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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아이콘으로 전락한 중추절 ‘월병’

[2014-08-30, 05:00:00]

전통 음식부터 월병경제효과까지, ‘월병’의 시대적 변천사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명절 중 하나인 중추절은 춘절 다음으로 큰 명절이다. 음력 8월 15일이 가을에 중간에 있다 하여 중추절(中秋节)이라 불린다. 가을의 밝고 맑은 빛의 둥근 달이 단결과 화목의 상질이라 여겨 단원절(团圆节)라고도 불렸다.


한국에서는 추석=송편이 떠오르듯 중국은 중추철하면 단연 ‘월병’이다. ‘부패척결’을 전면에 내세운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됐지만, 한두해 전만 하더라도 중추절 전이면 춘절 폭죽 팔 듯 길거리마다 월병을 판매하는 간이 상점들부터 백화점까지 온 중국이 월병 열기로 후끈했다.


하지만 명절의 훈훈한 정을 나누고 전통문화계승을 뜻하던 월병은 어느 순간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으로, 뇌물 아이콘으로 전락해 안타깝게 됐다. 고가의 월병은 주로 뇌물용으로 사용돼 ‘月饼腐败(월병부패)’, ‘假日腐败(명절부패)’라는 말이 생겨났다. 속된 말로 ‘1년 중 공공연히 뇌물을 줄 수 있는 날’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흔히 큰 월병의 지름은 약 13㎝ 안팎이다. 이 정도 크기의 월병은 2개 또는 4개가 한 세트로 팔린다. 큰 월병 하나에 2000∼3000위안짜리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금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진짜 금가루를 입힌 ‘금월병’이 나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월병이 실질적인 뇌물로 바뀌자, 더욱 비싸지고 소비량도 더 늘었다는 점이다. 월병 뇌물이 극성을 부리자, 지난 2012년 중국의 CCTV는 월병 배달서비스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월병 세트 포장만 되팔기도 했는데, 최고급 월병에 걸맞게 포장도 화려하고 고급스럽기 때문이었다. 중국 고사성어에 매독환주(买椟还珠)란 말이 있다. 식견이 짧은 한 바보가 보석을 사면서 보석함만 가지고 보석은 돌려줬다는 의미다. 값비싼 월병 포장만 되파는 ‘매병환독(买饼还椟)을 한 셈이다.


주객이 전도돼 실제 월병이 아닌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월병 끼워팔기’도 성행했다. 윈난 쿤밍에서는 100㎡의 주택을 같이 판매하는 31만 위안의 월병이 등장한 적이 있다. 또 일부 기업과 개인은 월병을 직접 구매하기 보다 월병 상품권을 나눠주고 선물했다. 중국 암시장에서는 월병 상품권이 유가증권처럼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 정권이 들어서고 중국 지도부의 부정부패방지 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월병 판매량이 크게 축소됐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정부기관의 공무집행비 감소를 요구한 후 중국의 고급호텔과 요리집, 마이타이주 등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이 같은 정책의 영향이 중추절을 앞두고 ‘대목’을 맞아야 할 월병시장에 까지 미치고 있는 것. 샹그릴라, 패니술라 등 고급호텔도 국유기업과 정부의 주문량이 줄어 월병매출이 예년의 절반도 못미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최근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중추절을 앞두고 뇌물 월병 신고센터까지 개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뇌물 월병을 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반부패 타격을 뇌물 월병만 받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중추절이 코앞에 다가 왔는데 진짜 월병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중국 상가에서 들리는 목소리다.

 

월병의 기원, ‘가족의 화목’상징. 역사 오랜 국민적 명절음식


한국은 송편문화가 17세기부터 역사서에 등장했다고 한다. 중국은 언제부터 월병을 먹었을까.
중추절에 월병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당대(唐代:618-907)부터 이다. 한국 추석도 ‘달’이 빠질 수 없듯 중국도 달구경과 달에 지내는 제사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중추절 ‘달 타령’은 당대에 가장 성행했는데 이백과 두보 등 당나라 시인들이 달을 읊는 시구가 많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민적인 명절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명대(明代:1368-1644)부터 이다. 북송(北宋)시대에는 ‘궁병(宫饼)’이름으로 궁궐 내에서 유행했으며 민간에는 소병(小饼), 월단(月团)으로 전파됐다.


오늘날 월병의 종류와 풍미는 더욱 다양해졌다. 그 중 지역에 따라 크게 광둥(广式), 쑤저우(苏式), 베이징(京式), 푸젠식(福建式)등으로 나뉜다. 베이징 월병은 겉이 화려하고 푸젠식은 기름이 많은 등 월병마다 지역별 특색이 녹아있다. 쑤저우(苏州)가 월병 기원지인 쑤저우식은 저장(浙江), 상하이, 장수(江苏) 등 강남(江南) 일대에서 많이 먹는다. 속재료로 팥과 오인(五仁)을 많이 쓰고 당도가 다른 월병을 보다 높다. 껍질이 얇고 층층이 쌓여있어 ‘바삭한 월병(酥式月饼)’이라 불리며 길거리 노점에서 속이 고기로 채워진 쑤저우식 월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병속으로 많이 사용하는 재료인 호두, 아몬드, 깨, 연밥, 팥, 대추소, 단황 등은 영양적 요소가 높다. 하지만 월병 자체의 기름과 당도, 열량이 워낙 높아 당뇨, 비만환자에게는 섭취의 주의를 기울이라 당부한다. 전문가는 월병 적정섭취량으로 하루 한 개를 권하고 있다.


 

 ▶손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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