 공인구를 가져가 사인을 받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조직위 요원들이 막기에도 역부족이었다는 후문이다.

정작 인터뷰를 해야 하는 기자들조차 감독은 물론 선수들과 분리돼 있었다. 경기 후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좁은 믹스드 존을 뚫고 들어온 자원봉사자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음향기기가 없이 육성으로 들어야했는데 자원봉사자들의 소음으로 선수들의 목소리가 묻혀 정확하게 알아 들을 수 없었다.

24일 사격경기가 있었던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훈련하는 각국 선수들 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게임을 하며 딱밤을 때리고 있다.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로 소음은 최악의 장애물이다.
24일 사격경기가 있었던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훈련하는 각국 선수들 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게임을 하며 딱밤을 때리고 있다.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스포츠로 소음은 최악의 장애물이다.
 
▲ ‘자원봉사자’로 둔갑한 ‘팬’은 바쁘다

펜싱 경기 후 선수들의 출구 앞에 5~6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핸드폰을 들고 모여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직전 그들을 붙잡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선수단이 다음 경기를 위해 휴게실에 있을 때도 그 앞을 서성였다. 이들은 만나는 선수마다 붙잡고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의 범위는 외국 선수단에까지 뻗어나갔다. 이를 지켜본 관람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수상 후 관람석으로 꽃다발을 던졌다.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팬에게 최대한 보답할 수 있는 감사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시상식에서 받은 꽃다발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혹은 관람객들 사이에 끼어들어 꽃다발을 낚아채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 취재 분위기 망치는 ‘블로그 운영단’

22일 양학선이 포함된 한국 남자 체조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 직후 믹스드 존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선수들이 들어서자 팬미팅을 방불케 했던 중국 여자 기자단으로 인해 시작 시간이 지체됐다. 겨우 진행된 기자회견에선 기자단을 통틀어 질문 3가지만 받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가장 먼저 한국인이 질문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 활동 중이던 블로거였다. 그는 “한국의 응원에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았는가”라고 한국과 일본 선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통역요원은 “한 선수에게만 질문하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를 입에 댄 채로 한 나라를 선택하지 못한 채 “어떡하지”란 말만 늘어놓은 뒤 마지막에 한국 선수를 선택했다. 누가 들어도 일본에게 질문한 내용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한국 측 질문은 예상하지 못한 '복병(?)'으로 인해 이것으로 마치게 됐다.

기자석은 더 가관이었다. 22일 한국과 태국의 야구경기가 펼쳐졌다. 비좁은 실내 기자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기자들이 야외 테이블석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가장 앞 테이블에 블로거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경기 내내 응원전을 펼치거나 소음을 내어 몇몇 기자들에게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통제하기란 불가능했다.

▲ 경기장은 시장통이 아니에요

남녀 펜싱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고양실내체육관. 선수단과 기자단 등이 출입하는 중앙 출입구로 들어오면 넓은 중앙복도가 열린다. 이곳에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기자작업실로 이동하는 다양한 국가의 기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사이에서 누워있거나 소음을 발생시키는 자원봉사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약 10시간 동안 펼쳐지는 경기에 지칠 법도 했다. 그러나 이 모습을 지켜 본 이들 가운데서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이해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나치는 공개된 장소에서 범한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격경기장은 비좁은 경기장 대신 기자 작업실을 선택한 각국의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 공간도 좁았지만 서로 배려하며 자리를 만들었다. 그 뒤로 자원봉사자들의 공간이 있었다. 이들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큰 소리로 웃으며 소음을 냈다. 한국인 기자들도 여러 차례 뒤를 돌아봤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기자들은 짜증을 내기도 했다.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을 처참하게 무시했다. 경기 전 각국 선수들이 훈련할 때도 뒤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인천에서 열린다. 이 대회를 위해 인천시민들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자진 봉사를 위해 많은 요원들이 파견됐다. 하지만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몇몇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성을 넘어 국민성까지 의심받을 정도다.

24일 기준으로 현재 한국은 금메달 26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25개로 종합 2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역대 세계대회의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인천 아시안게임의 요원들은 몇 위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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