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비에 옷 젖은 삼성”
내외신이 샤오미 기사로 난리다. 삼성이 최초로 중국내에서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보도와 함께, 짝퉁이라 치부되던 샤오미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이다. 샤오미(Xiaomi)폰은 2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었기에, 모바일 업계에 있던 사람이라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다. 레이쥔 CEO는 크고 작은 모바일 컨퍼런스에서 지속적으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었다.
샤오미폰의 핵심 가치는, 애플과 삼성의 장점만을 뽑아서, 로컬서비스를 가장 쉽게 쓸 수 있게 만든 하이브리드폰 이라는 점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가격 경쟁력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저렴한 스마트폰은 샤오미 외에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 냉정하게 이야기 하자면, 그 동안 삼성이나 애플이 누려온 고부가가치는 어느 정도 거품이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애플이 만든 매력적인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 삼성이 만든 하드웨어 및 브랜드의 가치 덕에, 그 동안 고가의 제품이 장기간 전세계적으로 팔려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과 하드웨어는 너무도 쉽게 카피가 된다. 삼성과 애플이 각자의 특허를 가지고 전쟁하는 사이, 중국의 유수한 제조사들은 더 나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적 카피를 지속하고 있었다. 진품보다 더 나은 카피제품, 그것은 더 이상 짝퉁이 아니라 혁신이 된다.
“샤오미의 교훈은?”
국민기업 삼성이 밀렸다고 게임이 끝난 것이 아니다. 사실 PR에 능숙한 중국업체가 이번 기사를 과다하게 과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주위에 샤오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자주 보는가? 인터넷 판매라는 독특한 유통혁신을 이룬 샤오미폰은 기본적으로 단기간에 대량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유통 혁신덕에 가격을 반값으로 낮출 수도 있었다. 상해의 지하철에서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주류의 폰은 여전히 삼성이거나 애플이다.
설사 삼성이 밀렸다는 데이터가 거짓이라 하더라도, 로컬 스마트폰 제조업체에게 마켓쉐어를 내주는 트렌드는 틀림이 없다. G3라는 경쟁력있는 폰을 만들고도 제 때 유통을 못해서 중국에서 포지셔닝할 수 없었던 LG의 안타까운 모습도 보게 된다.
삼성이 부족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로컬 유통의 장악이다. 필자와 친한 중국인들은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S5를 내게 내밀면서 하소연 하는 말이 있다. ‘너무 느리다’는 얘기다. 한국인인 내가 이걸 해결해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기도 한다. 이건 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과정에서 중간상들이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폰 자체에 미리 깔려서 지워지지 않는, pre-embedded 된 앱들이 너무 많다. 울며 겨자 먹기로 느려진 폰을 써야 한다. 2년 후에는 다시는 삼성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심지어, 한번은 상해의 대형 전자상가에 자리잡은 AS 센터에서도, 수리 요구가 들어온 폰을 가지고 부품 바꿔치기나 과도한 수리비 청구 등의 장난을 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식 AS센터에서 가짜 안드로이드 OS를 깔아주기도 한다. 삼성이 한 일이 아니다. 삼성이 고용한 종업원이 투잡을 뛰고 있는 거다.
삼성의 실패는 하드웨어의 실패가 아니라, 바로 유통의 실패라 생각된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삼성이 만드는 혁신적인 신제품들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
“다른 제품,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
샤오미의 교훈이 다른 제품이나 다른 산업과는 상관이 없을까? 동일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한류를 타고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화장품, 의류제품도 이러한 유통의 장악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고, 또한 많은 수업료를 내고 있다고 알고 있다.
샤오미의 교훈은 기존 유통망을 장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시사하기도 한다. 기존의 게임의 법칙에 매몰되어 있어서 유통의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면, 외국인이 중국인보다 중국내 유통을 더 잘하긴 어렵지 않을까? 답은 어쩌면 인터넷과 모바일에 있을 것 같다. 타겟 고객은 이미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데, 기존의 재래식 유통을 통해 상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컨트롤 할 수 없는 많은 변수들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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