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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자국서 부품 80% 조달해 ‘폭풍 성장’

[2014-08-12, 10:21:05] 상하이저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애플의 양강 구도에 중국업체들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캐널리스는 최근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현지 업체인 샤오미(小米)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샤오미의 점유율은 약 13.8%(1499만1570대 판매).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이어 12.2%(1322만8430대)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5위는 역시 중국의 레노버(점유율 12.0%)와 위룽(11.7%), 화웨이(10.9%)였다.

샤오미는 최근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인 ‘Mi4’를 출시하면서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전문 기업인 폭스콘의 금속 가공 공정을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애플의 아이폰5S처럼 스테인리스 외관을 갖춘 Mi4 역시 아이폰5S와 비슷한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샤오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명단도 과감하게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물론 소니와 필립스, 퀄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명단도 있지만 상당수는 중국의 부품 회사다.
 
방대한 내수 시장이 성장 원동력
샤오미 외에 레노버나 화웨이 같은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사용하는 부품의 상당 부분도 중국산이다. 이들은 “중국산 부품의 품질이 삼성전자나 애플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산업의 글로벌 도약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 내 부품 조달체계는 중국 스마트폰 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생산지이자 관련 부품의 제1차 공급지로 주요 부품의 내재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도 올해 초 화웨이 등 주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부품 조달 경쟁력이 선진국 업체와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 부품 중 칩이나 OLED 등 핵심 부품을 제외하면 국내 업체의 부품 경쟁력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가 분석한 결과 중저가폰의 경우 중국 내에서 부품의 80%가량을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삼성 스마트폰의 부품 자체 조달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스마트폰용 부품은 품질면에서 조금 떨어지나, 4~5개월이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개발이 가능할 정도로 연구개발(R&D) 속도가 빠르다”고 덧붙였다.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린빈은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 2014’에 참석,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위해 최고 성능을 가진 하드웨어를 만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좋은 부품을 쓰지만 가격은 싸다’는 게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는 중국 시장에서 600달러 이상에 팔린다. 반면 샤오미의 Mi4는 대당 320달러 선(16GB 기준)에 나간다.

좋은 부품을 쓰면서 값을 낮추는 비결은 뭘까.

방대한 중국 시장의 규모가 그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본다. 최초 판매가는 부품값을 포함한 제조원가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1년 이상 해당 제품이 유통되면 자연스레 부품 공급가도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을 가진 나라다. LG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10억 대 중 3억 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미국의 두 배 수준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2730억 달러)의 19%에 달하는 516억 달러 규모다.

화웨이 한국 진출 위해 네트워크 테스트
‘가격 대비 좋은 품질과 부품 경쟁력’이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통할까.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터키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인 CNN머니는 “샤오미의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 전략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꾸준히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기업 중 4곳(2013년 기준)이 중국 기업이다. 이 중 화웨이는 점유율 4.8%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올라선 상태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2010년 중국업체 네 곳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0.7%에 그쳤지만 2013년에는 16.5%에 달한다. 이는 업계 2위인 애플의 점유율(15.6%)을 넘어서는 수치다.

화웨이도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인 아너6를 LG유플러스의 2.6㎓ 대역망을 통해 네트워크 안정화 시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 진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화웨이코리아의 김학수 전무는 “유통망이나 AS망이 약한 한국 시장에 당장은 진출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화웨이의 한국 시장 진출을 기정 사실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해외 진출 관건은 낮은 인지도와 미흡한 유통망이다. CNN머니는 “떨어지는 인지도와 온라인 중심의 판매 방식 등이 중국 스마트폰의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업체들은 소매상 없이 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점이 해외 진출 시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후발 주자인 구글과 모토로라 역시 미국 시장에서 온라인 중심 판매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의 중국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저가폰 중심이지만, 더 이상 시장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원래 중국 시장 자체의 수익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중국에서 어느 정도 폰을 팔아야 전체적으로 생산량을 유지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이대로 시장을 가져가게 놔둬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가품 중심의 질(質)적인 성장 못지않게, 양(量)적인 성장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도 보급형 늘리는 등 반격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중국 LTE 시장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프리미엄급은 물론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이 회사 밥 브래넌 북미총괄 DS(반도체·부품) 부문 담당 전무는 최근 “미친 듯이(crazy like) 연구 인력을 뽑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현재 500명 수준인 실리콘밸리 내 연구 인력을 매년 20~30% 정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3억 달러를 들여 2014년 여름 완공을 목표로 실리콘밸리에 여덟 번째 연구개발센터를 신축 중이다. LG전자도 신형 폰인 G3와 한류 바람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G3는 11일부터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징둥을 통해 판매된다. 애플도 올 하반기 신형 아이폰6(4.7인치·5.5인치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폰6의 판매량은 전작인 아이폰5S보다 17%가량 많은 1억290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저작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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